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 5.65km
아직 자전거는 못타고 재활의 느낌으로 한강 다리를 건넜다. 마침 어제 낙차 후 자전거만 신경쓰지 말고 몸도 좀 신경 쓰라는 이야기를 읽은 고로...
원래는 3km만 걸을려고 했는데 뭔가 좀 활기차져서 서강대교도 건너고 말았다. 덕분에 왼쪽 무릎이 꽤 아프다. 괜한 오버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다행히 별 일은 없었는데(한강 다리에 트라우마가 있다) 무척 추웠다.
1. 천년여왕(42회) TV판을 다 봤다. 내 머리 속에 어슴푸레하게 있던 화면들은 대관절 다 무엇인지 모르겠고 전혀 모르는 만화였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칙칙하다. 천년여왕 배경이 1999년이고 은하철도 999 배경이 2221년이다. 대체 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구를 끔찍히 아끼던 착한 야요이는 냉혹하고 야욕에 넘치는 프로메슘이 되었고, 누구와 사이에서 에메랄다스와 메텔이 생겼을까. 하기야 3년만 지나도 성격이 달라져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흔한 일인데 200년이면.
2. 주간아이돌 베스티와 백퍼센트가 나온 편을 봤는데 예능 초짜인 베스티는 말하자면 두 MC가 파놓은(일부러는 아니겠지만) 덫에 퐁당 빠져버리고 말았다. 조금만 멀리, 넓게 보는 멤버가 있었다면 마음씨 넓고 착하고 예쁜 대인배 캐릭터가 손쉽게 만들어질 기회였는데 그런 다시 못올 기회를 눈 앞의 작은 즐거움에 빠져 놓쳐버리다니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역시 아이돌의 경우 연습이 없는 예능 출연은 - 어떻게 전개될 지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나도 뻔했는데 - 절대 안될 일이다.
3.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뭔가 쓰면서 정리하자 생각을 했는데... 기억 안남... 아 자아 현실의 장 vs 대중 상대의 십원 장사. 며칠 전에 연예인하고 패션 디자이너가 결합되어 서바이벌을 하는 프로그램의 마지막 회를 봤다. 제목은 기억 안 나고 김나영도 나오고 보라도 나오고 뭐 그런 방송. 끝부분에 박지윤(디자이너)인가 누군가가 작품(옷이겠지)에 할 말을 깔아도 대중이 못 알아듣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대중에게서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
이 부분만 기억에 남아있고 좀 재미있는데 : 1) 디자이너는 자기가 이야기를 깔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2) 대중은 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 물론 내용을 보건대 알아듣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1) 부분에서 과연 디자이너는 제대로 이야기를 깔았나가 문제가 된다.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작가가 토끼를 그리려고 했는데 보는 사람마다 이것은 여우다라고 한다면 - 그것은 작가의 의도를 오해한 것인가 / 작가가 잘못 그린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2)는 1)과 연동되어 있다. 제대로 이야기를 했는데 못 알아들었는가 / 한 말이 엉망이라 못 알아들었는가. 더 중요한 건 그게 알아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말인가.
뭐 여튼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세상에 선보이는 사람이 자신만만해 하는 건 좋은 일이다. 패기로 밀어붙이는 것도 충분히 볼만한 광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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