20110330

뒷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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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3월 30, 1 35 15

밤이군.

킹스 스피치를 보다

역사물이라는 건 아무리 소소한 이야기를 다뤄도 제대로 만들자면 고증에 따른 엄청난 비용이 들고 억양과 말투 등의 문제로 연기도 어렵기 때문 등등의 덕분인지 좀 제대로만 만들면 각종 상을 휩쓴다. 킹스 스피치 역시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를 휩쓸었다.

영화 배경을 위해 왕 순서를 간단히 보면

조지 5세 - 에드워드 8세(윈저공, 금방 관두고 심슨 부인과 결혼) - 조지 6세 - 엘리자베스 2세 (현 여왕) 순이다.

조지 5세는 스트릭트한 왕, 엘리자베스 여왕은 꼬마 여자아이로 나온다. 주인공은 조지 6세,

 

감독 톰 후퍼는 가능한 역사의 고증을 그대로 따르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하는데 물론 픽션도 섞여있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라이오넬의 손자에 따르면 조지 6세를 '버티'라고 부른 적은 없다는 것.

처칠과 윈저공의 관계 같은 건 좀 애매하다. 남성 패션의 아이콘 중 하나인 윈저공은 좀 생각없어 보이게 나온다. 사실 윈저공과 심슨의 관계는 루머도 많고 이설도 꽤 많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그냥 위키피디아를 참조. 소박한 줄거리에 비해 로케이션, 비주얼 스타일같은 사실 이 영화의 볼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있다.

http://en.wikipedia.org/wiki/The_King's_Speech

어쨋든 사실 시시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고, 1930년대 영국 왕실 역사를 몰라도 대충 어떻게 전개될 지 금방 깨달을 수 있을 만큼 간단한데, 생각보다 꽤 재미있게 봤다.

20110328

3월도 끝나간다.

몸살 기운도 있고, 몸도 마음도 너무 추웠다. 남들은 가끔 따뜻하다는데 나는 요즘 날씨가 춥기만 하다. 온천같은 뜨거운 물 속에 앉아있고 싶다. 여하튼 잠에서 깨어나 일요일 오전에 일어나 멍하니 앉아있다가 그냥 잠이나 더 자자 싶어 늘어지게 잤다.

결국 배가 너무 고파 일어나 빈 속에 꾸역꾸역 피자와 콜라를 집어넣었다. 점심도, 저녁도, 밤에 야식도 똑같은 조합. 밤에 비빔면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귀찮고 추워서 관뒀다.

여하튼 그 덕분인지 어제 밤부터 배 속이 심상찮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명백히 아픈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럴 줄 알면서 꾸역꾸역 먹는 걸 보면 정말 멍청하다. 뭔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걸 먹으면 좀 나을까 싶은데 입맛이 당기는 메뉴가 없다.

월요일 낮은 춥더니 갑자기 비가 내렸고, 갑자기 그치더니 해가 따뜻하게 나고, 구름이 덮이더니 또 춥다. 평균 기온을 15도씩 올리면 전형적인 무더위 날씨의 패턴이다. 날씨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이러다 또 눈이 와도, 아니면 반팔을 입을 만큼 난데 없이 더워져도 하나도 생경한 부분이 없다.

피자를 먹으며 책을 좀 보다가, 인터넷을 좀 보다가, 음악을 좀 들으며 청소를 하다가(방에 세균이 너무 많아 이렇게 춥고 졸리고 기운이 없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모자들이 보이길래 사진을 찍었고 그 다음 티브이를 봤다.

나는 가수다, 무한도전, 무한걸스, 디렉터스 컷 정도 본 거 같다. 무한도전만 조금 웃겼다(사실 저번주에 투표도 했다 ㅋ).

녹차를 한 잔 마셨고, 배가 약간 고프고, 조금 아프다. 여전헤 춥고, 다리에 냉기가 서려있다. 왠지 슬프다. 간현, 부산, 도고, 묵호 이런 곳을 가고 싶다.

