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점심은 거의 급식이다. 급식은 거의 무난하고, 영양소 균형도 잘 맞춰져 있고, 자극적이지 않고, 부대끼지도 않는다. 식사에서 채소와 단백질 확보가 중요한데 단백질은 몰라도 양배추 샐러드는 매일 주는 것도 큰 장점이다. 가끔 염소처럼 양배추를 밥 만큼 먹는다. 두부도 자주 준다. 하지만 맛도 없고 재미도 없다. 건강에 도움도 안될 야트막한 언덕 같은 걸 매일 넘는 기분이다. 음식은 몸에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천천히 마음에 병이 든다. 떡볶이, 피자, 햄버거, 칼국수, 초밥, 회덮밥, 짬뽕, 오징어 땅콩, 꿀꽈배기 이런 걸 계속 먹는 건 몸을 망쳐 놓는다. 하지만 그 맛있음과 흥미진진함이 마음을 치유한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은 어디 쯤 있는 것일까.
2. 먹태깡은 사실 잘 모르겠지만 허니버터칩은 정말 잘 만든 과자다. 발란스가 기가 막힘.
3. 넷플릭스 삼체를 보고 있다. 티빙의 중국판 삼체를 조금 본 입장에서 보자면 둘은 느낌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같은 구조를 천천히 나아간다. 근데 애초에 넷플릭스 드라마는 그냥 영화로 짧게 만들면 훨씬 더 좋았을 거 같은 게 많다.
4. 요즘엔 아침에 지하철에서 유로와 코파 하이라이트를 본다. 둘 다 상당히 거칠 긴 한데 코파는 약간 차원이 다르다. 미국 개최고 미국 축구 협회는 팬을 만들자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듯 한데 저 정도 거칠 거면 미식 축구처럼 안전 장비를 착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둘은 룰도 약간 다른데 유로에는 연장전이 있고 코파는 연장전 없이 바로 승부차기다.
5. 공감성 수치라는 말이 있다. 영화에서 난감하고 수치스러운 장면을 잘 못보는 증상이다. 이런 일상적 심리학 용어가 대부분 그러하듯 일본에서 만들어진 단어고, 모든 상황이 단어로 준비되어 있는 독일어에는 이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다. 이런 증상이 왜 생기냐 하면 영화라는 가상의 세계와 자아 사이에서 상대화가 잘 안되고 감정의 벽을 잘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는 사회화의 실패다. 인간 관계 속에서 적당한 거리감 속에 사는 방법을 훈련하고, 이런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해 가야 하는 데 절대적 수의 부족, 기회의 부족 등으로 거리두기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삼체에 보면 삼체인들은 고통을 느끼면 함께 느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뭔가 비슷한 맥락 같다. 그들은 감정의 메타화에 실패했고 덕분에 안전한 진화에는 성공했지만 그냥 생각해봐도 상당히 곤란하다. 그러고보면 고통, 감정의 공유는 지구를 쳐들어 온 외계인의 특징으로 잘 거론된다. SF 작가들의 로망 같은 건가.
아무튼 공감성 수치로 돌아가면 내가 요새 그렇다. 약간 다른 점이 있긴 한데 영화를 보면 보나마나 주인공이 갈등 상황에 처할 거기 때문에 그에 미리 스트레스를 받아서 잘 안 보게 된다. 뭔가를 문득 보고, 피곤해져서 보다 말지만, 어떻게 하다가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그제서야 다 본다.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다는 예상이 스트레스라는 악순환이다. 그려려니 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는데 어디선가 삐끗한 거 같다.
6. 집에서 밥을 먹을 때는 바나나, 토마토, 살구, 자두, 올리브, 배추, 상추 등 눈에 띄는 식물이 있으면 그냥 밥하고 같이 먹어 버린다. 계속 그러다보니 좀 적응이 된다. 망고 밥, 파인애플 밥 같은 거 문제 없음.
7. 전화로는 인터넷 가입 스팸이 계속 오고, 메일로는 페덱스에서 보관하고 있는 물건이 있어요 스팸이 계속 온다. 스팸의 방치는 전화와 문자, 메일이라는 도구를 형해화한다. 070이라는 전화 번호는 현 시점에서 거의 쓸모가 없고 개인이 전화 걸기 위해 가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 트래픽, 전기, 램, CPU 등 모든 걸 조금씩이나마 더 쓰게 만드는 데 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다 합치면 꽤 될거다. 무엇보다 유용한 도구를 유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