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걸그룹을 응원하며 내가 가지고 있던 기대는 분명 실패했다. 그들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 돈과 인지도, 팬덤을 만들고 그게 권력이 되면 예컨대 기획사나 방송의 권력에서 독립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고 펼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장이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런 꿈은 사실 비현실적이었다. 이 사회의 튼튼한 장벽들을 넘어서는 건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개인을 보호하지도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지점에서 환멸을 느끼고 응원을 멈춰버리는 건 더 의미가 없긴 하다. 지금까지의 일들도 모두 무위로 만든다. 어쨌든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것들이 쌓여 대형 팬덤형 그룹이나 프로듀싱이 가능한 그룹이 등장하고 있다. 앞의 일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렇지만 이 길이 과연 맞는 길인가 하는 의구심은 멈추지 않는다. 이 길로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면 그게 된 건가 점점 더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능력이 있는 이들은 허황된 꿈을 꾸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현재의 구조에 기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팬이라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 길을 가로 막는 것들을 위협하고 몰아내는 게 그나마 응원을 하는 이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나마 생각한다.
또 다시, 괴로운 밤이다.
201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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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온도,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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