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1

파시즘의 시대

히틀러를 위시로 한 나치가 정권을 장악한 다음 독일인들은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언제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깨달았을까. 체코를 점령했을 때? 폴란드를 점령했을 때? 파리를 점령했을 때? 전쟁이 끝나갈 때?

당시를 되돌아보면 유럽은 공산주의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고(히틀러는 그걸 이용했고 다른 유럽 나라들도 그 때문에 지지했다), 자본주의를 지키고자 했고, 위기에 빠진 독일은 외부에서 원인을 찾아 냈고(이게 다 외국 놈들 때문이다), 독일인들은 히틀러와 나치, 파시즘이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는데 예컨대 거의 팝스타를 대하듯 히틀러를 연호하던 독일인들은 체코인가 폴란드인가를 점령했을 때는 아무도 거리에 나오지 않았고(독일이 기어코 전쟁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다) 괴벨스도 딱히 시민을 동원해 축하 행진 같은 걸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 당시에는 이미 선을 넘어가 버렸고 언론은 장악되어 있었고(이거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하면 반 독일로 의심을 받았다) 게슈타포 등등이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슈페어의 책을 읽으면서 어느 시점에서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섰는지 찾아내고 싶었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가 버렸기 때문에 알아낼 수가 없었다. 실질적으로 그런 지점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여튼 나치당과 히틀러는 시민들이 선거로 뽑아줬지만 얼마 되지 않아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즉 선거 이후 어느 지점에서 돌아갈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거다.

지금. 이 시점의 세계를 100년 뒤 쯤에 되돌아보면 어떤 상태일까. 과연 파시즘, 이건 나중에 다른 이름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일종의 선거로 당선된 무력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언론을 무시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법치에 별 관심이 없는 타입의 권력,은 어느 만큼의 선을 넘어 있을까. 왜 독일에서 그랬던 것처럼, 파시즘 걱정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없을까. 대체 모르겠다(링크).

만약에 혹시나 언젠가 미국이 이상한 짓을 시작한다면 그에 대항하는 연합군으로 누가 나설 수 있을까. 나머지 다 합쳐도 길이 안 보이는데 아마도 없겠지. 그러면 그게 원래 사는 길이라고들 하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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