쓰다보니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의 일들이 랜덤하고 케이어틱하게 섞여있네. 뭐 어때.

그들은 가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쨋듯 어제를 기점으로 잠시 봉인이 되었다. 쉬어가는 타이밍이니 말을 조금 붙여본다. 저번에도 밝혔듯이 나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몇번이나 썼다 지웠다하는 바람에 요즘 나가수 이야기만 쓰고 있는 기분이다.

이 프로그램의 첫 느낌에 대해서 쓴 글은 여전히 유효하다.
http://macrostars.blogspot.com/2011/03/blog-post_08.html


1. 이 프로그램이 개인적으로 주는 의미가 조금 있다. 사실 노래보다는 연주, 연주보다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노래 그 자체에는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능한 음악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기계적인 보컬에 더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나가수를 보면서 악기로서의 사람의 목소리가 가지는 가능성에 대해 조금은 더 호의를 가지고 대하게 되었다.

2.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7번째 탈락자다. 그게 이 방송의 텐션을 확 늘려준다. 시청자 뿐만 아니라 가수에게도 그렇다. 그 덕분에 프로훼셔널들이 극도로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짧은 연습 기간이 주어진 라이브라 완성도가 음반 정도로 높지는 않다. 대신 현장감이 있다는게 매력이다.

어쨋든 급한 일정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긴장감은 지금 방식말고 다른 방법이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1위를 하면 물러나는 방식은 그러므로 별 의미가 없다.

3. 이 방송을 보면서 드는 기대 중 하나는, 여기에 나온 방송인들이 이런 극도의 경쟁, 그리고 관객 바로 앞에서 소통하고 평가받는 경험이 지금까지 10여년 음악 생활의 전기가 되어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뭔가 변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 근사한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면 음악의 팬으로써는 더할 나위없는 기쁜 일이 될 것이다.

4. 사실 그런 면에서 이 방송에 나왔으면 하는 가수들은 긴 경력 속에서 자체 팬 층에 빠져 마이스터 놀음을 하며 마이 웨이를 하고 있는 몇 몇 분들인데, 그런 분들은 별 뜻이 없어보인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송이 더 우월하거나 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수나 시청자나 음악인이나 감상자나 새로운 재미있는 방식을 알게 된거고, 이를 통해 뭔가 얻을 사람은 얻으면 되는 거고, 뭔가 버릴 사람은 버리면 되는 거고, 뭔가 즐길 사람은 즐기면 되는 거다. 뮤직 뱅크, 스케치북, 디렉터스 컷 다 각각의 매력이 있다. 지나가고 나서 뭘 생각하고 뭘 변화시키느냐는 온연히 개개인의 깜냥이다.

6. 참가자들 이야기를 해보면,

이소라, 백지영이야 원래 좋아한다. 김건모의 흥겨움이 좋은데 이 방송은 그런 종류의 흥겨움을 담기는 좀 애매하다. 김범수는 노래를 잘하기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기대보다 선이 조금 가늘다는 인상을 받았다. 윤도현은 YB의 싱어라는 느낌이 강해 나가수에 나오는 게 의외였는데 생각보다 잘 부흥하고 있다. 특히 이 방송이 가지는 장르의 레인지를 넓히고 있다는 게 좋다.

사실 박정현은 좋아하는 스타일의 싱어가 아니다. 에너지가 넘치지만, 너무 넘쳐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즐겨 듣지 않는다. 그렇지만 라이브에서는 이런 폭발력이 분명 통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떨어질 타입은 분명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정현 자체보다 박정현-김태현 라인을 보는 게 - 미니 우결 - 조금 재미있었다.

정엽은 처음부터 제일 걱정스러운 타입이었다. 스타일이 매우 강하고, 그래서 호불호가 크게 나뉜다. 사실 여기에 나가수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일반 대중 평가단 500명이라는 건, 결국은 가장 일반적인 노래가 호응을 받게 되어있다. 몰개성 정도는 아니지만, 스타일과 디테일의 세계가 살아남기 무척 어려운 구조다.

