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7

듀크

예전 영국옷 이야기를 찾다보면 아무래도 귀족 이야기를 보게 된다. 사실 프린스 오브 웨일즈 정도 알지 이게 영 익숙하지도 않고 더구나 복잡하고 알 필요도 별로 없는거라 이름만 알아놓고 그냥 넘어가는데 심심해서 듀크 오브 콘월(프린스 오브 웨일즈 외에 찰스 왕세자가 가지고 있는 몇 개의 작위들 중 하나다)을 좀 찾아봤다. 듀크는 공작, 콘월은 동네 이름이다.

잉글랜드 지역에 남아있는 공작 작위는 현재 두 가지로 콘월과 랭커스터다. 이 중 랭커스터는 1400년 대 이후에 보유자가 없고(왕이 되버려서 끊겼다고 하는데 정확히 뭔 소린지는 모르겠다) 콘월은 있다. 이건 작위이긴 한데 왕이 하사하는 건 아니고 잉글랜드 왕위 계승자 + 왕의 아들 중 최연장자의 경우 자동으로 계승된다. 그러니까 왕위를 계승하는데 장남이 아니면(예를 들어 손자) 콘월 공작은 될 수 없다.

이외에 찰스 왕세자는 로스시 공작이기도 한데 그건 스코틀랜드 작위다.

 

공작은 왕 바로 아래 가장 쎈 놈을 말한다. 그러므로 왕국이면 거의 다 있었다. 그리고 공국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콘월 공작의 경우 다스리는 땅, 즉 공국은 물론 콘월에 있다. 콘월 공작령은 570제곱 킬로미터라고 한다. 1제곱 킬로미터가 30만평 쯤 되니까... 모르겠다. 여튼 꽤 크다.

좀 재미있는 건 : 공작은 영지에서 지대를 받는데 찰스 왕세자의 경우 1973년에 하얀 장갑 1켤레, 그레이하운드 1쌍, 1파운드의 후추와 쿠민, 금색 박차 1쌍, 실링 은화 100닢, 활, 창 및 땔감을 받았다고 한다. 쿠민은 향신료.

그리고 이외에도 공작령에 대해 몇 가지 권한이 있는데, 예를 들어 콘월 주 장관은 공작이 임명한다. 또 영국에서 유언 없이 죽은 사람의 유산, 상속인이 없는 토지, 발견된 매장물 및 해안에서 난파된 배는 원래 국왕 소유가 되는데 콘월에서는 공작의 것이 된다. 또 영국에서 잡힌 철갑상어는 국왕에게 (의례상) 진상하지만 콘월에서는 공작에게 진상한다고 한다.

뭐 그렇다고 함.

20131125

잉여의 날들

1. Days of Surplus라고 쓰려다가 그러면 Commodity Fetishism이 생각나고 이러쿵 저러쿵.

2. 뭔가 좋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최근엔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은 듯 하다. 텀블러도, 트위터도, 블로그도 안 보고 그냥 혼자 떠든다. 마침 할 일도 많은 시기라 - 그 진척 상황과는 별개로 - 잡스러운 생각들이 들면 다시 할 일을 하면 된다. 최근 내게 필요한 건 우스개 소리를 하는 뉴 트윗 판이 아니라... 아니 이 이야기는 관두자.

3. 유니클로 룸슈즈를 세탁했다. 물론 굉장히 더러웠고, 손빨래는 힘들었다. 말리려고 내놓고 나서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 이틀을 비가 내렸다. 어제는 광풍이 몰아치며 창문을 떨어트릴 기세였다. 물에 젖은 룸슈즈의 스폰지는 이틀 째 그대로다. 태평양 전쟁에 참여한 미군의 몰골인가.

후리스 장갑도 빨았다. 지하철에서 천원 주고 구입했는데 작년에는 시큰둥해서 잘 안 썼는데 올해는 왠지 굉장히 요긴하게 느껴진다. 오른손 검지에 뭔가 다른 섬유가 붙어있어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한 척 되어 있지만 전혀 안 되서 이건 장식이냐 우하하 하고 웃고 인스타그램에다 올리기도 했었는데 오늘 엘지 뷰투 전화기에 해보니 이게 되는 거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아이폰에도 열심히 문질러봤는데 결국 되는 요령을 알아냈다. 물론 타이핑은 불가하고 전화를 받는 정도의 일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알게 된 결론은 이 장갑을 디자인한 사람이 실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해보며 디자인한 건 결코 아니다라는 점이다. 여하튼 이걸 빨았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물이 시커매졌다.

