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2

러브 익스포져를 보다

몇 년 만인 거 같은 데 또 봤다. 머리가 번잡하고, 그다지 새로운 걸 받아들일 마음이 없고, 그런 여유도 없을 때 예전에 봤던 것들을 뒤적거리며 된이게 된다. 비록 구석구석까지 기억이 남아있지 않지만 그래도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알기 때문에 훨씬 마음은 편하다. 더구나 조금 더 극적이어도, 조금 더 엉망이어도 밀도가 너무 낮지만 않다면 큰 상관은 없다. 너무 루즈하면 지금 머리 속의 생각들에 떠밀려버리기 때문에 조금 곤란하다.

여하튼 이런 마음을 안고 뒤적뒤적거리다가 러브 익스포져를 봤다. 며칠 전에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생각났던 제목이기도 하다.

요코, 불쌍한 요코, 모든 걸 망쳐버린 요코. 본심의 타이밍이 안 맞으면 어떻게 되는 지. 엉뚱한 곳에 집착하며 왜곡되면 어떻게 되는 지 여실히 보여준 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예나 지금이나 끔찍하게 슬프다. 비록 영화는 좋게 끝나긴 하지만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마치 온갖 고생을 하다 죽는 순간에 다달아 아 이제 이런 고통들이 끝이 났구나하며 짓는 미소를 보는 거 마냥 끔찍하다. 살아있기에 계속 살아가는 나날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마지막은, 다행이다.

20130501

진격의 거인

며칠 전에 답답해서 잘 못보겠다고 했는데 살짝 참고 진격의 거인을 보고 있다. 사실 처음 볼 때는 좀비물 변형류인가, 그렇다면 장편으로 어떻게 끌어갈 거지 이런 식으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약간 다르다.

그림도 좀 엉망이고, 뭔가 충실한 재미는 별로인데 대신 매우 스피디하고, 더구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사람이 나름 이야기꾼같다.

기본적으로 진격의 거인에는 인간, 거인이 있고 그 다음에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과 거인의 관계, 거인 사이의 관계가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하나같이 다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것들이므로 궁금해 할 것도 없다. 이런 경우 대체 뭔지 모르는 상황이 한참을 흘러가고, 그러다 보면 아 이 안에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던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되거나(에반게리온), 아니면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설명하며 연대기 순으로 나아가게 된다(드래곤볼).

하지만 진격은 자 이런 일이 생겼네 - 무슨 일일까 - 여기에 이런 사연이 있거든 - 그 다음 사건 식으로 흘러간다. 없던 흥미를 만들어내고, 에피소드를 할애해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고, 그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조금씩 더 이야기의 폭을 키울 수 있다.

더구나 새로 등장하는 사건이 계속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거인-인간 상식을 파괴해 나가기 때문에 이게 보고 있자니 꽤나 흥미진진하다.

화요일

서강대교와 마포대교 두 개를 건넜더니 구 킬로미터 쯤 된다. 다리 두개는 합쳐봐야 정작 사 킬로 남짓일텐데 군더더기가 많다. 날씨는 알맞게 선선하니 괜찮았다. 밤에 한강 다리를 건너다 보면 밤섬 주변에 떠 있는 배를 종종 보는데 뭐하는 걸까 궁금하다. 한강 어부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훨씬 상류나 하류일텐데.

인스타그램에 올린 시시한 사진들. 도로 사진은 장노출 사용가능한 앱으로 한 건데 자동차가 유령 물결처럼 나왔다.





습기, 효율, 실험

1. 무더위가 조금 가라앉았다. 처서도 지났는데 그러는 게 당연하지 싶긴 하지만 이게 햇빛의 열기와 습한 기운을 보면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분위기를 매우 강하게 풍기고 있다. 그래도 그만 좀 하지. 2. 강의 하나가 취소되었다. 재미있었는데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