물론, 바로 앞의 사람 10명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자들이 공연장에 꽉찬 관객이나 음반을 구매하기 위해 뒤적거리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도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골드문트와 MBL이 어느게 더 잡음이 없냐 따위로 경쟁하지 않듯이 프로 가수는 실력으로 경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할 말이 있고, 그 말을 전달하기 위해 관객을 만날 방법, 소통의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나가수가 음악이라는 전체의 틀을 다 책임지며 나갈 필요도, 방법도 없다. 알맞게 담고, 알맞게 버리는 일, 그리고 이 경쟁이 지루하지 않게 보이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다른 것들은 혹시 나는 작곡가다, 나는 드러머다 같은 데서 하면 된다.

7. 어쨋든 일단락되었다. 즐거운 경험이었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할 시즌을 기다린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가수라는 직업 자체가, 인디 가수가 아니라면, 이런 경쟁에 익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섭외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거라 기대한다. 아이돌의 진출도 기대한다.

8. 여전히 음악신에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며칠 있으면 무한걸스에서 '너도 가수다' 방송이 있다. 신봉선, 김신영이 없는 건 아쉽지만 이런 것들도 충분히 재미있을거고,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UV의 새 싱글도 나왔다. 이건 뭐, JYP가 낀 노래 중에 제일 좋은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 뮤직 라이프는 언제나 must go on이다.

20110323

나는 가수다, 잡담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대해 블로그 글도 써보고, 트윗도 올렸었는데 다 지웠다. 블로그는 하나마나한 동어 반복같아서 비공개로 돌렸고, 트윗은 김영희 PD를 교체한 게 MBC 예능국인 줄 알고 올렸는데 알고 봤더니 MBC 경영진이길래 지웠다.

김영희 PD가 실수를 한 건 맞다. 일요일 예능을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겁게 몰고 나갔다. 허튼 농담이 통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 버린 거다. 이렇게 까지 진중하게 만들 생각은 아마 없었겠지만, 기획 의도를 알리려는 홍보와 강조 때문에 이리 되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까지는 그려려니 해도, 그런 분위기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체는 좀 말이 안되는 것 같다. 내부 사정이겠지만 이런 배를 누가 맡으려고 할까. 애꿏은 희생양만 생길 지도 모른다. 기획부터 섭외까지 깊이 관여해 만들어 낸 사람을 이 시점에서, 고작 3회 밖에 안했다, 교체하는 건 많이 지나치다. 흐트려놓은 사람이 제대로 수습할 수 있지 않을까. 6개월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이 결정에 더욱 의구심이 드는 건, 방송국이라는 곳이 여론을 정확하게 바라봐야 하는 곳 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발란스가 맞지 않는 결정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듬이 흐트러지면 회복이 무척 어렵다.

 

트위터도 지우고, 블로그도 지웠으면서 왜 이 포스팅을 쓰냐 하면, 그건 다른 이유 때문이다. 사실, 정작 흥미로운 건 이 프로그램을 대하는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관심이다. 아내의 유혹보다 템포가 더 빠르다.

방송 시작 전의 언플에 대한 수많은 냉소, 그리고 막상 1회가 방송되자 기성 가수들의 그 놀라운 집중도를 경험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뉴스 여기저기에 나가수에 대한 글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루머, 스포가 퍼져나가면서 계속 시끌시끌거리며 누가 탈락할 지에 대한 예상 글들이 넘쳐났고 결국 3회의 논란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폭발했다. 인터넷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밥을 먹다가, 커피를 마시다가도 주변에서 김건모가 어쩌고, 이소라가 어쩌고하는 대화들을 들을 수 있다.

이 모든게 딱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 중요시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미덕,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옴팡 뒤집어 썼다.

