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8

통증, 제도, 정보

1. 온 몸이 아프다. 이건 새로 먹기 시작한 유산균 탓일 수도 있고 혹은 스트레스, 낙담과 좌절, 번뇌, 불규칙한 식사, 불면의 밤 등등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모든 걸 리셋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 아픈 곳은 입술에 큰 문제가 생겼고, 복통과 오한이 있고(몸살이 되려다 만 상황이다), 몇 년 전 다쳤던 발가락이 약간 심하게 아프고, 가슴 위 쪽에 근육통이 심하다. 


2. 청와대 청원은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건 왕이 가지는 제도다. 음력 354일간 전국의 모든 자치구를 하나씩 검토해 본다는 조선 왕의 정치. 물론 수없이 많은 제도적 장치를 사람들이 잘 모르고, 알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호소를 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를 찾아가는 것보다 청원 게시판이 더 확실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그건 큰 문제다. 또한 여론화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여론화가 되지 않는다고 방치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가 있다면 그건 더욱 큰 문제다. 정부는 상업적 기구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멜론 100위 안에 들어야 사람들이 비로소 찾아듣는 식으로 운영되면 곤란하다. 1000위에 있어도, 10000위에 있어도 가치가 있다면 찾아내야 하는 게 정부의 일이다. 이건 인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와 방식의 문제다. 이는 또한 어떤 일을 한 공무원을 대우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3. 목소리로 하는 SNS라니 애초에 전혀 이해도 가지 않고 관심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인기가 꽤 많다고 한다. 인기의 비결은 양질의 정보라고 한다. 그렇다면 궁금한 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누구고 그들은 무슨 이익을 얻는 걸까. 명성? 명성이 있으니까 정보 제공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이건 동어 반복이다. 잘 모르겠는데 140글자 읽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 뭔가 얻는 게 좋다는 의견도 들었다. 그러면 팟캐스트가 있지 않을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방에 들어가 있는 소속감 같은 걸까? 모르겠다...


4. 2021년의 시작이 매우 어렵다. 이런 힘듦의 끝은 과연 무엇일까.


5. 춥고 건조하고 바람부는 날 숲 속, 산 속을 살짝만 걸어들어가 멀리서 들리던 자동차 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면 꽤나 낯익은 냄새가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학교, 군대, 오래된 병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 속의 컨테이너에서 나던 냄새. 집단 생활의 기억, 현대 문명과 자연의 경계 사이에 어설프게 놓여있는 장막 같은 것. 물론 문명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곳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고 심지어 여기엔 그런 게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냄새는 확실하다. 이런 건 이 계절에나 가능하다. 여름에는 부패의 냄새가 너무 강하고 봄과 가을에는 생명의 기운이 지나치게 진동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