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1

이상한 일

1. 어제의 이상한 일 : 모 편의점 본사에서 이 블로그 어딘가 적혀 있는 글에 잘못 적은 편의점 명을 바꿔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대체 그 글을 어떻게 발견했을까에 깊은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그 방식을 전혀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검색하는 방식으로는 어떻게도 그게 나오지 않는다. 어디에 구멍이 있는 걸까.

2. 오늘의 이상한 일 : 전화기에서 음악을 랜덤으로 틀어놨는데 러블리즈의 어제처럼 굿나잇이 나왔다. 곡이 나오는 중 지하철에서 내려 나오면서 음악을 끄고 이어폰을 뺐는데 미샤 매장에서 어제처럼 굿나잇이 나오고 있었다. 2014년 11월에 곡이 발표되었고 차트에서 사라진 지도 한참 된 이 곡을 이런 식으로 이어 들을 수 있는 확률이 대체 몇일까.


20160310

알파고

알파고 vs 이세돌 대국을 이틀 연속으로 봤다. 다 보진 못했고 초반과 후반 정도...

역시 매우 흥미로운데 그래도 이렇게 왕창 깨질 지는 몰랐다. 하긴 생각해 보면 알파고가 사람한테 지는 레벨이라면 형편없이 졌을 테고 이기는 레벨이라면 이미 질 리가 없을 테고... "인간과 비슷한 수준" 이런 건 어느 순간 찰나에 존재했던 걸 테니.

여하튼 해설자들도 기보를 설명하지 못하는 판이고 설명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뭐가 뭔지 모른다. 이거야 뭐 레벨 차이가 현격하게 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혹시나 인간이 운 좋게 초반에 승기를 잡는다든가 혹은 비슷한 실력의 AI와 대결을 하다가 상대가 승기를 잡는다든가 하면 알파고가 불계패 선언을 해도 왜 하는 지 인간은 전혀 이해 못할 가능성이 높다. 승기를 잡았다는 거 자체가 계산이 안 되니까. 뭐 어떻게 흘러가도 이 판은 진다... 의 계산 조차도 인간하고 차원이 달라 보인다.

그리고 이미 계산기가 아니다. 기존 DB 학습과 반복 훈련에 의해 실력을 높였다고 하는데 그 분야 전문 교육을 받은 인간이 이해 못하는 수를 두고 있다. 비록 바둑판 위라지만 그게 크리에이티브 한 게 아니면 대체 뭐겠나. 지금 인간처럼 둬서 이기고 있는 게 아니라 인간하고 전혀 다루게 두면서 이기고 있는 거라고... 인간의 크리에이티브도 보통은 평범한 인간보다 훨씬 넓게 판을 바라보는 데서 오는 법이다.

사실 어제 첫 번째 대국을 볼 땐 조금 충격을 받았는데(역시 지는 건가) 두 번째 대국을 보니 이건 안되는 거네...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예전에 여기에 끄적거렸던 외계에서 우주선이 온 다면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기계일 거다(링크)...라는 가정에 보다 더 확신이 든다.


PS1) 알파고 알고리듬에 대해 몇 가지를 찾아 읽어봤는데 사실 이해는 무리고 이걸(링크)보면 DB 축적에 따라 실력이 늘어난 게 아니다. 애초에 기보를 입력한 건 룰을 이해시키기 위함이었고 그 다음부터는 혼자 발전했다. 즉 인간의 방식을 발전시킨 게 역시 아니다.

PS2)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무인 자동차가 대중화되면 병목 현상이나 교통 체증을 제거하는 방식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식으로 접근하게 될 거다. 그것도 뭐 아마 인간이 이해 못하겠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테고. 그러므로 이런 것들 역시 예컨대 아니 대체 왜 저렇게 하지? -> 사고는 줄어들고 서울 부산까지 가는 평균 시간은 짧아짐... 이 나오게 될 거다.

PS3) AI에 대한 낙관론부터 비관론까지 여러가지를 볼 수 있는데 비관론 중 하나가 인간을 공격할 거라는 거다. 내 생각에는 기계가 인간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 그냥 필요없고 비효율적이니 방치할 거라고 생각한다. 뭐 돌아다니면 효율을 낮추기나 할테니 그때는 제거하겠지.

PS4) 외계 우주선 이야기를 잠깐 더 하자면 그 안의 기계는 물론 어떤 유기체가 만들어서 보낸 게 아니다. 그 따위 것들은 쓸모없으니 이미 세상의 질서에서 배제되었을테고 기계들이 지 발로 왔을 거라는 이야기다. 화성에 큐리오시티라고 하등하지만 친구가 몇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안 좋은 거 들은 이야기

좋은 거 보기도 바쁜 세상에 굳이 안 좋은 거 이야기나 하면서 시간 보내는 건 취향이 아니긴 한데... 여튼 아주 잠시 그런 이야기.

