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30

바람, 기억, 잠잠

1. 몇 년 전부터 겨울 날씨 패턴이 상당히 이상하다. 일단 초겨울에는 비가, 본격 겨울에는 눈이 지나치게 많이 내린다. 그 덕분인지 기본 겨울 날씨가 상당히 습한 느낌이다. 거기에 찬 바람이 부니 으슬으슬하다. 어제 낮 온도계는 4.7도였는데 전혀 영상의 기운이 나지 않는다. 그저 기분 나쁘게 춥다. 그러다 북극 냉기가 내려오면 영하 15도 내외로 떨어진다. 그때는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분다. 동토의 날씨다. 이 둘이 반복된다. 3한 4온 시절의 아, 좀 살 것 같다 싶은 타이밍이 없다. 근데 북극 다 녹고 나면 그때부터는 뜨거운 바람만 오는 건가.

2. 2024년 1월은 여러가지 일이 겹쳐있고 상당히 힘들다. 역시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는다. 뭐 인생사 새옹지마겠지 하고 버텨보는 수 밖에 없다. 아주 예전에, 한 이십 년 전 일인데 무언가를 너무 원해서 절박한 심정인 적이 있었다. 그러다 다 망쳐버렸는데 인간이 절박해지면 될 일도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했었다. 어떤 순간에도 여유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꼭 이거 아니어도 문제 없고 잘 살 수 있다는 준비가 필요하다. 얼마 전에 최강 야구 보는 데 딱 그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잊고 있었는데 기억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3. 그건 그렇고 최강야구의 최근 패턴, 팬덤의 양상을 보면 이런 류의 방송은 시즌 2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다. 도시어부와는 다르게 기본 구조 자체가 절박함을 안고 있다. 방송 끝나버려도 다들 잘 살 사람들이고 그러므로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닌데 반복되는 방송이 희미한 존재감의 절박함을 증폭시킨다. 또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팬덤의 우악스러움도 점점 한계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건 케이팝부터 푸바오까지 비슷하다. 비현실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극단적인 의견이나 침소봉대의 의견, 큰 맥락과 무관한 작은 거슬림이 점점 힘을 얻게 되는 거 같다. 책 리뷰에 내용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오자 이야기만 있는 것과 비슷한데 확신을 가지고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오자이니까 거기에 집착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패턴이 아닌가 싶다.

4. 3층 정도를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지하철 역의 엘리베이터는 필수 요건인데 부실 공사로 만들어놔서 툭하면 고장이 난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어제 갑자기 엘리베이터와 계단까지 모조리 폐쇄해 버렸다. 덕분에 아침에 1킬로미터 넘게 걸었더니 피곤하다. 언제 정상화되냐.

5. 1월도 벌써 끝이났다.

20240126

웅장, 품질, 태도

1. 아이들의 선공개곡 와이프가 공개되었고 이후 슈퍼 레이디의 티저가 공개되었다. 일단 와이프 뮤직 비디오의 기발함, 의외성은 굉장하고 전원 랩만 하는 곡의 선택도 허를 찌른다. 하지만 가사의 유치함, 구태의연함은 여전하다. 사실 이런거야 더한 그룹도 많으니까 그런가보구나 싶긴 한데 문제라면 그런 메시지가 앞서나간다, 멋지다고 믿는 데에 있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빈정대는 게 세련되지가 않다. 슈퍼 레이디 티저는 매우 웅장하고 앨범 메들리에서 들려온 민니의 곡은 역시 훌륭하다. 


2. 르세라핌의 새 앨범 티저도 공개되었다. 대자본이 투입된 병맛 오타쿠의 품질을 점점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 있다. 내레이션 테크닉도 늘어서 이제는 막 오그라들 정도는 아니다. 물론 그간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고 갑자기 처음 접한다면 쉽지 않을 거 같긴 함. 르세라핌은 중간중간 녹아있는 캐릭터 지속성에서 나오는 유머가 일종의 그룹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3. 최강야구의 시즌 2가 마무리되자 마자 심수창이 메시지를 보냈다. 그로서는 최대한의 예의를 차린 듯. 왜 나갔는지,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답을 주긴 했다. 뭐든 그렇지만 특히 프로의 세계에서 서로의 윈윈을 향한 마무리와 매듭을 짓는 방식은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좋은 말이 와야 좋은 말이 가는 법이다.


4. 문이 닫히면 다른 창문이 열린다. 닫힌 문을 바라보지 말고 열린 창문을 바라보는 게 그래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좋은 태도가 아닐까 싶다.


