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3

추운 게 싫다

1. 응급실 보호자 대기실에는 TV가 하나 붙어 있어서 응급실에 몇 명이나 있는지, 현재 무슨 일이 진행 중인지 표시가 되고 있었다. 밤 10시에는 3명 쯤이 있었는데 어느새 한 화면에 8명 표시되는 화면이 두 페이지로 넘어가 있다. 담당 의사가 한 명인데(이름이 적혀 있다) 매우 바쁠 거 같다. 평범한 평일 밤이 이 정도라면 주말에는 훨씬 더 붐비겠다는 생각을 한다.

화면에는 이름의 성과 끝자, 나이가 나와있다. 30, 40대도 있지만 대부분은 70대 이상과 10세 이하다. 울면서 들어온 5살 여자 아이가 있었고, 정신이 있는 건지 궁금한 40대가 있었다. 여튼 어떤 할아버지가 묵묵히 들어와 응급실로 들어갔다. 조금 있다가 화면에 이름이 표기되었는데 87세다. 응급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대기실에서는 알 수가 없으니 멍하니 앉아 다른 쪽에서 틀어져 있는 TV에서 나오는 드라마 화면을 바라 보고 있는데 87세의 할아버지가 응급 조치가 다 끝났는지 다시 대기실로 돌아온다.

수납은 여기에서 하고 나가야 하고 혹시 입원이 결정되어도 여기에서 수속을 마쳐야 한다. 세이프티 완장을 달고 있는 안전 요원이 함께 따라나와 돈을 내야 한다고 말하는데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시는 지 빼가라고 속삭이듯 말한다. 9만 얼마가 나왔는데 안전 요원분이 점퍼 지퍼를 열어 지갑을 꺼내 대신 돈을 지불해 주고 거스름돈을 넣는다. 댁이 어디시냐고, 택시를 불러드릴까요 물어보니까 고개를 끄덕거린다. 안전 요원은 휴대폰을 들고 도착지(경기도 어딘가의 아파트 8층이다)를 입력하고 택시를 부른다.

할아버지는 가만히 앉아 택시를 기다리다가 곧 안전 요원과 함께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렇게 혼자 밤의 응급실에 와 치료를 받고 혼자 돌아갔다. 부디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여튼 우리 쪽은 입원이 결정되었고 병원 위로 올라갔다.

2. 며칠 간 복잡한 일들이 발생했다. 뭐 다행히 이제는 일단 괜찮아졌다. 일이 몇 가지 있었는데 전부 다 손을 놓고 있던 바람에 어떤 건 결국 못했고, 어떤 건 늦게나마 끝마쳐 보냈다.

3. 보호자 대기실에 앉아 TV도 보고 노래도 듣고 뭐 그러면서 보냈다. 다행히 집이 가까워 왔다갔다 할 수 있었다. 이 며칠간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도깨비 OST의 스테이 위드 미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정규 1집과 2집이다. 그냥 플레이리스트에 올려 놓고 계속 돌렸다. 나중에 이 음반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

4. 추운 게 너무 싫다. 나름 날이 풀린 것도 같았는데 한 순간이라도 몸의 한 부분에 차갑다는 게 느껴지면 너무나 짜증이 나고 진저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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