그런 다음 가수 몇 명과 개그맨 한 명, PD 한 명에 대한 수도 없이 많은 논의를 만들어 낸 채 선장을 잃고 공중을 방황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예능 프로그램이 또 있었을까. 대체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이에 대해 요즘 곰곰히 생각을 해보지만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20110320

11년 03월 잡담 - 01

1. 나는 가수다 - 자기들이 직접 견고하고 잔인한 룰을 내세워 극한 집중을 만들어내더니 우습게도 스스로 룰을,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무너뜨렸다. 이제 공은 모두 PD에게로 넘어갔다. 김영희 PD의 방송은 이래서 재미가 없다. 기획은 반짝거리지만 끌고 나가질 못한다.

그가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 그가,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위기를 극복할 지 관심을 보일 사람이 앞으로 과연 얼마나 남게 될까. 마지막 10분으로 지난 3주간 이 포맷에 쏠린 비난과 옹호화 우려와 열광이라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던 관심을 싹 날려버려줬다.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포맷들을 내세웠던 최근 일밤의 수많은 버라이어티들이 초반의 흥미를 뒤로 하고 왜 삽시간에 무너졌는지, 그는 두회에 걸친 환호 속에서 벌써 잊어버렸다. 진실성과 옛정이 담보가 된다면, 그 상황에서 프로그램 자체가 전자를 표방했다면, 당연히 후자는 등장해서는 안된다. 거기 서 있는 사람이 인순이나 조용필이었다고 할 지라도.

어쨋든 이래가지고는 그냥 원래대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윤종신의 디렉터스 컷을 보는 게 낫다. 참고로 엠넷의 디렉터스 컷 아주 재미있다.

2. 샤갈전을 보고 왔다. 디터 람스와 샤갈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대림 미술관이 생각보다 일찍 닫는다는 이야기를 보고 시립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10시까지 연장한다는 검색 결과는 잘못된 것이어서 8시까지 꽤 재빠르게 이것 저것 봐야했다.
샤갈 그림은 무척 재미있다. 아주 좋아한다. 다만 내 방에 붙어있는 샤갈 그림의 원본을 혹시나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94년인가 선물받았다), 없었다.

3. 건강도, 경제도 뭐든 간당간당하다. 매일 내일을 걱정하면서 하루를 살다 보니 뭐 제대로 되는 게 없다.

4. 일본에 두 명의 친구가 있는데(한국인 한 명, 일본인 한 명), 한 명은 국내로 대피해 있고, 또 한 명은 아주 바쁜 와중을 보내는 것이 확인되었다(발전소 관련 분야에 근무한다). 어쨋든 다친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친구의 친척이 미야기 현에 사는 사람이 있어서 조금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5. 1박 2일을 본 지가 꽤 오래되었다. 부모님은 무척 좋아하시지만 패턴이 정형화된 이후에는 그다지 재미가 없다. 다만 나영석 PD에 대해서는 꽤 흥미를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총파업 등의 문제로 KBS 안에 적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가 계속 건재하기를 바란다.

어쨋든 최근 들은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1박 2일의 새 멤버로 두 명을 만났는데 한 명은 엄태웅(지금 들어갔다), 또 한 명이 유희열이라는 사실이었다. 유희열이라니, 그런 건 정말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1박 2일이라는 테두리 안에 유희열이 들어가있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너무 재미있다. 유희열이었다면 정말 열심히 챙겨봤을 거 같은데 고사했다니 참 아쉽다.

6. 리비아 반군이 맥없이 무너져버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물론 아직 위기가 끝난 건 아니다. 카다피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대충 반군 세력에 대한 자치구, 혹은 국가 인정 정도로 사태가 마무리되는 게 민간인 피해가 최소화되는 길이 아닐까 싶다.

국제 관계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걸 반대한다는 중국의 주장은 정말 말도 안된다. 하늘을 쳐다보고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기를.

