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7

여름이 확실하게 끝나가고 있다

1. 데스크탑을 딱 켰는데 파란불이 살짝 들어오더니 다시 꺼졌다. 그 후로는 미동도 없는 상태다. 이것은 전형적인 파워가 나감(최소 퓨즈가 나감)의 모습이다... 귀찮다. 센서로 동작하는 현관불도 나갔는데 집 전기에 문제가 있는 걸까?

2. 가끔 "특정한 무엇"인가가 보고 싶다, 읽고 싶다라는 트윗같은 걸 보게 되는데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겐 그런 욕구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이미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해 버린 걸 보고 싶거나 읽고 싶다는 건 완성도 외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잘 이해가 안 가지만 아마도 완성본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거겠지? 전혀 모르겠는 욕망이라 써놓고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3. 자전거용 공공 공기주입기라는게 있는데 노원구와 강북구는 설치해 놨지만 성북구는 설치해 놓은 게 없다. 바람이 빠져 있어서 그래도 좀 가까운(대략 5km 정도 떨어져 있는) 노원구 설치 주입기를 찾아갔는데 실내에 있는 거라 밤에는 사용 불가, 또 몇 킬로를 갔는데 거기는 고장, 수동 공기 주입기 설치된 걸 학교 옆에서 찾았는데 그것도 작동 불능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왜 공공 공기주입기를 실내에 설치해 놨는지 모르겠다. 

다른 노원구 섹터는 멀고 강북구 섹터로 가려면 기차길 때문에 지하도를 건너야 해서 고민하다가 넘어갔는데 결국 작동하는 게 있어서 바람을 넣었다. 노원구는 구내 관리를 좀 한다(돈도 많고 그러니까), 강북구는 가난하다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작은 사건이지만 편견은 역시 좋지 않다는 생각을 재확인했다. 리슨 위다웃 프레쥬디스를 매일 한 번씩 들어야지.

4. 개인적으로 편견에 반감이 큰 편이라 관상, 표정, 태도 등을 가지고 속단하는 사람을 보면 예전에는 화가 났는데 요즘은 그냥 신기하거나 재미있다. 확신의 요체가 궁금하다.

5. 어제 유튜브 뮤직비디오를 뒤적거리다가 케이티 페리가 궁금해져서(소문을 몰고 다니는 불같이 유명한 여성 보컬 중 다른 건 대충 들어봤는데 케이티 페리와 테일러 스위프트는 잘 모른다) 케이티 페리 최신반이 2010년 거길래 사버렸다. 8불인가 그랬음. 2012년인가 나온 신곡 몇 곡을 넣은 리패키지 반이 있기는 하다. 해병대 가는 뮤비의 part of me는 거기에 들어있다.

막상 들어보니 린지 로한 들었을 때와 약간 비슷한 기분인데 꽤 직선적인 분위기에 허스키한 목소리가 지배하는 이거 락인가 싶은 팝이다. 뮤직비디오들은 이상하게 뜬금없는데 그렇다고 완전 막장으로 흘러가버리진 않은 엠티비 타입의 실험 영화라고 할까, 프랜차이즈 식 돌출 행동이라고 할까 여튼 그런 식이다.

그래도 뭐 이런 곡들이 나름 깔끔하니 리듬도 흥겹고 듣기도 편하니 그렇구나 하고 앨범 정보를 찾아봤는데 알고보니 이 앨범에서만 빌보드 싱글 1위가 5곡이 나왔다. 여성 보컬로는 최초, 마이클 잭슨의 배드 음반에 이어 두번째다. 

가수마다 전략의 차이는 있겠지만 브리트니, 리안나, 린지 그리고 아델 심지어 마돈나나 에미넴도 이런 음반은 못 냈다. 이러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이 정도면 가히 특정한 사회 현상이라고 해도 될 만큼 인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알다시피 그 시끄럽던 강남 스타일도 1위는 못 했었다. 그런데 5곡이다. 1년 공연 수입이 5500만불이었단다. 대체 왜? 라는 궁금함이 있고, 노래만 들어서는 전혀 알 수 없기에 이것 저것 찾아봤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과연 이게 배드 만큼 팝 씬의 한 부분을 바꿔 놓을지(어디라도 상관없으니), 지금 5곡을 1위로 만들어 준 수많은 이들이 30년 쯤 지나서 2010년을 생각하면 정말 추억이 방울방울처럼 케이티 페리를 떠올릴 지도 궁금하다.


20130820

여름이 슬슬 끝나간다

1. 남풍이 어느날 문득 북풍으로 바뀌었다. 일기예보에서 보고 변화의 날짜를 명확히 인식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공기의 결이 확실히 달라졌다. 놀랍다.