왜 둘 다 세탁기에 돌리지 않았던가.

4. 버라이어티도 안 보고 있다. 하드 디스크 연결을 못해서 + 이어폰을 안 고쳐서 노래도 못 듣는다. 아 언제 다 고쳐 이거.

20131121

문득 든 생각


왜 이렇게 사진이 작아... (결국 중간 일부만 자름). 여튼 뭐 내용은 학예회에 가서 실제를 안 보고 아이폰 화면만 들여다 보더라... 끝에 웃기는 이야기도 좀 하는데 생략. 

이걸 보고 문득 든 생각은.

1. 나중에 저 아저씨 아이의 아이가 아빠는 어린 시절이 없어요? 왜 사진도 비됴도 아무 것도 없죠 그러면 엠병할 니 할아버지가 지만 보겠다고 아무 것도 안 남겨놨단다 하며 눈물짓는 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테고..

2. 어린 시절 결핍의 기억이 그를 유난히 사진으로 남겨놓기에 집착하게 만들어, 어딜 가도 사진을 찍어놔야겠다고 민폐를 부리며 주변의 미움을 사고 또한 자기가 직접 찍겠다고 나서다 DSRL 장비병으로 이끌어 대포같은 렌즈를 쉼없이 사다 날라 집안에 돈이 쉬어갈 날이 없어지고..

3. 근데 왠지 저 사진 다음에 그러니 고프로, 혹은 구글 글라스를 사세요 이런 말이 나올 거 같기도 하고. 

4. 블라블라...

20131120

몸이 저린다

1. 요새는 날씨 이야기만 한다. 왜냐하면 너무나 춥기 때문이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날씨에 점점 더 취약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2. 블로그 주소를 바꿀까 싶어서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다 안된다 길래 관뒀다. 문장으로 하는 것도 별로고, macrostar_008 이런 것도 좀 싫고, 그렇다고 지금 것도 임의적으로 해 놓은 거라 싫고. 너도 싫고 나도 싫고 다 싫구나.

3. 며칠 전에 찜질방에 가려고 했다가 시간이 좀 애매해 사우나만 갔다. 토요일에 가족끼리 어디 놀러나 가든지 집에서 피자나 시켜 먹을 것이지(-_-) 사람이 - 애들, 애들 - 엄청나게 많아 좀 놀랐다. 여튼 뜨거운 물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목적의 10% 정도는 달성한 듯.

목욕탕 바닥에서 자는 아저씨들이란 참 대단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발상 자체가 된 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실천하는 것도 신기하다.

그러고 나오는데 찜질방 2,000원 할인권을 줬다. 음, 새로운 순환의 시작인가. 하지만 목욕탕에 다녀온 이후 팔이 좀 아프다. 몸살 났을 때 온 몸이 으슬거리는 현상이 왼쪽 팔에서만 심하지는 않은 상태로 계속되고 있다. 이게 뭔지 모르겠고, 사우나와 관계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렇다.

4. 좀 지겹다. 여러가지가 짜증난다. 말로 다 할 수가 없는데, 따져보면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조용히 필터링. 그래도 웃는 낯으로.

20131118

롱 콜드 윈터

1. 겨울이다. 겨울이 올 때마다 신데렐라의 '롱 콜드 윈터'라는 곡이 생각난다. 그리고 매년 겨울이 올 때마다 그 이야기를 블로그나 트위터, 그 전에는 커뮤니티 월 같은 데다 쓰고 있다. 그렇지만 물론 신데렐라는 흥하지도 않고 찾아듣는 이도 없다.

2. 크롬북을 쓰고 있다. 블로그 사이트마다 조금씩 달라서 같은 에디터 도구를 쓰는 데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이곳 블로거 닷컴은 WLW가 그나마 좀 낫다. 하지만 크롬북에서는 WLW를 쓸 수가 없다. 그래서 블로거 자체 에디터를 쓰는데 역시 이상하다. html이라는 언어의 상대성은 이해가 잘 안간다. 앵커를 박고 땅바닥에 딱 붙어있는 걸 선호한다.