7. 리메이크 하녀의 첫 장면은 누군가 홍대 노래방 건물에서 투신하는 장면이다. 그게 뭐였을까. 그 장면은 왜 나왔을까. 그게 왜 첫 장면이었을까. 키치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요즘 그 장면 생각이 자꾸만 난다.

20110314

초봄

1. 토요일에 잠깐 돌아다니며 찬바람을 좀 맞았더니 이내 몸살 기운이 돌았다. 열이 확 달아오르면서 다리가 살짝 후들거리는 현상, 수십년간 봐 온 전형적인 몸살 징후다. 집에 가는 것도 귀찮아 지하철, 버스로 전전긍긍하다가 겨우 들어왔다. 그리고 12시간 동안 (아마) 깨지 않고 잤다.

자는 동안 이상한 꿈을 꿨다. 청계산이 나오고, 전차가 나오고, 구파발이 나오고, 잠원동이 나오는 일종의 로드 드림. 로드쇼, 로드무비, 여튼 돌아다니는 건 어지간하면 다 좋아하기 때문에 나쁘진 않았다. 웨이페어러.

2. 나는 가수다 2편을 봤다. 중간 중간 나오는 예고가 너무 많은 걸 보여준다. 한국의 SBS와 일본의 TBS가 이런 식의 "미리 보여줘서 김빠지는" 편집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걸 왜 따라하는 지 모르겠다. 극장 개봉작들이 그렇듯 예고편은 다른 제작진이 따로 각본쓰고, 따로 제작해야 한다.

다른 이들의 곡을 재해석하는 코너가 진행되었고 1번 타자인 이소라 곡 하나만 방영되었다. 이소라는, 감정은 좋게 잡았지만 어딘가 불안했다. 완벽하게 꽉 잡고 질질 끌고 가는 느낌이 덜했는데 아마도 자기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3. 몸은 그다지 좋지 않다. 입맛이 이럴 수가 있나 싶게 없다. 주말동안 불규칙한 생활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일단 되돌려 놓고 수요일까지 두고 볼 생각이다. 수요일이 된다고 별 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쨋든 더불어 매우 심심하다. 이것도 별 수가 있는 건 아니다.

4. 자연 앞에서는 모두 그저 미약하다. 무섭다, 두렵다는 감정보다는 그저 큰 벽 같은 느낌이 더 크다. prayforjapan, prayforearth.

20110308

과정

1. 나는 가수다를 봤다.

2. 복잡한 생각 - 현 시점에서 이 프로그램을 옹호한다, 분명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 을 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썼다.

3. 그러다가 너무 길어지고, 내용도 이상해져서 그냥 지웠다.

4. 인터넷 커뮤니티 몇군데에서 검색해보니 꽤 많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5. 트위터에 가보니 윤종신이

동료 7명이 전쟁터 같은 시간대에 땀흘리며 노래합니다..시니컬하게 보지 않았으면..이왕 시작한거..더 많이 보고 듣게 해야죠..7명이 더많은 사람들의 맘을 뒤흔들기만을 바랍니다..그 방법적 고민은 제작진에 맡기고..전 응원할랍니다..

라는 트윗을 남겨놨다.

6. 그리고 나도 '나는 가수다 재미있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7. 선문답도 아니고, 뭔가 부족한 듯 하여 여기에 덧붙인다.

8. 가장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건 프로가 집중하는 모습이다. 가수든 코미디언이든 아니면 전문 직종인이든 일반 회사원이든 마찬가지다.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집중할 터전을 만들어내는 것과 MC들을 통해 유머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이 둘의 발란스를 유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9. 나는 가수다는 지금의 텐션이 유지될 수 있다면, 프로 가수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부분에서는 하여간 최상급이다. 2시간 정도의 리듬을 타야 하는 공연에서도, 보통은 3~4곡 부르는 행사장에서도, 쇼 프로에 나와 한 곡 부르는 순간에도 이런 긴장과 몰입은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방송에서는 해야 한다. 구조 자체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시마다 마사히코 수필에 마리아 칼라스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 가만히 일어나 노래 부르는 머신으로 문득 변신하는 순간을 캐치하는 장면이 있다. 이런 순간은 정말 귀중하고 아름답다.

