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네에 웅덩이까진 아니고 살짝 지반이 낮은 길이 있다. 비가 내리거나 하면 잠깐 물이 괴는 그런 곳이다. 보통 겨울 들어 눈이 한 번 크게 내리면 그대로 계속 쌓여 있는다. 게다가 그늘이라 녹지도 않는다. 영상 1, 2도까지도 체감 온도는 영하라 계속 얼어 있다가 완연한 봄이 오면 결국 녹는다. 지금 사는 곳에 6년 째 살면서 보고 있는 일종의 겨울 계절감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바로 뒤에 산 비슷한 언덕이 하나 있는데 그곳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이쪽은 좀 더 다채로워서 4계절을 다 가늠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거기에 뭔가 쌓인 적이 없다. 얼어 붙은 것도 없다. 보통 겨울엔 언덕 위에라도 남아 있는 눈 혹은 얼음이 계속 남아있는 데 그런 것도 없다. 최근 거의 일주일 간 영하 4도에서 영상 4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오늘은 10도까지 오른다. 다음 주엔 영상이다. 하긴 음력 1월 1일, 양력 1월 27일이니 그럴 때가 되었다고 해도 납득이 되는 점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전체 추세를 보면 올해 겨울은 분명 이상하다.
2021년 지구 멸망설(까진 아니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에 접어든다는 설)을 조심스럽게 가정해 보고 있는 데 올해 겨울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2. 최근 들은 노래 중 가장 좋은 건 레드벨벳의 싸이코다. 가사가 약간 이상한 점이 있지만 뭐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고 그런 거겠지. 레벨은 절대 메인스트림을 포기하려고 하면 안된다.
3. 큰 병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 까지는 아니더라도 걱정 비슷한 게 있다. 확실히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거나, 정상 작동을 하지 않는다거나, 회복이 느리다는 게 느껴지긴 한다. 미련이 없냐 그러면 그런 건 아니지만 딱히 있다고도 할 수 없다. 그냥 그려려니 라는 게 정확한 심정이 아닐까. 다만 끝내지 못한 마감이나 갚지 못한 빚은 없도록 해놓고 싶다. 누군가 곤란해지면 안되지.
4. 3번과 연관해 겨우겨우 이자만 갚으며 계속 연장해 온 오래된 대출이 3개 있었는데 얼마 전 2개 째를 상환했다. 이제 하나가 남았는데 올해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5. 옷을 오랫동안 입어가며 낡아가는 걸 좋아하는 데 요새 자꾸 새 옷, 정확히는 가지고 있지 않은 옷을 탐하고 있다. 어디 둘 데도 없다. 1번과 관련해 피난이라도 가게 되면 다 쓰레기나 짐이다. 3번과 관련한다면 더욱 필요가 없다. 올해의 또 다른 목표로 짐을 늘리지 말 것, 가지고 있는 걸 더욱 열심히 세탁하고 수선하고 브러시 질을 할 것 정도가 있다.
6. 쓰는 패턴은 달라진 게 없지만 요새 크롬북은 확실히 힘에 부쳐하는 모습이 보인다. 왜 그럴까 하면 나랑 별 상관도 없이 들러 붙은 업데이트 때문이다. 뭐든 덩치가 커지고, 뭐든 램을 혹사한다. 더 많은 램과 더 고기능의 CPU 만이 답이 된다. 아이폰도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유물화 되어가는 데에 불만이 많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