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4

번잡과 피곤의 나날

지난 주, 이번 주, 다음 주는 요 몇 년 간 중 가장 번잡하다. 바쁘다는 말보다 번잡하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뭔가 써야 하고, 뭔가 읽어야 하고, 뭔가 들어야 하고, 뭔가 봐야 한다. 프린트를 하러 가고, 공적인 회의에도 참석하고, 강연도 한다. 어딘가를 가야 하고 거기에 집안의 일도 겹쳐 있다.

그런 와중에 요 몇 년 간 가장 비능률적이고 가장 피곤하다. 뭔가를 봐도 들어도 읽어도 그다지 솔깃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을 다 써놓고 돌아보면 탐탁치 않고, 회의에서는 괜히 말했다 싶은 이야기를 입에 담는다. 심지어 트윗을 쓰고 나서 돌아보면 반드시 오자가 있다.

또한 아무리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 밥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심지어 계속 배가 우글우글거린다. 이건 변화 무쌍하고 기압과 습도가 심하게 오르내리는 날씨 탓일 수도 있다. 피곤이 잠 몇 시간 잔 정도로 사라지지 않고, 피곤이 쌓여 있으니 장기가 말을 잘 안듣고, 그게 뇌의 활동을 방해한다.

그리고 큰 뉴스들도 있었다. 북미 회담과 지방 선거가 있고 내일은 월드컵이 시작된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이야기를 한 게 내가 하는 일과 무슨 관계가 있으랴 싶지만 간간간접적 정도로 나마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아무튼 세상의 움직임을 보긴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런가 하면 몇 개의 좌초도 있었다. 시간을 투자한 프로젝트는 좌초되었고, 흥미를 끌었던 프로젝트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맡지 못한 거 같다. 기대를 했던 몇 가지 보상은 만족스럽지 않았고, 게다가 무소식인 것도 있다. 상당히 큰 실망을 했고 그런 것들이 마음 속을 괴롭힌다.

또 그런 와중에 새로운 옷이 입고 싶어져서 틈이 날 때마다 쇼핑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할인 시즌이라는 것도 큰 이유다. 집착은 비교를 낳고, 비교는 시간을 잡아먹고, 잡아먹은 시간은 비능률과 탐탁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 모든 것들이 빙빙 돌고 있는 2주차다. 이 번잡함을 부디 잘 마무리 지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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