2. 살면서 여러가지 이상한 일들을 보고 겪어왔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왜냐면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기 때문이고 사라진 일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혹시나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그런 걸 다 끄집어 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테다. 트위터는 호들갑을 생중계해 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기가막힌 바보같은 매체다.

3. 서울방재청 트위터를 리스트에 올려놓으면 시시각각 화재 재난 소식이 뜬다. 어딘가에서 불이 났고, 세간이 불타버리고, 소방차가 몰려오고, 물을 뿌려대겠지. 마음이 아프다. 재난을 당한 이들이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4. 요지 야마모토 인터뷰를 보는데 그래도 아직은 자기를 이해하고 제품을 사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해'라는 말은 굉장하다.

물론 '이해'없이 사는 사람도 있을테고 아마도 더 많을 거다. 예전에 랑방의 패션을 이해한다면 유한 계급이 아닌 한 애초에 돈 벌긴 틀렸으므로 못 살 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논리적, 정신적 이해 뿐만 아니라 감각적 이해 같은 것도 세상엔 있다고 여겨진다. 만약 하필 그 옷을 골랐다면 적어도 무엇인가가 머리 속에 납득이 됐기 때문일테고 그것도 광의의 이해에 포함될 거다.

그렇다고 해도 내 옷을 이해하는 구매자를 상정하는 건 이런 분들이나 가능하지 않을까. 에잇세컨즈나 유니클로는 이런 말을 못 할 테니까.

5. 선미의 첫번째 솔로 MV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페도파일 죄책감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은교 캐릭터, 또는 야마구치 모모에의 좀 더 되바라진 21세기 버전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게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요새 마침 섹시 컨셉이 대세고 어린 여자애들은 널려 있으니까 적당하다.

선미의 경우 살쪄서 40kg대, 티저와 인터뷰의 숏팬츠와 하얀 옷, 사랑에 막 눈 뜬 20대라는 가사, 원더걸스에서의 검증된 실력과 무대 경험,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 인지도 + 공백까지 꽤 괜찮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기대를 했고 이번 MV는 꽤 근접하긴 했는데 여러모로 아쉬운 게 많다. 이 사람을 그렇게 안 써먹으면 그게 대체 뭐야...

박지윤이나 가인 등 비슷한 류에 애매하게 걸치는 바람에 흰옷, 머리, 메이크업, 표정, 발음, 맨발의 무신경함이 죽어버렸다. 치렁거리는 목걸이와 애매한 주름의 셔츠(빳빳한 쪽은 괜찮다), 때아닌 박스티를 빼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이미 늦었겠지, 이미 틀렸겠지. 애초에 MV를 보면서 가인이 생각나 버리면 안 되는 거였다.

20130813

무더운 8월

1. 정말 말도 안되게 덥다. 요 며칠 밤은 그래도 예전 정도구나 싶은데 저번 주 토요일인가 금요일인가는 아, 살면서 가장 더운 밤이 아닌가, 이게 문제가 심각한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전기 때문에 난리다. 전기는 뉴스를 금방 훑어만 봐도 발전소 비리와 얽힌 가동 중지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저렴한 산업용 전기가 가장 큰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시민들이 허덕거리며 에어컨 몇 개 꺼봐야 산업용 전기 보조금 살짝 줄이는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만큼도 영향을 못 미칠 게 분명하다.

아주 크게 봐서 둘 다 이해는 할 수 있다. 발전소는 문제가 있지만 일단은 작금의 현실이고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고치면 된다. 산업용 전기는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하니,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정책 지지율도 높은 편이니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직시하고(정부만 딴 이유를 들고 있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다) 설명해주며 양해를 구하는 게 옳다. 전기가 너무 모자라 강제적 조치가 취해진 다고 해도 설득의 방향은 그쪽이어야 한다. 적어도 뻥을 치며 위협은 하지 말아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자기 나라 정부라는 놈이 거기다 대고 니들이 집에서 전기를 많이 써서 모자른 거라고 애먼 시민들 탓이나 하고 있으니 대체 누가 아 그렇구나 나도 동참해야지 하겠냐.

또 하나. 지금 절전을 유도하는 곳은 대부분 대중 시설이다. 더위와 전기 부족의 대책이라고 나온 것들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집에서는 도저히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어 지하철이나 지하도라도 나가는 가난한 이들이다.

