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5

직박, 구리, 가능

1. 태풍 힌남노의 영향이라고는 하는데 직접은 아니고 간접 영향으로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다. 상당히 보기 드문 타입으로 바람도 없이 일자로 떨어지는 쏴- 하는 비가 약해지지도 강해지지도 않고 계속 내린다. 강도는 샤워하기 딱 좋은 정도. 아무튼 이 정도 비는 더 강해지거나 외부 요인(댐 방류 같은) 도시가 소화해 낼 수 있기 때문에 홍수가 날 염려는 덜하지만 지긋지긋한 느낌은 더욱 강하다. 하루 만에 이렇게 지긋지긋해지다니 이것도 재주다. 

태풍은 현재 서귀포 근처에 있다는 데 이동 속도가 약간 빨라졌다. 엄청 강하고, 바람도 쎈데 느리게 움직여서 큰 문제였는데 적어도 마지막 문제는 해결이 된 듯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속도 빠르니까 아무리 쎈 바람이 불어도 휙 지나가버리면 별 일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

비가 좀 약해지면 집에 가야지 하면서 타이밍을 잡고 있는데 예보에 의하면 새벽이 될 때까지 계속 강해진다. 그렇지만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고 난 후인 내일 오후 쯤 부터는 그냥 맑음이다. 즉 내일 이 시간 쯤에는 이제 다 지나가고 맑은 날만 남아있겠지. 

비가 계속 내리는 데 직박구리가 날아다녀서 쟤네는 어디 숨어있지 왜 저럴까 했는데(이 와중에 싸움이 난 거 같기도 하고) 그중 하나가 우산 쓰고 가만히 서서 구경하던 나를 나무나 뭐 이런 걸로 착각한 건지 직진해 날아오길래 깜짝 놀랐다. 난 왜 저래! 그랬고 저쪽은 아마 저건 왜 움직여! 이랬겠지... 

공격 의사로 보이진 않았다. 예전에 새의 공격을 받아본 적이 두세 번 있는데 항상 뭔가 코브라 헬기가 탱크 공격하듯 상공에 떠서 공격의 기미를 보이거나 아무튼 잘 안 보이는 곳에서 돌진해왔기 때문이다. 그냥 날다가 날 보더니 방향을 돌렸음. 다행히 알아차렸는지 돌아갔다. 아무튼 비 오고 밤에 바람도 세질 예정인데 어디 잘 숨어있길. 지금은 안 보이는 네 마리 고양이도 부디 어딘가 잘 숨어있기를.


2. 아무리 생각해도 여행 같은 걸로 리프레시를 얻는 타입의 인간은 아닌 거 같다. 계획에의 부담, 예상치 못한 전개의 부담 그리고 비용의 부담 등 따져보면 자잘하게 부담스러운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여행이라는 거 자체가 그냥 맘 놓고 보내기가 어렵다. 그래도 가끔 이런 걸 다 짊어지고 어딘가 가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다. 작년에 꾸준히 하던 트레일 워킹을 올해는 여러가지 사정 - 특히 너무 잦은 비 - 으로 못하고 있어서(작년에 갔던 코스는 대부분 전면 통제 중이다) 멍하니 입을 다물고 자연을 목도하는 절대 시간이 꽤 줄어있기도 하다. 그래도 피곤하긴 하기 때문에 고민이 됨.


3. 사실 2보다는 중고 옷 가게를 뒤적거리다가 뭔가 마음에 쏙 드는 걸 구입해 집에 가져다 놓고 구석구석 들춰보거나, 세탁해서 사용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놓거나 하는 게 훨씬 힐링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정말 어디 둘 데가 없다. 방에서 평화로운 부분은 침대 위 뿐이다. 거긴 그래도 자야 하니까 어떻게든 남겨 둬야지.


4. 에스파의 도깨비불이나 케플러의 르 보이지, 아이브의 아이 라이크 잇, 잇지의 도미노 같은 곡을 많이 오래 듣기는 한다. 그렇다고 이런 곡이 타이틀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걸그룹 세계에서 메이저 회사의 타이틀은 확실히 티가 난다. 그냥 들어도 블록버스터다. 그러는 와중에 수록곡 속에 들어있는 힘을 뺀 듯하지만 매력이 잘 드러난 곡들이 있다. 이런 것도 사실 이 시장이 이만큼 커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저 빈 칸만 채울 생각은 없다 하는 건 어찌보면 불필요한 비용 투입이겠지만 전체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물론 아마도 이런 거 까지 반영되어 곡의 시장 가격이 책정되어 있긴 하겠지.


5. 복수심에 불타거나 혹은 그냥 잠깐 웃기 위해서, 혹은 알 수 없는 사명감에 불타 이성이 마비되어 버린 경우를 요새 정말 많이 본다. 이들의 특징은 자기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상황 혹은 피해가 오는 데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례 평형의 감각이 없어진다는 것. 작은 악을 탓하기 위해 더 커다란 악을 무시하거나 일당 백만원을 벌기 위해 그에게 들 수 있는 공적 비용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셀카봉을 들고 태풍 파도에 뛰어드는 것 등등.


6. 태풍이 지나간 이후 날씨가 많이 좋아졌다. 일교차가 지나치게 크긴 한 게 햇빛이 아직 뜨거움.


7. 무슨 이벤트로 애플TV 6개월 구독권을 준다길래 등록을 했다. 얼마 전 이벤트로 디즈니 플러스 6개월 구독권도 있는 덕분에 현재 유튜브 프리미엄, 티빙까지 해서 4개를 구독 중이다... 언제 이런 인생이 됐지. 하지만 거의 못 봄. 제대로 본 건 티빙 -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헤일로 이후 없다. 언제가 볼 타이밍인지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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