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8

오한, 카레, 흔적

1. 일요일에 모임 겸 회의가 있어서 나갔다가 밥을 먹고 들어왔다. 날이 꽤 더웠기 때문에 피곤해서 잠이 좀 들었다가 깨어 나면서 체한 느낌이 시작되었다. 이후 상당히 고생을 했는데 무엇보다 신기한 건 오한이다. 왜 이런 날씨에 내 몸은 추위를 느끼는가. 그래서 좀 찾아봤다.

오한은 근육 운동을 통해 신체 내부 심부 온도를 올리기 위한 생리적 반응이라고 한다. 즉 목적은 덜덜덜하는 떨림이다. 체했다는 건 위가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거고 그러니 오한을 통해 내부 온도를 올려 다시 작동하게 하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렇게 춥다니 어딘가 고장이 나서 위가 안 움직이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은 반은 옳고 반은 그르다. 오한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기 때문이고 확실히 뭔가 고장이 나서 잘 안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오한이 생겼기 땨문이다.

진행 과정을 보면 뇌의 체온 중추에서 체온을 평소보다 높게 재설정을 한다. 그러면 바로 추위를 느끼게 되면서 근육을 수축시키고 체온을 새로 높아진 목표 체온까지 끌어 올린다. 이 과정이 오한이다. 

이 설명에서 흥미로운 건 오한이 대부분 세균 감염과 연관이 되어 있고 바이러스성 인플루엔자를 제외하고는 바이러스와는 관련이 적다. 즉 어제 체한 이유는 상한 음식을 먹었거나 뭐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거 같다. 하지만 코로나 증상에도 오한이 있다. 모르는 적이 들어왔고 체온이 높아지니까 아마 그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몇 시간 동안 매우 추워서 선풍기도 끄고 이불을 덮고 있었는데 조금씩 회복이 되며 다시 더워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간혹 오한의 느낌이 나는 경우가 있는 데 그건 생생한 기억에 의한 게 아닌가 싶다. 하루 종일 거의 아무 것도 먹지 못하다가 밤에 카레 우동을 먹었다.


2. 1때문에 저번 주에 시작한 양평 물소리길 트레킹은 미루기로 했다. 한주 만에 이런 일이 생겨서 안타깝지만 그 정도 컨디션은 아닌 거 같다. 목요일까지 보고 이번 주에 하든가 다음 주로.


3. 어제의 흔적으로 방이 너무 지저분하다. 역시 일상이 깨지는 건 많은 흔적을 남기고 다시 되돌리기 위해 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다.


4. SM Congress 2021을 봤는데 중간에 NCT 성찬과 에스파 윈터가 나오는 강타의 자유롭게 라는 MV가 있었다. 그걸 보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SM의 뮤직비디오가 점점 사람을 자연스러운 AI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고 AI를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AI를 인간처럼 보이게 하려는 건 그렇게 쓸모있는 방향이 아니다. 불쾌한 골짜기 이런 것도 있고. 결국 인간과 AI 사이 어딘가 가장 자연스러운 중간의 지점 어딘가를 향하고 있고 그렇게 사람들의 눈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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