저번달 말에는 대통령도 냉방기 안 틀고 산다 뭐 이런 이야기를 낸 적있는데(너무 더워서 이제는 튼다지만) 내 집이 그렇게 넓고 뒤에 산도 있으면 전기 다 꺼놓고 맨날 잔디밭에서 자겠다. 말 같은 소리를 해야 그렇구나 하지. 나도 괜찮으니 너도 괜찮을 거다 따위 말하는 인간치고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

여하튼 정책의 첫번째 피해자가 사회의 가장 힘든 사람, 그래서 목소리가 가장 작은 사람으로 책정한 걸 보면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는 하는 건지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20130808

임랑 해수욕장

이미 쓴 이야기지만 해운대는 못 갔지만 임랑 해수욕장은 갔다.

2013-08-05 15.46.02

멀리 보이는 게 고리 핵 발전소다. 겨울에도 물이 따뜻하대 으하하 떠들었었는데 사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잠깐 들어가 있다가 나왔다. 핵 발전소 뭐하는 거야... 그리고 임랑은 모래에 돌이 너무 많아서 쪼리든 아쿠아 슈즈든 무슨 수가 있지 않는 한 맨발로는 좀 어렵다. 예전에 을왕리인가에서 날카로운 돌에 대박 베인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좀 있다.

여기서 포기하고 다음날 거제도에 있는 해수욕장에 갔는데 황포는 해수욕장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런 곳이었고, 능소몽돌(몽돌은 자갈해변을 말한다)은 기대보다는 괜찮은 곳이었다. 하지만 거제는 부산처럼 정찰 가격제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사람이 친해지려면 어느 정도 한도 안에서 긍정적인 의미의 폐를 좀 끼치고 폐끼침을 좀 당하고 해야 하는데 여러가지 사정상 어디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최근 이 상황에 '고립의 가속화 악순환'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내가).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 및 복구 능력이 삶의 질이 보여주는 어느 척도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표시된 눈금 자체가 없다. 아쉬운 일도 많고, 버려지는 것들도 많겠지만 사실 딱히 삶의 해결책을 찾아낼 수도 없었으니 이제는 다른 방책을 찾아야만 한다.

이해가 안 간다

그냥 일상적인 레토릭으로써의 엄살, 혹은 어렵고 난해한 이론을 대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데는 몇가지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우선은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며칠 전 화가 난다고 고속도로 1차선에서 차를 멈춘 사람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는데 바로 이런 걸 말한다.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비정상의 정도가 치료가 필요한 상태와 정상으로 판정받을 상태의 바운더리에 위치한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이런 건 평범한 이해의 대상이 아니고 치료를 받든 격리를 시키든 전문가에 의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기 전까지는 일단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두번째는 얼마 전 트위터에서 "푸드코트에서 밥 먹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류의 이야기를 봤다. 이 경우는 대상에 대한 상상력의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세간에는 수많은 사정들이 있고 그 중에는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해야만 하는 사정도 있다. 맛있고, 편하고, 시원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등에서 접근이 매우 용이하고, 포인트도 쌓이고 할인도 받는다라고 생각한다고 거기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이해못할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혹시 그건 피치못할 사정일 뿐이고 보통은 먹지 않겠지만 굳이 찾아가서 먹는 이를 말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라면 나 역시 삼시 세끼 조선호텔과 신라호텔에서만 먹고 싶은데 피치못할 사정으로 못 먹고 있다. 내 경우에 한정하자면 푸드코트에서 왜 밥을 안 먹어야 하는 지 상상이 잘 안되지만 사실 지금같은 기회가 아니라면 그렇다고 굳이 바깥에 꺼내놓고 할 이야기로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언젠가 상황이 되면 알 수도 있겠지 정도다.


이 부분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렇게 어느 부분의 문이 닫혀있고, 아니면 아예 문이 생길 기미도 없는 경우는 사실 첫번째 분류만큼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어있는 곳에 잘못된 망상이 들어차는 건 한 순간이다. 더구나 두번째 분류는 다른 부분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영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알아채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들을 꽤 경계한다.

두번째 분류는 대상 말고 사람의 경우도 있다. 비어있는 넓은 화장실에서 굳이 옆자리 칸에 들어오는 사람, 비어있는 넓은 지하철에서 굳이 옆자리에 앉는 사람(선호하는 자리에 내가 앉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옆에 앉는다는 지점부터 첫번째와 두번째에 겹친다), 넓은 식당에서 굳이 마주보는 자리에 앉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 혹시 불편하진 않을 지에 전혀 관심이 없고 감각적인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별 일 아니고 거기서만 그런다라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셔츠 단추 맨 아래를 잘 못 잠근 것과 똑같다. 혼자 다니다 보니 은근히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지막은 아마도 그게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티아라가 왜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아직 해체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이런 건 아마도 이 이유 때문일테다. 이런 건 그 분야 필드에서의 감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거긴 하지만 사실 장기 훈수둘 때 처럼 바깥 사람에게 더 잘 보이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감각은 역시 실전이 만들어내는 게 많고 그러므로 나로써는 위법이 확실치 않는 한 아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만다. 이런 분야 역시 외부인으로써는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이해관계를 두고 속을 가능성이 높다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남의 살아가는 사정에 대해 공공연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부분이 많고 그걸 표현하는 사람은, 일단은 피하고 보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요괴헌터를 읽다

