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0

도생, 체감, 좌절

1. 도서관 옆에 산이 있는데 산이 시작되는 곳에 작은 구릉 잔디밭이 있다. 10미터^2 쯤 되려나, 나름 널찍하다. 가끔 새나 고양이 같은 애들이 뒹굴고 있는 경우가 있긴 한데 주변이 다 나무라 방어에 상당히 취약한 곳이다. 아무튼 며칠 전에 그 위에 까치가 10마리가 있었다. 잔뜩 있길래 세어봤음. 이제 막 독립한 듯이 보이는 어린 까치들이고 뭐가 뭔지 어리둥절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동물들의 세계란 유전자 계승에 성공하고 나면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훈련만 시켜준 다음 다들 날려보낸다. 독립한 이들은 이제 각자 도생하며 역시 유전자 계승을 목표로 살아간다. 생각해 보면 연가시인가와 뭐가 다른가 싶은데 주인은 몸체인가 두뇌인가 유전자인가. 

다들 어리둥절하게 적당히 흩어져서 잔디밭 안에 먹을 거라도 있는지 두드려대고 있었고 용감한 몇 마리는 앉아있다가 주변 나무를 향해 올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직박구리 커플의 공격을 받고 떨어져 나왔다. 그걸 보면서 혹시 저 나무 뒤에서 고양이가 뛰쳐나와 달려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몇 마리씩 함께 구릉 잔디밭을 떠나갔다. 잠깐 도는 게 아니라 이제 난 간다는 분위기가 확실히 났음. 

그러고 나니 두 마리가 남아서 역시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통통 튀어다니고 있었다. 날씨 좋을 때 독립을 했지만 이제 곧 장마와 폭염이 시작되니 만만치 않은 삶이 될 거 같다. 그래도 몇 개월 만 지나면 구역의 노련한 사냥꾼이자 깡패가 되어 직박구리 따위 발로 뻥뻥 차대고 있겠지. 물로 직박구리도 몰려 다니면 꽤 무서워서 까마귀 쫓아내는 거 보면 만만한 놈들은 아니다. 결론은 다들 화이팅, 잘 살아남기를.


2. 장마 전선이 올라왔고 매우 습하고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아침에 나올 때 온도는 23도 정도였고 오늘 낮 최고 기온도 25도 정도다. 온도라는 게 과연 숫자만 봐도 뭔가 느낄 수 있는 지표 역할을 잘 하고 있는가에 몇 년째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4월의 25도와 6월의 25도, 10월의 25도는 온도, 습도가 같은 날이라고 해도 상당히 다른 날씨를 만든다. 체감 온도로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닌 게 지금 25도에 체감 28도인데 30도라고 해도 뭐 다를 게 있나 싶다. 화씨도 숫자만 다르지 측정 방법은 같으니 마찬가지다. 우리는 수은이 아니고 단순히 수은의 팽창 정도만 가지고 지표 역할을 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뭐랄까.. 햇빛이 과대 평가되고 열풍이나 바람이 과소 평가되는 느낌? 


3. 접영이 나를 좌절시키고 있다. 왜 안되지 이거 ㅜㅜ


4. 학식이 약간 질린 거 같은데 이후 점심을 먹고 싶은 게 별로 없다. 며칠 째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뒤끝이 좋지 않다.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먹으면 몇 시간 안 지나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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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생, 체감, 좌절

1. 도서관 옆에 산이 있는데 산이 시작되는 곳에 작은 구릉 잔디밭이 있다. 10미터^2 쯤 되려나, 나름 널찍하다. 가끔 새나 고양이 같은 애들이 뒹굴고 있는 경우가 있긴 한데 주변이 다 나무라 방어에 상당히 취약한 곳이다. 아무튼 며칠 전에 그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