3. 드립을 치려면 잘 치든가. 뭔가 비꼬고 싶은데 비꼬지도 못하고 웃기지도 않은 쓸모없는 이야기나 하는 것처럼 한심한 게 없다. 더 한심한 건 그러고 나서 뿌듯해 하는 이도 세상엔 있다는. 물론 사람도 바퀴도 쥐며느리도 각자 삶의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이것은 말하자면 장자의 도인가.

4.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하고, 쓸모없는 관계도 꽤나 많다. 어쩌면 여기저기 좀 더 즐겁게 밝음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겠지만 안되면 또 그것대로 할 수 없는 일. 물론 좋은 이들을 만나는 건 확실히 양에 비례하기는 한데 내 자신이 예전처럼 그쪽 방면으로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것도 아니고.

5. 할 일이 굉장히 많은 거 같은데 머리가 하나도 안 돌아간다. 춥기 때문이 아닌가. 추위가 만드는 비 생산성 vs 난방이 소모하는 에너지는 비교의 대상이 될 만한데 후자가 더 크면 죽어도 된다는 뜻이겠지.

6. 옷이나 신발을 좀 사야겠다. 추워서 안 되겠다. 가능한 오래 입을 수 있는 훌륭한 품질이 좋고, 혼자 즐거워할 수 있는 작은 디테일이 많으면 좋고, 아무 관심 안 받도록 생긴 건 구린 게 좋다.

7. 옛날 이야기는 안 해. 지루한 인간으로 보이게 될 지 몰라도 그런 거 뭐 언제 상관했다고.

20131114

추운 날들

1. 춥다.

2. 잘못 깎은 발톱 같은 날, 혹은 그런 시기가 있다. 그러니까 아침에 나가면서 발가락이 잠깐 아릿~했지만 금세 괜찮아지길래 그냥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어와 양말을 벗으려고 보니 양말 위로 피가 올라와 덕지덕지 말라붙어있는 그런 날. 큰 내상은 아닐 수 있어도, 혹은 정말 큰 내상이 생겼어도 모르고,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아픔이 이것 때문이었구나 하게 되는. 이런 게 어렸을 적에는 참 많았다가 지금은 거의 없어진 것도 같은 데 생각해 보면 또 그런 것도 아니다. 텀은 길어졌고, 내상은 깊어졌고, 환각은 심해졌다.

3. 할 일이 굉장히 많은 거 같은데 대개는 그다지 하릴없고, 그럼에도 부산하며, 몸은 이상하게 피곤한 날들이다. 몸이 정말 피곤하다. 병인가 싶지만 그 정도로 피곤한 거 같진 않고. 추워서 그런 거 같다. 아침에 이불에서 나오는 게 너무 어렵다. 혼자선 이런 게 어렵다. 뭐 사실 다 어렵고 힘들다.

4. NAS는 포기, 크롬북은 좋다.

5. 대부분의 책과 대부분의 음반에 미련이 없는데 이게 없애기도 참 어렵다.

20131102

노래들

뭐든 장사가 그런 면이 있는데 걸그룹, 아이돌의 경우 워낙 많은 그룹이 있는 상황에서

- 뭐든 결국 눈에 걸릴 건 걸리게 되어있다 : 예를 들어 크레용팝 / 아무리 잘난 걸 내놔도 적당한 홍보 채널이 없으면 묻힌다

가 되겠다. 전자는 이미 성공한 자들의 꼰대질 아이템으로 자주 사용되고(너가 노력을 안해서 그러는 거지 뭔 남탓이냐, 내가 처음 시작할 땐 말야...), 후자의 로망을 간직한 분들은 아침 방송이나 오후 6시 쯤 하는 내고향 어쩌구 류의 프로그램에 '홍보가 안되서 그렇지 정말 좋은 제품입니다'라며 뭔가 들고나온 중소 기업 사장님들에게서 전형적인 예를 볼 수 있다.

여하튼 이건 사실 알 수 없는 것. 우연히 TINT라는 그룹의 '첫눈에 반했어'라는 곡을 들으며 시작되었다.

http://youtu.be/nREEyUJ5rH8

 

- EvoL의(이블이라고 읽나보다) GET UP

http://youtu.be/rAUwimJaZKU

 

- 글램의 거울 앞에서

http://youtu.be/PreOQpat5Mg

 

여기까지는 로엔發. 그리고

 

- 지아이의 비틀즈

http://youtu.be/3j1E5DKVPr0

 

- 딜라이트의 MEGA YAK

http://youtu.be/TloLiJE5jsM

 

뭐 그렇군.