김&홍 사무실에서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요괴헌터를 빌려 읽었다. 그냥 제목만 보고 요괴를 잡나보군... 하는 생각만 가지고 봤다. 1974년부터 연재했다는데 번역본은 3권까지 나와있고 1편은 지(地), 2편은 천(天), 3편은 수(水)편이다. 1편은 땅귀신이 나오고 2편은 하늘 귀신이 나오고, 3편은 물귀신이 나온다는.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 지방 기담집인데 그걸 응용해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일본 전통 설화에 딱히 조예는 없지만 내용이나 짧은 주석으로 대충 설명이 나오는데 기본 프레임에 알맞게 덧붙이고 알맞게 조립해 심심찮게 읽을 수 있다. 매우 무서워 간담이 서늘해진다거나, 짜증난다거나 하는 건 별로 없다.

20130807

2013 여름, 부산

진성 워커홀릭의 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딱히 빈정대는 게 아니고 약간은 걱정) 후배 김군이 휴가를 맞이하여 경남 지역의 몇몇 지역을 견학 겸 둘러 보고 온다길래 따라 나섰다.

요즘 경제 사정이 정말 극단적으로 좋질 않아 돈 같은 건 한 푼도 없이 그냥 껴서 얻어먹으며 가는 여행이라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여름 성수기에 부산에 갔으면서 해운대에는 못 가본, 그 외에도 내 입장에서는 꽤나 머리 속이 복잡하고 약간은 이상한 부산행이었다.

미지의 도시 대구를 거쳐 기장과 센텀시티, 서면 그리고 김해와 거제를 지나 통영에 들렀다. 중간 중간 휴대폰의 GPS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던가, 로그를 못 찍어서 정확한 지점을 유추할 수 없든가 하는 곳들이 있다. 내내 엄청나게 더웠고, 엄청나게 습했고, 그러다가 비가 왔다 하면 내일은 없어 분위기로 쏟아졌다.

 

이왕 나선 김에 그러면 나는 여행 앱이나 어떤지 좀 써볼까 싶어서 TrackmyTour를 사용했다. 지금까지 여행 정리용으로 쓰던 TripLine에 비해 웹 상에서 미세한 부분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게 불편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나은 점도 많다. 하지만 이런 앱들은 보통은 자전거나 도보 등 여행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이나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 정리에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딱히 3G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GPS Hiker 앱으로 GPS Log도 만들어봤는데 이 앱은 좀 엉망진창이다. 중간에 멋대로 혼자 끊긴다. 그래도 구글어스에서 불러보니 대강의 루트는 보인다.

2013busan

Click here to TrackMyTour!

예전에는 Map Embed가 되었던 거 같은데 왜 링크로만 나오지... 위 링크를 클릭하면 자세한 여행 로그 및 사진을 볼 수 있다. 뭐 여튼 이런 여행이었다.

20130803

토요일

1. 글을 쓸게 좀 있어서 일찍 나왔고, 회의도 중간에 나왔는데(딱히 회의랄 만한 걸 한 건 아니었지만 휴식과 환기의 차원에서 갔었다) 그래놓고도 별로 한 게 없다. 뭘 생각해도 머리 속에 거대하게 '덥다'와 '습하다'가 쿵쿵 벽에 부딪치며 굴러다니는 거 같다.

2. 초등학생들이 선생에게 잘 보이려고 막 뭔가 열심히 하고 이것 좀 봐주세요 하는 눈빛을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뭐 그건 그거대로 그려려니 싶지만(애들은 뭘 잘 모르고 영악하니까) 다 커서도 그러고 있는 걸 보면 무섭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 응용의 대표적인게 뉴스에서 흔히 보는 '이걸 외국인이 보면 어떻겠냐' 하는 류의 기사다. 자고로 사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가 어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겠고, 시민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나라가 어찌 외국인을 만족시키겠나. 엉뚱한 생각하지 말고 우리 눈에 좋을 거나 좀 잘 해 놓으면 좋겠다.