10. 슈스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대중의 관심이 아무래도 가창력이라는 한정된 부분에 쏠리기 때문이다. 음악에는 가창력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가수에게 중요한 것도 가창력만 있는 게 아니다. 밥 딜런이 슈스케에 나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사람은 알다시피 노래도 엉망이고 가사 전달력은 특히 더 엉망이다.

11. 편집에 대해 말이 많던데 딱히 이번 회에 불만은 없다. 윤도현이 부른 낯선 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스케치북이니 뭐니 하는 방송들에서 라이브로 본 곡들이다. 따지고 보면 일부러 다시 부를 이유도 별로 없었는데 혹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 정도 한다를 알려주고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데 치중했다고 생각한다.

12. 사실 김영희 PD의 방송이 그다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국에서 돌아와 쇼 + 감동이라는 코드로 새 영역을 개척했었는데 사실 그때의 재미는 감동 때문이라기 보다 그와 곁들인 일당 백급의 MC들 - 이경규, 신동엽, 김국진 등등 - 의 활약 덕분에 발란스가 맞춰졌기 때문이다.

13. 하지만 무한도전 등등의 프로그램 이후 우르르 몰려나오고, 아주 스피디한 진행의 MC 체제에 사람들은 익숙해졌고, 그러다보니 혼자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 나와도 아무래도 심심하다.

결국 방송은 MC의 유머를 따라가는데 급급하던지, 감동에 포커스를 맞추던 지 둘 중 하나가 되버렸는데 일밤은 그 발란스가 흐트러졌고, 재미가 없어졌다.

15. 솔직히 말하면 오즐과 뜨형도 꽤 재미있게 보기는 했다.

16. 나는 가수다 역시 이런 발란스의 문제가 있다. 결국 김영희 PD는 쇼 - 감동의 발란스에서 감동 쪽에 긴장감을 극적으로 불어넣는 방법으로 이걸 해소할 생각인 듯 하다.

17. 이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사실 가창력이니 뭐니 하는 가수들의 경쟁보다도 앞으로 기존 곡들의 재해석으로 승부를 본다는 점이다. 이 기획이 가능한 다양한 장르들을 포섭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걸 집중해서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18. 첫회 박정현 일등은 내심 생각했다. 스토리와 감정 기복이 너무나 확실히 드러나게 노래를 불렀다. 3분 정도의 시간 동안 저렇게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방법이 과연 뭐가 있을까. 정말 훌륭했다.

19. 윤도현의 과감한 베팅에는 조금 놀랐다.

20. 첫회는 이 두 가지 - 18과 19 - 때문에 재밌다고 느꼈다.

21. 어쨋든 다양성의 포섭이라는 점에서 힙합하는 사람들이나 (아주 멀리 보고 있는) 아이돌에게도 문이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가수는 가창력 묘기 대행진이 아니라 감동을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계속 연구하는 자들이다.

22. 이런 생각들을 두서없이 했다. 정리가 안되네... 무슨 소리를 한거냐.

20110306

날씨

날씨가 진정되지가 않는다. 추워도 기분이 안 좋고, 따뜻해도 기분이 안 좋다면 이왕이면 따뜻한게 낫다라는 마음으로 날이 풀리길 기다리고 있다. 딱히 뭘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잠자코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이다.

봄에 입을 작업복 스타일의 아우터를 하나 구입하려고 H&M에서 혼자 한참을 구경하다가, 왠지 다 시원찮아져서 돌아왔다. 입고 있던 옷이 꽤 두꺼워(지퍼 플리스와 겨울용 나일론 후드 아우터) 끙끙대며 입었다 벗었다 했는데, 문득 뭐 이거 안입는다고 못사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의욕이 사라지는 건 좋지 않은 징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딱히 예쁜 옷 입으면 또 뭐 할건가.

