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4

피로, 역할, 성분

1. 최근 매우 피곤하다. 일하는 데 쓸 에너지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거 같다. 사실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있기도 하고.


2. 몇 개의 옷을 버렸다. 팔긴 그렇지만 어디론가 가서 새 삶을 살게 될 거 같은 옷도 있다. 앞으로 한동안은 하루에 하나씩 버리게 될 거 같다. 정리를 좀 해야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지만 부디 새로운 곳에서 옷으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길 바란다.


3. 매생이 굴국밥은 1년에 한 번 정도 강렬히 먹고 싶은 때가 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무엇인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은 취향이라기 보다 몸이 그게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럴 땐 가능한 신속히 먹어주는 게 좋다. 이건 밥이 아니라 말하자면 부족한 필수 성분 같은 것.


4. 하지만 이건 신체적 결핍이 아니라 정신적 결핍이 원인일 수도 있다. 상당히 예전 일이지만 금연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나름 이 분야의 고전인 알렌 카의 스톱 스모킹) 금연을 시작하면서 신경이 곤두서고 주변에 짜증을 전가하는 금단 현상이 종종 있는 데 대부분은 다시 흡연을 하려는 구실을 찾기 위한 방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즉 주변에서 불편하니까 다시 담배를 피라고 부추키게 만드는, 말하자면 주변을 공격해 자신의 책임과 죄책감을 덜어내는 회피 방식이다. 물론 니코틴이 사라져서 생기는 금단 현상이긴 하지만 신체적이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현상이다.

즉 부쩍 이것저것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건 요새 몸무게 추이를 좀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데서 나오는 영향이 꽤 있을 거다. 

 

5. 넷플릭스에서 이카로스를 봤다. 다큐의 주제와 방향이 중간에 변해가기 시작하면서 실태 고발에서 시작한 스토리가 나중에는 거의 첩보 영화처럼 변한다. 그리고 다큐는 원래 주제를 버리고 주변 상황의 변화를 꽤 유연하게 따라간다. 이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6. 매일 아침 9시 10분에 집에서 나와 9시 30분 열차를 타고 있다. 이 시간에 너무 집착하느라 더 큰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근래 하고 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생활 항상성의 유지와 일의 효과성을 높이는 건데 이런 걸 유지하는 데 쏟는 에너지가 지나치게 크다.


7. 사쿠라, 채원이 실로 오래간 만에 침묵에서 깨어나며 인스타그램을 가동했다. 2022년이 시작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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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 음색,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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