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9

먼지

방은 더워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온도계는 30도를 가리킨다. 창문과 열기를 쏙쏙 빨아들이는 얇은 콘크리트 벽이 남에서 서로 가는 햇빛을 내 방 벽이 그대로 받아 건물 자체를 익히지만 낮에는 어떻게든 나가기 때문에 집에 잘 없다. 그리고 밤에는 습한 열기 - 이것들은 둥둥 떠다니며 모두를 괴롭힌다 - 만 없다면 큰 문제는 없다. 지금이 그렇다.

장마가 시작된 지 좀 되었지만 (비는 딱 한 번 봤다만) 다행히 아직은 그렇게까지 습하지가 않다. 앞으로 7월과 8월, 길게는 9월 중순 정도까지 습한 열기로 시름시름 앓을테고 그 다음 곧바로 또 온도가 떨어져 오리털 이불을 덥고도 벌벌 떨 계절이 올 거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먼지다. 바깥에 나갔다가 오면서 뭘 그리 짊어지고 오는 지는 몰라도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둬도 이틀이 지나면 책상 위에 얇게 먼지가 쌓여있다. 사일쯤 지나면 심각해진다. 손으로 쓱 쓸면 명백한 두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창문을 닫을 수는 없다. 어찌될 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삼계탕과 비슷한 상태가 될 거 같다.

여튼 저 먼지를 하루 8시간 씩 꼼작없이 뒤집어 쓰고 있다는 뜻이다. 대략 3년 쯤 살았는데 아마 지금쯤이면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사장 정도만큼 내 폐 안에 쌓여있지 않을까. 뭔 짓을 해도 몸이 시름시름 아픈 건 먼지 탓이 아닐까. 무섭다 먼지. 어디서 오는거냐 먼지.

20130628

티브이

적어도 티브이에서 보는 사람에 대해선 편안하고 평범하고 어질고 착한 내 이웃같은 성품은 관심이 없다. 그런 사람이 주는 평온함은 그냥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므로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 - 사실 그런 이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 에나 조금 관심이 간다. 

그런 점에서 예를 들어 패리스 힐튼이나(요새 안 보이네) 사와지리 에리카에 대해 싸가지 없어서 싫어 등등의 말을 하는 건 잘 이해가 안 간다. 

물론 내 친구가 그렇다면 골치가 좀 아플 지도 모르겠지만 사와지리가 싸가지가 있든 말든 어차피 화면 안에서나 볼 사람이고 내 친구 따위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되는데(우리나라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왜 그게 신경쓰이는 지 잘 모르겠다. 

주변 지인의 싸가지없음 만큼 신경이 쓰이는 건가? 아니면 계도해서 새 사람을 만들고 싶은 건가? 혹시나 만나 친구가 될 지도 모르니 그 전까지 싸가지 없음이 사라지길 바라는 걸까?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이니까 뭔가 배울 거라든가 모범을 찾으려는 걸까? 옆에 사람에게서도 못 배우는 걸 왜 티브이에서 찾아. 과연 뭘까나...

20130627

스틸 어라이브

1. 쓸데없는 소리는 이제 '의식적'으로라도 그만해야지 싶다. 언제부터 이러는 거지... 를 곰곰이 생각해 보다.

2. 에디 슬리만의 리조트 사진은 예쁘장하게 뚝뚝 떨어져있다. 그게 뭔가 기분나쁜데 내 편견 탓인가 생각해 보고 있다. 편견의 제거는 꽤 어렵다. 그러면서 타인에게 편견의 제거을 요구하고 있다니 그것도 나름 부당하다.

3. 패션 화보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구석구석까지 콘트롤 된 결과물을 보는 거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건 정교한 지도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물론 반대의 입장, 즉 들여다 봄을 당하는 모델의 입장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라이브보다 정교하게 통제된 스튜디오 음반을 좋아하듯이 스냅샷이나 스트리트샷보다는 스튜디오샷이 좋다. 하지만 역시 그런 것은 길거리 특유의 생동감이 없고 또한 적나라하다. 그건 그것대로 무서운 일이다.

4. 제대로 된 물건을 구입하고, 그것들을 갈고 닦으며 쓰고 싶다. 그런 경험이 끝나버린지 대략 십 년은 지난 거 같다.

5. 뭐 여튼 그러하다. 떠든다고 뭔가 나타나지 않고, 침묵한다고 뭔가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해 왔는데 꼭 그렇치만도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 한다. 하지만 그런 설레발은 내가 지닌 재주가 아니기도 하다. 멋대로 틀어지는 걸 보는 건 언제나 즐겁지 않지.

6. 왜케 오타가 많이 나... 타이핑 어려워.

구도, 희망, 현상

1. 일요일에 집에 있으면서 몇 가지를 봤다. 우선 넷플릭스의 빌로우. 화면 맨 처음 추천에 뜨길래 봤다. 어부로 먹고 사는 캐나다의 시골 마을과 괴물 크라켄 같은 게 나오는 시리즈인데 코미디가 아니라 진지하다. 전반적으로 이런 배경이 나오는 흔한 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