5. 며칠 엄청나게 추웠는데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는 거 같다. 북극 추위 지긋지긋하다.


6. 항상 보면 전쟁과 무관할 거 같은 사람들이 전쟁이 어쩌구 하는 초연한 메시지를 던진다. 역사가 알려주듯 전쟁의 고난도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가장 크게 전가된다. 그렇기에 그러한 태도를 참기는 어렵다.


7. 3과 관련해 여러 댓들을 좀 봤는데 팽당하고 투덜거린다, 어리다 같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다수가 편하라고 침묵을 강요하고 그게 어른의 덕목이라 여기는 건 우스운 일이다. 성숙한 사회인이란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을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이 아닐까.


20240118

엄정, 적응, 불만

1. 야구에 AI 판정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여러가지로 말이 많다. 전격 도입이고 보조도 아니고 그게 메인. 이건 저번에 말했던 AI에 의한 법적 판결과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사람이 하는 일률적이지 못함, 엄정하지 못함을 믿을 수 없고, 그러므로 비공정하다. AI가 하면 일단 반박이 불가능하다. 따지려고 해봐야 따질 데가 없다. 하지만 분명 일률적일 거다. 

알파고 때 알파고가 왜 저렇게 두는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기는 걸 보면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이유가 있겠지하는 것의 발전판이다. 몇 달 전에 바둑 채널을 몇 개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의 바둑은 AI처럼 두는 게 유행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AI가 그렇게 두는 걸 보면 그게 더 낫다는 거겠지 이런 식이다. 

AI 심판의 판결은 처음에는 이해가 어려운 데가 있겠지만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보면 아마도 그쪽이 맞을 거다. 그러므로 인간은 AI 식의 판결에 적응하면 된다. 그렇게 '공정함'을 획득한다.


2. 1과 관련해 결국 이런 식으로 나가면 신은 AI다 같은 게 나올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종교를 만들고 싶다면 신을 AI로 설정할 것. 


3. 문화의 동기가 인간의 불완전성 덕분이라고 믿는 입장에서 이런 식의 전개에 불만과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이걸 과연 피할 수가 있는건가를 모르겠다. 결국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4.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SNS에 기반한 현대 문명은 공정함에 대한 욕구는 넘치는 데 비례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는 거 같다. 무슨 잘못을 하든 다 그냥 죽일 놈이 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칼국수 사건처럼 말도 안되는 일이 생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판결을 믿을 수 없음,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음 -> 사이다에 열광. 뭐든 사이다면 다 됨. 머리가 이렇게 굳어지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된 게 아닐까. 어쨌든 너가 잘못했으니까 식으로 도덕적 우위를 함부로 점해버림. 이것도 AI 밖에 해결책이 없는 걸까.


5. 사실 당면한 최고의 문제는 이보다 중동이긴 하다. 이란의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전쟁의 화마에 접어들면 AI 문명이 도래하기 직전 선사 시대 쯤으로 다시 물러날 거니까.


20240114

체크, 엉망, 레벨

2024년 들어서 한 일을 생각해 보면 우선 M65 야상의 견장을 떼어냈다. 어깨 부분의 실을 끊어내고 견장을 빼내고 다시 꿰매는 작업이다. 어려운 점은 옷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바늘이 들어가는 자리와 나오는 자리를 계속 체크해야 하는 점. 이걸 2벌, 4개를 했다. 

그 다음 늘어난 스웨터의 목 부분을 좁혔다. 우레탄 끈을 목 주위를 빙 둘러서 두 칸 꿰맸다. 어려운 점은 우레탄 끈이 잘 묶이지 않는다는 점. 그렇다고 순간 접착제를 붙이면 딱딱해져서 끊어지기 쉽다고 한다. 다른 스웨터 팔이 늘어나서 우레탄 끈을 둘러 시보리 비슷한 걸 만들어 봤는데 이건 입었다 벗었다 몇 번 했더니 끊겨버렸다.

그리고 키보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T와 S 스위치를 교체했다. 박스 안에 새 스위치가 몇 개 들어있어서 그걸 사용. 납땜을 벗겨내고 스위치를 빼내고 다시 끼운 다음 납땜하는 작업. 어려운 점은 납땜을 벗겨내는 게 깔끔하게 잘 안되고 스위치를 빼내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 그러는 바람에 빼낸 스위치는 다 엉망이 되었다.

작년 12월에는 패딩의 스티치 부분에 왁스칠 하는 작업을 했구나.

