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대해 블로그 글도 써보고, 트윗도 올렸었는데 다 지웠다. 블로그는 하나마나한 동어 반복같아서 비공개로 돌렸고, 트윗은 김영희 PD를 교체한 게 MBC 예능국인 줄 알고 올렸는데 알고 봤더니 MBC 경영진이길래 지웠다.
김영희 PD가 실수를 한 건 맞다. 일요일 예능을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겁게 몰고 나갔다. 허튼 농담이 통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 버린 거다. 이렇게 까지 진중하게 만들 생각은 아마 없었겠지만, 기획 의도를 알리려는 홍보와 강조 때문에 이리 되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까지는 그려려니 해도, 그런 분위기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체는 좀 말이 안되는 것 같다. 내부 사정이겠지만 이런 배를 누가 맡으려고 할까. 애꿏은 희생양만 생길 지도 모른다. 기획부터 섭외까지 깊이 관여해 만들어 낸 사람을 이 시점에서, 고작 3회 밖에 안했다, 교체하는 건 많이 지나치다. 흐트려놓은 사람이 제대로 수습할 수 있지 않을까. 6개월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이 결정에 더욱 의구심이 드는 건, 방송국이라는 곳이 여론을 정확하게 바라봐야 하는 곳 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발란스가 맞지 않는 결정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듬이 흐트러지면 회복이 무척 어렵다.
트위터도 지우고, 블로그도 지웠으면서 왜 이 포스팅을 쓰냐 하면, 그건 다른 이유 때문이다. 사실, 정작 흥미로운 건 이 프로그램을 대하는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관심이다. 아내의 유혹보다 템포가 더 빠르다.
방송 시작 전의 언플에 대한 수많은 냉소, 그리고 막상 1회가 방송되자 기성 가수들의 그 놀라운 집중도를 경험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뉴스 여기저기에 나가수에 대한 글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루머, 스포가 퍼져나가면서 계속 시끌시끌거리며 누가 탈락할 지에 대한 예상 글들이 넘쳐났고 결국 3회의 논란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폭발했다. 인터넷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밥을 먹다가, 커피를 마시다가도 주변에서 김건모가 어쩌고, 이소라가 어쩌고하는 대화들을 들을 수 있다.
이 모든게 딱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 중요시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미덕,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옴팡 뒤집어 썼다.
그런 다음 가수 몇 명과 개그맨 한 명, PD 한 명에 대한 수도 없이 많은 논의를 만들어 낸 채 선장을 잃고 공중을 방황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예능 프로그램이 또 있었을까. 대체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이에 대해 요즘 곰곰히 생각을 해보지만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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