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6

소킹, 논란, 습도

1. 일요일인 김에 옷을 정리했다. 최저 기온이 훅 떨어졌고 여름 옷을 넣어두고 겨울 옷을 빼놓을 시간이다. 새삼 느꼈지만 쓸데없는 옷이 너무 많다. 그리고 저번에 대충 하다 만 데님 재킷 소킹을 하나 했다. 잠깐 물에만 헹궜더니 접착제 같은 게 잔뜩 올라와서 끈적거리길래 오늘 기회에 정리를 해야 했다.

2. 프듀 논란의 핵심은 투표수 조작과 그게 기획사와 관련이 있는가 하는 거다. 그외에는 일단 다른 문제다. 물론 다른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 둘은 연결해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 그렇다. 이걸 연결하면 논란의 초점이 흩어지고 다른 데로 옮겨갈 수 있다. 모두 다 한번에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수 있지만 세상에 그런 일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시기다.

전장을 키울 이슈가 있고 깊이를 더할 이슈가 있다. 엠비씨가 진짜 뭔가 하고 싶다면 이런 중요한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하는데 그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프듀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다. 그리고 분명 그렇게 휘두른 무기는 멀지 않은 시기에 같은 방송국의 예능국으로 돌아온다. 그걸 감수할 준비가 얼마나인지가 지금의 이슈에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는지가 정해질 거다. 방송국의 대 기획사 갑질을 이야기하는 엠비씨라니 이 무슨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인가.

3. 날이 추워지긴 했는데 습도가 높은, 혹은 높아질 기운이다. 찾아봤더니 내일 종일 비가 내린다고.

4. 이번 주는 할 일이 무척 많다. 화이팅.

5. 이해인이 아학 관련 글을 올렸다. 프듀 101, 아학으로 이어지는 씨제이의 걸그룹 서바이벌은 이해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데 프듀 48 출연을 막았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대체 씨제이는 이해인한테 왜 그런 걸까. 처음부터 끝까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아학 논란이 가시화되자 뜬금없이 마마에 데려가서 논란을 잠재우고 지나고 나서야 그걸 알 수 있게 한 건 정말 최악이었다. 바로 이런 면에서 엠넷, 씨제이가 지금의 사태를 제작진의 일탈로 몰고가면서 선을 그으며 모른 척 하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보면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에게 기억이 생생한 당사자다. 다만 부당한 대우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역시 뉴스의 제목을 보면 초점이 거기에 맞춰져 있다. 그런 부분에 관심이 훨씬 많다는 거고 분명 일단 눈에 들어오게 하는 건 그쪽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돌아가면 2에 쓴 이야기와 다르게 이 방면의 이슈가 조금이라도 시정되는 게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물론 그건 엠비씨의 일은 아니다.

그리고 글이 길어서 엉뚱하고 자극적인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 문제는 아학 최종 선발이 조작되었나, 왜 데뷔를 약속하며 중간에 아티스트 계약을 한 몇 명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다른 데도 못가게 하면서 마냥 방치하다가 그냥 내보냈나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게 그저 입막음을 하려고 계약으로 묶어버린 것 같다는 거다.

6. 말을 안 꺼냈으면 모르겠는데 여기라도 몇 마디 쓰고 나니까 할 말이 자꾸 늘어나는구나. 이해인의 글이 주는 파장이 꽤 크다. 낮에 바빠서 별 생각 못하다가 집에 오면서 다시 읽어보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 글이 이 문제에 대해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하나 방황하던 많은 이들에게 전환점이 될 건 분명하다. 혹시나, 설마 해오며 묻어왔던 일들이 명백히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다 망하고 사라지더라도 이건 다 들춰내고 기록되어야 한다.

과연 이해인이 아학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호소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투표를 조작한 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간에 밝혀져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씨제이가 이 사이에서 도망갈 곳도 꽤 많다. 그렇지만 부당한 처우 그리고 투표의 조작은 도망갈 곳이 없다. 분명 아학은 나와서는 안 될 방송이었고(포맷이 그런 게 아니라 제작진) 그저 옛날 일로 끝내버릴 수는 없는 방송이다.

프듀가 논란의 핵심이고 이슈는 그걸 따라 흘러가겠지만 엠넷의 모든 나쁜 것들은 아학에 다 모여서 정점을 보여줬다. 물론 그런 게 모일 수 있었던 이유가 프듀가 존재했었기 때문이라는 점 역시 변함은 없고 그 이후의 프듀가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점도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이 역시 드러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