그리고 괴마옥을 키우고 있는데 쉽지 않다. 시름시름할 때 뭘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음. 올해는 드루이드 책을 읽어볼까 싶다. 

아직 못하고 있는 건 사용하고 있는 두 개의 마우스를 같은 생김새의 무소음 버전으로 바꾸는 것. 운동화 사이드 부분 떨어진 고무를 붙이는 것. 위 작업들의 문제는 바느질과 스위치 교체라는 게 작업의 난도가 높지는 않지만 끈질김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거다. 사시코 같은 거 하는 분들 대단함. 어쨌든 모두 큰 문제없이 마무리를 했지만 모두다 상품화를 할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지는 않았다는 게 문제다. 뭘 하든 그 정도 레벨이 되어야 하는데 역시 끈질김과 인내심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20240109

적응, 신뢰, 믿음

1. 날씨가 공기 안좋은 따뜻함과 폭설, 강추위가 반복되고 있다. 매년 있는 일이지만 공기 안 좋은 거, 영하 15도 모두 적응이 불가능하다. 오늘은 눈이 많이 내림. 천천히 차곡차곡, 하지만 아주 많은 양의 눈이 내리고 있다. 아주 두꺼운 구름에서 잔뜩 품고 있는 눈을 내려보내는 거 같다. 뭔가 세상이 멸망하고 나서 내리는 눈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2. AI로 인한 해고 소식이 종종 들린다. 아마도 더 커지겠지. 또한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 등에 대한 반발로 차라리 AI가 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특히 형벌과 관련해 말하자면 인간의 선택에 의한 AI의 지배는 가능성이 높을 거 같다. 지금은 변수를 다 소화해 내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충분히 가능해 질 거다. 기계에 의한 판결의 완벽성 문제는 앞으로 논쟁 거리가 될 거 같다. 사실 형법을 높인다고 해서 범죄가 낮아지진 않는다. 공포가 답이라면 중국이나 북한 같은 데 범죄가 거의 없겠지. 그보다는 사회의 투명함과 공정성, 신뢰성 같은 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거 같다. 죄를 범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믿음, 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다는 믿음 같은 것들. 


3. 치과에서 마취를 기다리며 멍하니 X레이 사진을 보고 있는데 위 치아가 12개, 아래가 16개가 있다. 4개가 비네...


4. 이번 ITZY 앨범이 꽤 좋다. 10곡인데 미니 앨범임. 왜? 아무튼.

20240104

악화, 일과, 계획

1. 세계적으로 지진과 테러, 전쟁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2024년 1월 나에게도 몇 가지 일이 있다. 우선 형광등이 나갔다. 형광등 안정기가 나간 거라 상당히 귀찮은 타입이다. 

그리고 이를 뽑았다. 앓던 이를 뽑았으니 시원섭섭한 일이긴 한데 위쪽 어금니가 양쪽 다 없는 인간이 되었다. 다만 이를 닦는데 시간이 확 줄은 느낌도 드는데 이는 이 뺀 부분을 당분간 닦지 말라고 해서 그런 것도 있다. 아무튼 3군데 치료를 하고 3개의 이를 뽑았다.

웅이의 만성 피부염이 상당히 악화되었다. 너무 긁어서 바닥에 피를 뿌리고 다니는 바람에 매우 슬퍼졌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스프레이를 뿌리고 연고를 바른 후 아주 약간은 안정된 거 같긴 하다. 그래도 아직 긴 일이 남았다.

문고리가 부러졌다. 방문 고리가 정말 뚝 하고 부러졌다. 뭔 일인지 모르겠네.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을 했고 2일 혹은 3일 후 도착한다.

2월에 큰 돈 나갈 일이 있다.

스웨터 뜯어진 부분을 재수선을 시도하다가 북 하고 더 찢어져 버렸다. 땜빵을 했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인해 경제적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나가서 사 먹는 밥을 1회로 줄였는데 역부족인거 같다. 인생사 새옹지마. 그거 하나 믿고 간다.


2. 1의 이유로 아침에 일어나면 작년 건강검진 때 나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약을 하나 먹고, 이를 뽑은 이후 먹게 된 항생재, 진통제, 위장약 세트를 먹고 강아지에게 스프레이를 뿌리고 연고를 바르고 가루약을 먹인다. 밤에 자기 전 역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


3. 밤 시간에 책을 읽고 있다. 아저씨 도감과 현대 미술에 대한 책을 읽었고 영화에 대한 책을 읽을 예정이다. 받아놓고 쌓아놓기만 한 책들을 다 읽을 계획이다.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