3. 아키라 만화책을 3권까지 봤다. 역시나 내 기억 속의 그것과 꽤나 다르다(기억은 언제나 이렇게 재구조된다). 놀림거리가 많기는 하지만(포커스는 좀 다를 지 몰라도 그때도 사정은 비슷했을 거 같다) 여전히 재미는 있다. 사방에 이상하고 화려한 장치를 잔뜩 벌려놓고 정작 아키라를 토실토실하게 그린 건 예나 지금이나 참 마음에 든다.'

4. 바루스... 하야오 작품은 나랑 확실히 안 맞아.

5. 여러가지로 짜증나는 8월의 시작이다.

20130802

8월이다

한동안 침잠되어 있다.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함. 앙스트 앙스트. 여하튼 그러다가 에휴 이렇게 살 순 없지하며 허허 웃기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보통은 이런 주기로 살아왔는데 몇 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어김없이 잠재되어 있던 위기 중 하나가 문득 찾아온다.

어제도 그랬고 덕분에 오늘 꼼짝을 못했다. 악한 기운들이 이봐, 나도 있다고... 라고 말하는 거 같다. 여하튼 심적 상황은 같은데 주변의 위기 요인을 늘려만 오면서 살아왔기 때문일테다. 대개의 위기들은 보통 인간들에게는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취약한 인간이라는 건 보통 그러하다. 둑은 튼튼하게 쌓아놓은 시멘트 벽부터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은 너무나 습하고 너무나 덥다. 이벤트를 기록해 놔야지 하고 구입했던 다이어리 속지는 6월부터 방치 상태다. 혼자 물을 먹으며 쭈글쭈글해지고 있다. 방바닥에 깔려있는 비닐 장판은 더위에 늘어나 커다란 웨이브 파형을 만들고 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청소할 때마다 방바닥에 쌓여있는 모래와 잔돌들을 치우게 된다. 자전거와는 관계없다.

해야할 일들을 어서 해야 하고, 써야할 글들을 어서 마무리지어야 한다. 아키라를 읽을 것이며, 삼육대학교 후문에 다녀올 것이다. 지금 머리 속에 들어있는 생각은 이 정도 밖에 없다. 노력을 했든 운이 좋든 여튼 뭔가 구축한 인간들이 그러지 못한 인간들을 타박하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뭐 그런 말이 들리는 곳에 가 있는 거 자체가 문제이지만. 함께 떠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말을 되뇌어 보는 것조차 너무나 호화롭게 들린다.

텀블러에 몇 가지 시시한 이야기를 썼고, 블로그 포스팅을 했고, 사이드 바에 헬프 원티드라는 배너를 달았다. 약간 민망하다. 트위터에는 나름 고이 간직해 왔던 사진을 올렸다. 원래 그런 거다.

20130801

브아걸을 듣다

정규 5집 'Black Box'가 나왔다. 브아걸의 행보는 여러가지로 좀 아쉬운데 그래도 이번 음반에서는 브아걸 원래 색을 조금 더 표면 위에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특히 레시피나 날아갈래 같은 곡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해도 하나하나는 어디다 내 놔도 별로 꿀릴 일이 없는 멤버 4명을 데려다 놓고 결과물이 이런 음반이라는 건 역시 아쉽다.

킬 빌 MV 같은 경우 굳이 저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드라마틱한 쎈 언니 이미지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그런 거 같은데 사실 너무 요란하다. 좀 더 어울리는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대하 장편 사극같은 걸 찍어야 될 판이다.

약간 다르지만 에펙스가 snapshot 같은 곡에서 뜬금없이, 하지만 매우 스무스하게 뮤지컬같은 걸 하는 걸 생각해보면 이렇게 너무 '맘 잡고' 자 이제 내가 지금부터 뭔가 보여줄꺼야! 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거 같아 약간 민망하다.

미료의 랩을 좋아하긴 하지만 미료의 인기가 좋아지다 보니 그런 건지 랩의 비중이 너무 늘어갔고 그 때문에 전체적인 발란스가 깨졌다. 랩 음악에 코러스를 얹든지, 보컬 음악에 랩을 양념처럼 넣든지 둘 중 하나 일텐데 이건 이도 저도 아니어서 둘 다가 조금씩 걸린다. 원래의 균형을 유지하고 미료 솔로를 더 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브아걸은 멤버 각자의 목소리가 참 매력적인데 그걸 다 묻어버렸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따뜻, 앵앵, 증거

1. 시험 기간이 끝났나 보다. 도서관은 다시 조용해졌다. 4월 말의 햇빛도 무척 따뜻하다. 2. 운동을 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제가 무릎과 발이다. 조금만 무리하면 둘 다 아파. 이 둘이 아프면 유산소, 근력 모두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