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6

월드컵, 방송, 극장, 괴나리

1. 어렸을 적에 방에 흑백 티브이가 하나 있었다. 다이얼을 뱅뱅 돌리는 정말 옛날 "테레비"였는데 그걸로 참 많은 방송을 열심히 봤다. 아무튼 그러다가 월드컵을 처음으로 봤었다. 북유럽 팀들이 나오는 경기였는데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입장에서도 정말 흥미진진했다. 커다란 사람들이 정말 빠른 속도로 90분 내내 마구 뛰어다니다가 틈만 나면 슛을 쏴댄다.

세상에 저런 게 있구나... 하면서 월드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일 월드컵 때 나름 피크에 도달했고 프리미어 리그를 챙겨보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스포츠 관람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되면서 모든 게 다 멀어졌지만 그래도 월드컵에서 주요국 경기 정도는 챙겨봤었다. 하지만 아까 집에 오다가 분식집에서 우동을 먹었는데 아르헨티나 대 아이슬란드인가 뭐 그런 나라의 경기를 하고 있었다. 문득 이번 월드컵에는 전혀 일절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다시 돌아가지 않을 세계인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음.

2. 그런가 하면 어제 밤에 집에 돌아와 일을 하다가 프듀48을 한다길래 틀어놨다. 프듀는 이번에 처음 봤다. 설마 2시간이 넘게 할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굉장한 방송이긴 한 거 같다. 그 직설적인 편집과 스토리 라인은 요새 세상은 저렇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무튼 1회 봤으니 역시 그만 봐야지...

3. 문득 생각을 해보면 프듀48로 인해 미야와키 사쿠라나 마츠이 쥬리나 같은 분은 한국 그룹으로 데뷔를 할지 모른다. 쥬리나는 모르겠지만 별 일 없다면 사쿠라는 일단 확실할 거 같기는 한데(그룹송 센터 불멸) 아무튼 그외에도 몇 명 가능할 수 있다.

예컨대 사쿠라가 데뷔를 하게 되고 이 방송이 기존 프듀 만큼 잘 풀린다면 음방은 물론이고 아는 형님도 나오고 해피투게더도 나오고 그러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찾아보니 사쿠라는 98년생, 쥬리나는 97년생이다. 10년 막 이렇게 활동 했다던데 엄청 어릴 때 데뷔한다는 게 실감이 나는군. 어쨌든 이 정도 나이면 지금 데뷔해 활동을 시작하는 게 딱히 어색할 건 없다.

정말 인생사 어디로 흘러갈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언제든 넓게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살아가는 게.

4. 강연을 하나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다. "주워 담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사고를 쉽게 마비시키는 거 같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데 말야.

5. 며칠 전에 극장에서 영화를 하나 봤는데 아침 기상 - 버스를 타고 극장 - 앞 지하철 역에서 학교 루트가 꽤 괜찮은 거 같다. 종종 봐야겠다.

6. 시험 시즌이라 노트북을 괴나리 봇짐에 담아 장돌뱅이, 보부상, 메뚜기, 어중이 떠중이를 하고 있다. 적이 없다는 건 이렇게 몸을 힘들게 하고 집중을 방해한다. 10분 앉으면 10분의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불안함이 1분의 일도 못하게 만든다. 불안은 역시 영혼을 잠식한다. 그래도 물리적 극복이 안되는 건 정신적 극복을 해야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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