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8

그들은 가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쨋듯 어제를 기점으로 잠시 봉인이 되었다. 쉬어가는 타이밍이니 말을 조금 붙여본다. 저번에도 밝혔듯이 나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몇번이나 썼다 지웠다하는 바람에 요즘 나가수 이야기만 쓰고 있는 기분이다.

이 프로그램의 첫 느낌에 대해서 쓴 글은 여전히 유효하다.
http://macrostars.blogspot.com/2011/03/blog-post_08.html


1. 이 프로그램이 개인적으로 주는 의미가 조금 있다. 사실 노래보다는 연주, 연주보다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노래 그 자체에는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능한 음악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기계적인 보컬에 더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나가수를 보면서 악기로서의 사람의 목소리가 가지는 가능성에 대해 조금은 더 호의를 가지고 대하게 되었다.

2.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7번째 탈락자다. 그게 이 방송의 텐션을 확 늘려준다. 시청자 뿐만 아니라 가수에게도 그렇다. 그 덕분에 프로훼셔널들이 극도로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짧은 연습 기간이 주어진 라이브라 완성도가 음반 정도로 높지는 않다. 대신 현장감이 있다는게 매력이다.

어쨋든 급한 일정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긴장감은 지금 방식말고 다른 방법이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1위를 하면 물러나는 방식은 그러므로 별 의미가 없다.

3. 이 방송을 보면서 드는 기대 중 하나는, 여기에 나온 방송인들이 이런 극도의 경쟁, 그리고 관객 바로 앞에서 소통하고 평가받는 경험이 지금까지 10여년 음악 생활의 전기가 되어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뭔가 변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 근사한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면 음악의 팬으로써는 더할 나위없는 기쁜 일이 될 것이다.

4. 사실 그런 면에서 이 방송에 나왔으면 하는 가수들은 긴 경력 속에서 자체 팬 층에 빠져 마이스터 놀음을 하며 마이 웨이를 하고 있는 몇 몇 분들인데, 그런 분들은 별 뜻이 없어보인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송이 더 우월하거나 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수나 시청자나 음악인이나 감상자나 새로운 재미있는 방식을 알게 된거고, 이를 통해 뭔가 얻을 사람은 얻으면 되는 거고, 뭔가 버릴 사람은 버리면 되는 거고, 뭔가 즐길 사람은 즐기면 되는 거다. 뮤직 뱅크, 스케치북, 디렉터스 컷 다 각각의 매력이 있다. 지나가고 나서 뭘 생각하고 뭘 변화시키느냐는 온연히 개개인의 깜냥이다.

6. 참가자들 이야기를 해보면,

이소라, 백지영이야 원래 좋아한다. 김건모의 흥겨움이 좋은데 이 방송은 그런 종류의 흥겨움을 담기는 좀 애매하다. 김범수는 노래를 잘하기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기대보다 선이 조금 가늘다는 인상을 받았다. 윤도현은 YB의 싱어라는 느낌이 강해 나가수에 나오는 게 의외였는데 생각보다 잘 부흥하고 있다. 특히 이 방송이 가지는 장르의 레인지를 넓히고 있다는 게 좋다.

사실 박정현은 좋아하는 스타일의 싱어가 아니다. 에너지가 넘치지만, 너무 넘쳐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즐겨 듣지 않는다. 그렇지만 라이브에서는 이런 폭발력이 분명 통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떨어질 타입은 분명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정현 자체보다 박정현-김태현 라인을 보는 게 - 미니 우결 - 조금 재미있었다.

정엽은 처음부터 제일 걱정스러운 타입이었다. 스타일이 매우 강하고, 그래서 호불호가 크게 나뉜다. 사실 여기에 나가수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일반 대중 평가단 500명이라는 건, 결국은 가장 일반적인 노래가 호응을 받게 되어있다. 몰개성 정도는 아니지만, 스타일과 디테일의 세계가 살아남기 무척 어려운 구조다.

물론, 바로 앞의 사람 10명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자들이 공연장에 꽉찬 관객이나 음반을 구매하기 위해 뒤적거리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도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골드문트와 MBL이 어느게 더 잡음이 없냐 따위로 경쟁하지 않듯이 프로 가수는 실력으로 경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할 말이 있고, 그 말을 전달하기 위해 관객을 만날 방법, 소통의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나가수가 음악이라는 전체의 틀을 다 책임지며 나갈 필요도, 방법도 없다. 알맞게 담고, 알맞게 버리는 일, 그리고 이 경쟁이 지루하지 않게 보이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다른 것들은 혹시 나는 작곡가다, 나는 드러머다 같은 데서 하면 된다.

7. 어쨋든 일단락되었다. 즐거운 경험이었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할 시즌을 기다린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가수라는 직업 자체가, 인디 가수가 아니라면, 이런 경쟁에 익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섭외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거라 기대한다. 아이돌의 진출도 기대한다.

8. 여전히 음악신에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며칠 있으면 무한걸스에서 '너도 가수다' 방송이 있다. 신봉선, 김신영이 없는 건 아쉽지만 이런 것들도 충분히 재미있을거고,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UV의 새 싱글도 나왔다. 이건 뭐, JYP가 낀 노래 중에 제일 좋은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 뮤직 라이프는 언제나 must go 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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