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3

봄이 오고 있다

1. 이번 태연의 정규 앨범에서 선공개 되었던 i got love라는 곡은 무척 좋다. 아이돌 출신의 가수들이, 서현도 마찬가지였지만, 솔로 활동을 할 때 기존 콘셉트를 넘어서기 위해 쌓아 놓는 단계를, 이건 때로 그다지 몸에 베어 있는 듯 보이지 않는다는 어색함을 드러낸다, i got love는 곡이 시작되자마자 아주 가뿐히 넘어서고 저 멀리 가버린다. 이건 나이의 문제나 활동 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전 영역에서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오랜 시절 보아왔던 가수가 지금 시점에서 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을 보는 거 같다. 그리고 당장 그만 둘 리는 없으니 이제 더 나아가겠지.

나머지 곡들은... 그분의 록 취향이 내 선호의 변화 속에서 좀 멀리 하게 된 것들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그렇군... 정도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저 분야의 역사적 측면에서 봐도 지금이라면 조금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한다.

2. 뭔가 쓰고 나면 아무래도 리트윗 수나 조회수 등의 반응을 보게 되는데 최근 쓴 걸 보면 란제리 이야기는 생각보다 인기가 없었고 모델 이야기는 생각보다 인기가 많았다. 사실 내 머리 속의 생각과 기대는 그 반대였다. 둘 다 중요하지만 란제리 이야기가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3. 정작 자신도 개혁, 업그레이드, 이노베이션이 필요한 사람들이 손쉬운 타겟이나 붙잡아 손쉬운 방식으로 타박하는 모습이 굉장히 자주 보인다. 물론 이거야 뭐 나쁠 건 없을 테고 필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건 그저 자기 만족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기 모순에서 명백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괜찮은 결과물로 나아갈 가능성도 없다. 목표가 무엇인지 보다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레벨 업, 레벨 업이라고? 어디로 가고 있는데, 뭘 향한 레벨 업을 하고 있는 건데? 그걸 대체 왜 하고 있는 건데?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는 거라면 그 세상이 대체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데?

그리고 많은 이들이 비슷한 생각을 바탕으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과 뭔가 대립이 있을 때 이야기 전개를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당연하지만 어떤 발언과 주장은 좀 더 커다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일이다. 설득은 불가능하고 불필요하겠지만 왜 다른 시야가 있는 지에 대한 고도의 성찰은 자신의 세계관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 내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 복잡한 단계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 단계의 지리함을 견딜 생각이 없으니 다시 손쉬운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포켓몬을 잡는 건 즐겁고 편하지만 세세한 장치를 이해하고 레벨 업을 하는 데는 지리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귀찮고 지겨워져 관두고 떠나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포켓몬은 지우면 그만이지만 삶은 그런 게 아니다. 내일 죽을 생각이더라도 하루 만큼 더 나아간 다음에 죽는 게 사람이 아닌가. 어디 갈 생각도 없이 길목에 죽치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인가.

4. 며칠 전에 내 자신의 걸 그룹을 보는 시선을 재정립할 시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중 하나로 예컨대 산업적 귀여움을 배격하고 있다. 그리고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이건 뭐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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