앵그리 버드라는 게임이 있다. 근 1년 간 아이폰 유료앱 분야에서 1, 2위를 하던 게임이다. 안드로이드 용은 광고가 달려있는 대신 무료로 알고 있다. 여하튼 앵그리한 새를 새총으로 날려 돼지를 터트리면 되는, 이해가 간단한 게임이다.

이걸 그냥 묵혀 놓고 폰에다가 넣어 놓기만 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 금요일 문득 생각나 시작했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꽤 집착하게 만든다.

그리고 티아라. 티아라의 Temptastic이라는 EP에 대해서 이 블로그에서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다. http://macrostars.blogspot.com/2011/02/blog-post_07.html 사실 노래 자체는 꽤나 유치하고, 좋다라는 느낌보다는 웃기다라는 느낌에 훨씬 가까운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역시 지난 주 금요일에 지하철에서 랜덤으로 노래를 듣다가 티아라에서 딱 멈췄다. 그 이후 Temptastic이라는 EP를 계속 Repeat해가며 듣고 있다. 5곡 밖에 안되기 때문에 금방 금방 곡들의 순번이 돌아온다.

듣는데 부담이 전혀 없다는 것, 알맞게 신나고 알맞게 멜랑콜리하다는 것, 들으면서 뭘 해도 음악 쪽이 신경이 안 쓰인다는 것, 가끔 신경쓰면 또 같이 흥얼거릴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 역시 유행가라는 건 그냥 음악이라는 것과 또 다른 효용이 있다. 대단하다.

추위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따뜻한 곳에 가만히 앉아 있고 싶은 생각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20110302

디아블로 공연 관람

어떻게 하다가 디아블로 공연을 보게 되었다. 3월 1일 상상마당 라이브홀, 7시부터 9시. 공연이고 음반이고 다 합쳐서도 정말 오래간만에 듣는 스래쉬메탈이다.

Photo 3월 01, 23 48 56

메탈 키드였다가 슬슬 손을 떼기 시작하고 레인지를 넓혀간 게 95년 정도, 디아블로가 시작된 게 93년이지만 음반에 낀 건 97년 옴니버스 앨범이고 1집이 나온게 2000년이다. 그래서 디아블로가 시작하기 전 정도까지 그쪽 계통을 좀 알고 그 이후는 잘 모른다. 디아블로 곡이라고 제대로 들어본 건 산울림 트리뷰트 뿐이어서 아는 곡이 전혀 없었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정말 중고등학교때 좋아하던 변박이 심한 무거운 드럼/베이스/기타 리프에 멜로디컬하면서 웅장한 기타 솔로가 돌아다니는 스타일이다. 더불어 이쪽 계통의 예전 음악들과 다르게 기타 쪽에 실험적인 사운드를 많이 사용해 구석구석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게스트로 김종서, 박영철(블랙 신드롬), 김바다(시나위), 주상균(블랙홀), 김창완이 나와 한 곡씩 불렀다. 박영철은 역시 나이 먹은 티가 많이 났지만 여전히 힘이 넘치고, 김바다 공연하는 모습은 처음 봤는데 예상보다 포스가 넘친다. 이 분은 요새 패션쇼 음악도 하고 이것 저것 많이 하는 것 같던데.

무엇보다 반가운 건 블랙홀의 주상균. 90년대 초반에 공연하는 걸 본 적있는데 정말 오래간 만에 깊은 밤의 서정곡 부르는 모습을 봤다. 블랙홀이 참 재미있는 곡이 많았는데.

 

얼마전 방송이었지만 개리 무어 트리뷰트로 수요 예술 무대에서 김태원, 김종진, 신대철, 김세황, 이현철 등등이 나와 연주하는 모습도 봤었는데 요새 이런 80년대 락을 만날 기회가 쏠쏠히 생겨서 재미있다. 이런 걸 듣던 시절이 참 아득한 옛날 같다.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