알게 뭐냐

'천국에서'에 대한 이 리뷰(링크)를 읽고 문득 생각나서. 이 소설과 그의 작품에 대해선 소문만 들었지 막상 읽어본 적이 없어서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뭐 좀 떠들어 보는 게 약간 소용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1973년의 핀볼에 '라지에이터가 달린 폭스바겐'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가 알려진 건 그의 에세이 집 때문이다. 아래에 내용을 옮겨 보면

- 며칠 전 아키시마 시의 오카무라 씨라는  사람으로부터, 하루키 씨의 소설 중에 '폴크스바겐의  라디에이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은  이상하지 않느냐는 투서가  모 잡지에 게재된 걸  알고 계십니까, 하는  편지를 받았다. 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사람들한테 물어  보니 분명히 폴크스바겐에는 라디에이터가 없는 듯하다. 영락없는 나의 실수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하느냐 하면, 그러기는커녕  웃으며 넘겨 버린다. 왜냐하면 이것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세계에서는 화성인이 하늘을 날아다녀도,  코끼리를 축소하여 손바닥에 올려 놓아도, 폴크스바겐에 라디에이터가  붙어 있어도, 베토벤이 교향곡 11번을 작곡했다 해도, 그건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앗,  그렇구나. 이건 폴크스바겐에  라디에이터가 붙어  있는 세계의 얘기구나!'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어 주면 나는 굉장히 기쁠 것 같다 -

이렇게 되어있다. 이 부분은 꽤 많이 인용되고 활용되었다. 소설은 원래 그런 것이다라든가, 하루키 소설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든가 뭐 그런 식이다. 하지만 이 내용은 바로 이렇게 이어진다.

- 그래도 역시 실수는 자랑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성실한 분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올  영문판 <핀볼, 1973>에서는 그 부분을 제대로  고쳐 놓았으니까 그  쪽을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보니 책 소개까지  하게 되었다 -

위에서 말하는 영문판은 일본 내수용 영문판이다. 미국용 영문판은 없다고 한다. 아마존에 보면 고단샤 인터내셔널에서 나온 영문판이 있는데 1985년에 나온 걸로 봐서 위에 말한 그 영문판인거 같다(링크). 가격을 보면 알겠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럼 일본어 판은 어떻게 됐지 하고 찾아봤는데 고단샤 홈페이지에 보면 2004년 버전이 나와있고 이에 대한 글을 찾아보니 찾아보니 '라지에이터'를 '엔진'으로 고쳐놨다고 한다. 이 부분 말고 수정된 곳은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어쩌구 저쩌구 했지만 잘못된 건 잘못된 거고 확인이 가능하니 고쳤다는 이야기다. 위 소설은 초기니까 그렇다고 해도(경험이 짜낼 수 있는 건 매우 선명하든지, 아니면 한계가 있다) 본격적으로 전업 소설가로 활동하면서는 팩트 체크를 하는 직원을 따로 두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약간 재미있는 건 우리의 경우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하느냐 하면, 그러기는커녕 웃으며 넘겨 버린다"의 '소설가의 호연지기' 쪽이 뒤에는 결국 다 고쳐놨다보다 훨씬 더 잘 알려져있다. 이 이야기는 여기저기에서 활용되고 인용된다.

예를 들어 이 기사(링크)를 보면 위의 폭스바겐의 라지에이터 부분을 하루키 소설의 특징 중 하나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이게 뭔지’ 굳이 생각하지 않자고 말한다. 하지만 위에서 보다시피 핀볼의 실수는 하루키 자신이 다 고쳤고, 이후에도 팩트 체크를 다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말은 전혀 옳지 않다. 다 찾아 고친 수고, 겸언쩍으니 변명이라도 호방하게 해보자며  쓴 에세이, 그리고 이후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고용한 직원 등 저자의 노력을 모두 한 방에 날려버린다.

물론 일부러 없는 것들을 배치하는 소설도 있다. 그건 그것으로써 소설 안에서 기능하기 위함이다. 핀볼의 경우엔 폭스바겐에 라지에이터가 있는 세상이 전혀 필요가 없고, 오히려 시대와 배경의 리얼함을 표방하고 있는 저 소설에 방해가 될 뿐이므로 고쳐진 거다.

