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4

최근 보고 들은 몇 가지 음악과 방송

1. AOA의 이번 음반은 변화의 압력을 안팎에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엄청나게 받고 있는 상황에서 꽤 선방했다. 타이틀 뿐만 아니라 음반 자체가 고르게 AOA답다. 또한 초아라는 걸출한, 그리고 AOA 노래의 캐릭터를 거의 다 만들었던 사람의 공백을 잘 메꾼 거 같다. EXID도 그렇고 AOA도 그렇고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원래 구성대로 하면 더 좋겠고 캐릭터도 더 사는 건 물론이겠지만 세상엔 어쩔 수 없는 때라는 게 있는 법이고 그럴 때도 알아서 잘 헤쳐나아가야 한다.

2. 드림 캐쳐 노래들이 은근히 재밌다. 이달소 새 유닛 곡은 듣기가 좀 어렵다. 아무튼 이 두 그룹은 뭔가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경향은 이달소 쪽이 더 강하다.

사실 이번 이달소 뮤비를 보고 이게 대체 뭐지...하고 찾아본 결과 일종의 드라마, 애니메이션 시리즈 같은 걸 하고 있는 듯 하다. 특정 세계관이 있고, 그 안에서 스토리가 전개되고, 새 음반 뮤비 등으로 공식 설정이 새로 등장하면, 팬들은 꿰어 맞추고, 다음 화를 기다린다.

이건 인기가 많으면 증폭되는데 인기가 없으면 진입 장벽이 된다. 예전에도 몇 번 말했지만 세상에는 사람들이 풀고 싶어하는 퀴즈가 있고, 별 생각이 없는 퀴즈가 있고, 퀴즈인지도 모르는 퀴즈가 있다. 과연 이달소가 잘 만들어 가려나...하는 점은 궁금하다.

3.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1회를 봤는데 이건 여기서 한칸 더 나아갔다. 게임이 결합되어 있고 가상 현실이고 뭐고 하지만 결국은 일종의 예능국 제작 드라마이자 설정이 주어진 채 등장인물들이 풀어나가는 걸 보는 리얼리티다.

아무튼 새로운가 아닌가의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 새롭다. 구성 방식이 상당히 새로워서 과연 콘트롤이 될까, 어떻게 될까 그런 게 궁금해졌다. 이 소위 언리얼 버라이어티는 문자투표 등도 결합되므로 일종의 게임이 된다. 이 역시 인기가 많으면 증폭되지만 인기가 없으면 거대한 진입 장벽이 된다.

지금까지는 꽤나 어색한데 루다의 "죽은건가?"하는 대사에 약간 꽃혔다... 사실 하일라이트 영상인가를 잠깐 보다가 그 장면 보고 전편을 보게 된 것...

4. (여자)아이들이 나오는 라디오 등 방송을 챙겨 듣고 있다. 몇 개 안되긴 하고 신인이라 매우 버벅대기 때문에 듣기가 좀 어렵긴 한데 소연의 곡 제작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일단 요약해 보면 그룹 이름 (여자)아이들, 타이틀 곡 라타타 모두 사내 투표로 결정 / 민니 파트는 민니의 목소리 톤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고 발음이 쉬운 가사로 구성을 했다 / 수진 파트 누가 뭐 겁나가 매우 중요하다 / 라타타 제목은 개콘에서 나왔다 / 미연의 보컬은 구수한 느낌이 있어서 그걸 살렸다 / 슈화의 날카로운 목소리를 라타타 반복에 써먹었다

소연이 의도한 것들은 정말 잘 살아난 거 같다. 확실히 실험은 거듭된 훈련에 따른 숙련과 여유 이후에 나오는 것. 단지 파트를 나눈다를 넘어서 있는 게 그룹 내 작곡의 이점인데 그게 매우 잘 살아난 케이스 같다.

5. 이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났는데 예능에 나온 개그맨들이 대체적으로 재미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말이 나올 때, 이런 모습이 나올 때 -> 이런 말을 하면 웃기다를 상당히 반사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숙련은 됐지만 의미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즉 그건 말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감탄사와 비슷한 역할로 이미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말이므로 해석의 대상이다.

즉 프로 개그맨 본인이 방청객의 와하하~ 녹음과 비슷한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건데 방송 예능이 그런 아마츄어의 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걸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돈 내고 공연장에 가거나 유튜브에서 찾아보거나 할 때나 쓸모있다.

아무튼 그런 게 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니까 돈 주고 그 사람을 썼을텐데 그래가지고는 애초에 그 방송에는 미래가 없다. 가끔 다른 리액션을 보이는 사람을 보게 되는데 그건 역시 숙련과 의미의 숙고, 재해석의 결과다. 그런 사람을 눈여겨 보게 되는 건 당연하다. 아무튼 이러니까 재미없음의 수렁에서 좀처럼 나오질 못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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