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8

3일, 臥病의 기록

원래 생산성 없기로 유명한 나지만, 나로서도 유난히 아무 것도 안한 3일이 흘러갔다. 계속된 오판의 결과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일은 4월 6일에 시작된다.

 

4월 6일. 아침에 일어나서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래도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컴퓨터를 잠시 켜놓고 오렌지 주스와 단팥빵을 먹다. 단팥빵이 이상하게 몸에 와닿지가 않아서 1/4쯤 남김.

나가야되는데 생각만 하면서 앉아있다가 문득, 이거 누워야 되는거구나라는 생각에 도달 - 이불 속으로 고고씽. 오한, 발열, 메스꺼움이 계속 이어졌다. 감기라고 생각해 화이투벤을 먹었다.

두통이 계속 있어서 이유가 뭘까 생각하다가 커피를 안마셔서 그런게로구나(정량의 카페인이 없으면 두통이 생긴다) 싶어 방안을 뒤적거려 모카골드 인스턴트 커피를 발견 그걸 마심. (하지만 카페인에 의한 두통은 뒤통수가 아픈데 이때는 머리 위쪽이 울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별 차도 없음. 할 수 없이 펜잘 하나 먹음.

한 3시쯤 까지 헥헥 거리다 너무 배가 고파 오는데 뭘 먹을 수가 없어서 어머니에게 긴급 타전 - 참치죽이라도 좀 사다주세요. 계속 누워있다가 본죽 1/4가량 먹고 다시 드러누움. 얼마 전에 병원에서 처방전으로 받은 감기약 남은게 있어서 그걸 먹음.

10시쯤 잠깐 일어나 본죽 1/4가량을 더 먹고 계속 누워있었다. 밤에 계속 트름, 설사 반복.

 

4월 7일. 여전히 좋지는 않은데 어제보다는 나은 상황. 그래도 계속 춥다. 생각해보니 이건 감기가 아니라 체한거였구나 결론. 체한건 항상 늦게 깨닫는 자신을 한탄하고 조금 앉아있었음.

괜찮은데 과연 나갈 수 있는건지 확신이 안생겨 컴퓨터 켜놓고 쳐다보다가 9시 52분부터 10시 22분까지 30분간 친구와 지토크로 채팅. 점심은 나가서 먹어야겠다 싶어 씻고 짐챙겨 밖으로 고고.

점심은 나물 비빔밥에 계란 후라이. 소화가 안되서 30분간 산책, 역시 체한거였구나 생각. 저녁에는 부대찌게를 시켰지만 반 밖에 못먹음. 다시 안좋아지기 시작하길래 약국에 가서 가스 활명수 사먹음.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갑자기 쥐포가 너무 먹고 싶어져서 하나 사먹음. 하지만 맛 없었다. ㅠㅠ

밤에 약속이 있어 여의도 갔다가(벚꽃 축제가 시작이라는데 벚꽃은 어디에 피어있는거냐) 카페 라떼에 마마스 클럽 샌드위치(베이컨, 계란, 치즈, 햄, 상추 가득) 먹음. 조금만 먹을 생각이었는데 맛있어서 다 먹어버렸다.

집에 들어왔다가 역시 계속 갤갤거림.

 

4월 8일. 훨씬 나아지기는 했는데 역시 약간의 오한.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건 체한게 아니라 뭔가 식중독 혹은 상한 음식을 먹고 문제가 생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듬. 예전에 식중독 비스무리한게 걸려서 사놓은 약이 있다는게 기억나 온 방안을 다 뒤졌는데 못 찾았다.

어쨋든 나와서 점심은 신사동에서 동생이랑 포호아 K9 쌀국수. 오한은 많이 죽었지만 계속 배가 아팠는데, 왠지 다 먹어버렸다. 국물이 기대보다 좀 진하고 짰음. 아이스 커피 마시고 지하철 탔는데 다시 복통과 두통이 시작.

저녁은 고추장 불고기 백반. 또 다 먹어버림. 계속 아프길래 배탈약을 살까 하다가 이제 거의 다 나았는데(배탈약, 설사약 종류를 먹으면 몸이 상당히 힘들다) 싶어서 그냥 가스 활명수 또 사먹음. 어딘가 균형이 깨진 듯 한 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옴.

 

아직도 이게 감기인지, 체한건지, 식중독인지 잘 모르겠다. 이런거 잘 맞추는 편인데 어렵다. 그리고 나이가 먹어가니까 아픈게 잘 안나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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