하지만 위 링크의 기사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하루키, 혹은 여타 소설을 대하는 태도 - 뭘 따지고 드냐, 소설이잖아 - 는 종종 보인다. 이 예만 두고 봐도 위에서 말했듯 다 고쳤다가 거의 안 알려져 있어서 막 찾아봐야 했다는 점만 봐도 오히려 그 쪽을 더 선호하는 거 같다.

 

왜냐... 를 생각해 보면 간단히 생각할 수 있는 건 역시 귀찮기 때문이다. 찾아보기도 싫고, 알아보기도 싫고, 폭스바겐에 라지에이터가 있든 말든 '폭스바겐'이라는 말이 주는 이그조틱함과 '라지에이터'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잘 어울리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알게 뭐냐.

리뷰를 가만히 읽어보자면 맨 위 링크의 소설도 그렇다는 거 같다. 이 리뷰에 대한 반응을 몇 개 찾아봤는데 게 중 재미있는 건 '게으른 리뷰'라는 거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앞뒤가 뭔가 이상한 이야기를 다 읽는다는 거 자체가, 게다가 서평으로 쓴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부지런해 보이는데...

내일은 없지

이번 주에 나온 것들 중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현아와 장현승의 트러블 메이커 2, 내일은 없어다.

가끔 지하철에서 한껏 멋을 부린 초등학교 고학년, 혹은 중학교 저학년 쯤의 여자 아이를 보게 된다. 딱 붙는 니트나 조막만한 숄더백 같은 걸 걸치고 굉장히 짧은 치마 따위를 입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완전히 넋을 놓고 또래의 친구들과 떠드는 데 정신이 없거나 아니면 굉장히 불안한 상태다. 둘 다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에 대한 자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일반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예컨대 속옷 같은 게 보이게 되는 일이 많다. 마찬가지로 어디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다. 이게 곧 노하우가 쌓일 테고 그런 일은 사라질 거다. 물론 나는 그런 걸 일부러 보는 voyeur 같은 데에는 큰 관심이 없으므로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이제 멋부림의 시작 선상에 서 있는 한 인간의 모습은 역시 흥미롭다.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 속옷을 보임은 섹시의 행위가 아니다. 그냥 보여지는 거다. 그런 걸 좋아하는 마니아도 세상엔 있지만 그건 이 이야기에서 뺀다.

물론 섹시의 행위일 때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든가, 어떤 목적이든 유혹을 하려한다든가 할 때 그런 행위를 한다. 또는 의식적으로 자신을 무의식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히피 시대가 끝나고 뉴 멕시코로 몰려가 누드촌을 만들었던 사람들처럼 이게 뭐 어때, 인간은 원래 이런 거야라는 주장이 포함된 경우다.

그렇지만 위 지하철의 경우는 그게 아니다. 그냥 저러고 있는 거고,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겐 섹시할 수도 있을 무엇이 생성된다. 그저 반응이 좋아서 TV에서 본 춤을 추는 재롱 잔치를 하는 아이도 비슷한 선상에 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리액션을 기억한다.

현아의 경우 그게 뭐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자주 재롱 잔치의 꼬마 아이를 떠오르게 한다. 아마도 생김새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여하튼 이제 막 섹시 스타의 본격 궤도에 오르려는 분이므로 그런 게 생각나지 않는 시점이 언제일까 MV가 나올 때 마다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편견 때문일 지도 모르는데 지금 건 아직 아닌 거 같다.

 

장현승 쪽은 좀 더 재미있다. 빅뱅 오디션의 탈락 멤버, 비스트의 현 멤버, 뻥장군과 시크 가이로 나름 유명하지만 평범한 일반인의 눈으로는 요섭, 두준, 기광, 용준형과 같이 있는 나머지 둘 중 한 명. 그리고 현아랑 뭘 할 때 마다 나오는 무표정과 무력함이 만드는 무색 무취함.

누가 이 둘의 조합을 골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정말 잘 만들어 진 건 분명하다. 둘이 뒤엉켜 있어도 누가 남인지 여인지 잘 모르겠고 둘이 다 벗고 있어도 아마 모를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여하튼 이런 장은 현아가 맘대로 날 수 있게 해주는데 위에서 말 했듯 아직은 훨훨 날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쯤 뒤는 역시 기대한다. 그러므로 이런 걸 계속 내놔야 한다. 홧팅.

 

(섹시 컨셉의 아이돌이 정말 많은데 정작 올해 초중반에 기억에 맴도는 건 노노노 아닌가)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