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0

몇 권의 책

1. 중력의 임무를 다 읽었다. SF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고, 이런 식의 '설정'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어서 읽는 게 꽤 힘들었다. 일단 이런 식의 가상 세계 설정이 소설로 유효한지 의문이 생기긴 했는데 이는 더 복잡한 설정도 보다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의 문법에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951년 작이니까 그때라면 훅 빠져들어 읽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여튼 재밌는 작업 같기는 하다.

2. 옥스퍼드 중국사 수업을 다 읽었다. 중국 역사를 전혀 모르니까 시간이 날 때 상식 선에서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구입했던 건데 읽다 보니 이 정도 레벨의 중국사는 꽤 알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에서라면 그냥 살기만 해도 그 정도는 알게 되는 건가... 싶어서 살짝 놀랐다. 그래도 뭐 장점이라면 통사가 나름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 죽 보는 거 정도의 의의가 있는 듯하고 단점은 정작 궁금했던 것들 - 1900년대 초부터 1960년대 정도까지의 복잡 미묘함 - 은 이 정도 읽어봐야 여전히 모른다는 것 정도. 자본에 여유가 있다면 저 만한 두께(448페이지)에 100년 정도씩 들어가 있는 전집 같은 게 혹시 있다면 읽어보고 싶긴 하다.

3. 뉴로맨서는 잠잘 때 읽자고 침대 옆에 던져놨다가 생각나면 보곤 했는데 그렇게 읽다보니까 뭐가 뭔지 잘 모르게되서 이번에 시간이 좀 난 김에 주르륵 읽었다.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어딘가 짜증나는 구석이 있다는 걸 재확인했다.

4. 확장도시 인천 예전 판을 한 글자 한 글자 다 읽었다. 왜 내가 인천에 대해 이리 자세히 알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결국 떨치진 못했지만 어차피 이 책의 목적이 인천을 이런 식으로 파악하는 데 있는 거 같진 않고 뭔가를 들여다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보면 재미있었다. 여튼 적어도 나는 이런 방식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근본적인 회의가 있기는 한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5. 책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2017년 시점에서 바라보자면 분명 어딘가 무식한 양식인데 물리적 존재감 - 블루레이 DVD 케이스와는 다르다 - 과 더불어 아무리 어지러운 이야기가 나와도 두통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훌륭하다. 요새 모니터, TV 등등을 열심히 들여다 보면 멀미 증상이 자주 일어나는 문제가 있는데 책에서는 아지까지 별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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