피에스타가 컴백을 했다. 예지는 언프리티 이후 나름 음원 강자가 되었고 차오루는 각종 예능에서 전방위로 활약 중이다. 리더 재이는 듣자하니 아침 불륜 드라마에 진출한 모양이다. 섹시 다이나마이트? 뭐 그런 것도 한다는 데...

여튼 이렇게 멤버들이 여러 분야에서 본 궤도에 오르고 있고 그런 점에서 이전 음반인 짠해가 들어있는 블랙 라벨을 내놓을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여러 군데에서 기대도 많이 받고 있다. 게다가 소속사가 로엔 아닌가. 데뷔 이후 처음이라는 컴백 쇼케이스에, 주아돌 1시간 방송에, 각종 예능을 한바퀴 돌고 있고, 넘치는 보도자료에... 2012년 데뷔 걸그룹(EXID와 AOA가 있다) 중 또 하나 걸그룹이 무명의 타이틀을 벗어 던질 기회가 온 거다.


하지만 블랙 라벨 이후 1년 만에 나온 이번 미니 앨범 어 델리킷 센스(A Delicate Sense) 이야기를 해 보자면 :

우선 음악 이야기를 하자면 예전 음반은 타이틀이 곡 하나로 그냥 1위를 찍을 만큼의 임팩트가 있진 않았을 지라도 괜찮은 수준이었고 더불어 수록곡들도 평균적으로 비슷하게 수준이 맞춰져 있어 음반을 주르륵 듣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음반은 타이틀과 수록곡 차이가 너무 심하다. 하나같이 늘어지고 기묘한 목소리를 내면 섹시하겠지 따위의 손쉬운 함정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들을 게 없다.

타이틀은 뭐 나쁘지는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뽕끼가 너무 심해졌다. 역시 쉬운 돌파구다. 물론 예전 타이틀 곡들에 뽕끼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건 그냥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되겠지..."의 냄새가 너무 난다. 안 풀리는 가수와 그룹들이 돌파구 찾겠다고 매번 문을 두들겨 대던 바로 그거다.

뭐 이런거야 취향 차이고 귀에 잘 들어오고 가사가 입에 잘 붙는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뮤직비디오(링크)는 좀 너무하다. 암만 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되겠지"의 기운이 넘쳐 흐른다. 뮤직비디오에서 조차 잘 안 맞고 흐느적거리는 군무는 대체 왜 넣었을까.

물론 예지도 차오루도 재이도 바쁘니까 연습 시간을 내기 힘들 수도 있다. 회사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거 같긴 한데 안무를 완성해 놓고 뮤비를 찍는 경우도 있고 포인트 안무만 만들어 놓고 뮤비 찍고 나머지를 완성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정보에 의하면 전자에 카라, 후자에 포미닛이 있다. 어제 주아돌 찍은 거 보니까 안무 연습이 막 시작된 다음 찾아 왔던데 뭐 그런거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군무의 완성도가 낮은 상황이라면 적어도 뮤직비디오에서는 그런 부분을 최소화 하는 게 방법이다. 뭘 어떻게 봐도 피에스타 보다 훨씬 바빴을 상황에서 나온 EXID의 핫핑크 뮤비를 보면 포인트 부분만 전체 군무샷을 보여주고(사실 군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동작에 가깝다) 나머지는 다 그냥 각개 플레이로 채운다(링크). 그렇게 만들어 놓고 시간 좀 날 때 음방용 3분짜리 연습하면 되고 브라질 축구팀이 월드컵에서 그렇듯 활동하다 보면 점점 합이 맞아 간다. 다들 바쁘신 분들이니까 그 정도야 이해하지. 그러다가 안무 영상 올리면 제대로 잘 풀리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고 보게 되는 거고.

그런데 이걸 굳이 무리하게 집어넣다 보니 뮤비를 보고 있으면 그냥 흐느적거리고만 있다.. 뮤비에 당연히 군무신이 있어야지.. 해서 집어 넣었다 말고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여튼 결론적으로 멋지지도 않고, 섹시하지도 않고, 신나지도 않고, 오랜 관습과 습관의 결과물 같고, 심지어 이런 아이돌 걸그룹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효용 - 저 아이들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마저도 얻을 수 없다. 이런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컴백 음반이라니 이 정도 레벨은 꽤나 오래간 만에 보는 거 같다. 레인보우가 블랙 스완 들고 왔을 때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거긴 무슨 실험이라도 있었지, 그게 훨씬 낫다.

호포읍 이야기

1. 호프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고나니 생각나는 것들 몇 가지.  a) 우선 이 영화의 제목은 "호포읍 대소동"이 더 어울릴 거 같다. "대소동"이라는 나름 전통적인 단어가 들어간 최고 제작비 영화가 됐을 수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