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8

추위, 바람, 지지부진

1. 요새 가장 많이 듣는 노래는 러블리즈의 문라이트와 설리의 고블린이다.

2. 주말은 꽤 추웠다. 낮에는 따뜻했지만 밤에는 바람이 불었는데 기억에는 어두컴컴한 하늘과 바람만 남았다.

3. 아침에 동네 벤치에 앉아있는데 바람이 불어왔다. 아주 멀리서 온 한 번에 길게 부는 바람. 대체 어디서 왔을까. 도심 속에서는 그런 걸 느낄 틈이 없는데 동네에 있으면 가끔 느낀다. 예전에 소노 시온 영화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뭐든 다 잘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문득 생각났다. 잘리진 않았고 머리카락만 날렸다.

4. 최근의 상황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지지부진. 그래도 강연도 하고 글도 보내고 책도 쓰고 있다. 그리고 뭔가 찍어볼까 계획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지부진.

20191024

도피, 기억, 두통

1. 중간 고사 시험 기간이라 4일 정도 디디피 크레아로 도피해 있었다. 거긴 나쁘진 않지만 역시 불편함이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식사. 하여간 신당동(신당역에서 디디피 사이, 정확히는 중구 무슨 동이던데) 싫어. 드러워. 어쨌든 시험 기간 도피는 일단 끝났다. 다음 번에는 기말 고사 기간일테고 또 춥고 긴 겨울이 찾아 오겠지.

2.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난 3개월 정도를 꽤 갈피를 못잡고 정신이 없었던 거 같다. 해야할 것들도 많이 못했고 봐야 할 것들을 그냥 지나쳤다. 뭔가 미안한 상황도 있고 그때 그랬으면 안됐는데 싶은 뭔가 찝찝한 상황들도 있다. 이제와서 후회해도 되돌릴 수도 없고 안고 가야겠지. 아무튼 올해가 가기 전에 정신을 좀 차려야겠다.

3. 잠이 잘 안 오고, 자꾸 깨고, 깰 때마다 두통이 상당히 심하다. 특히 두통은 카페인 부족시 나타나는 두통 혹은 모기향 때문에 생기는 두통과 상당히 비슷한 형태인데 양쪽에서 대책을 좀 마련해야 할 듯.

20191014

슬픈 날

슬픈 날이다. 예능 복귀작이라고 악플의 방 같은 약간 괴상한 방송을 꾸역꾸역 챙겨보고 있던 일도 다 부질없게 되었다. 왜 그런 방송을 택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자신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일들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었다. 이제는 지나가 버린 일이다.

무슨 일인가 소식을 보려 열었던 브라우저 위에서는 그저 자극적인 제목을 쏟아내는 언론사, 충격의 임팩트 위에 자기가 주장하려는 걸 어떻게든 얹어 보려는 인간들, 뭔가를 변명하는 인간들, 타인의 인생 앞에서 난데없이 달관한 부처를 자칭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저 그냥 미친 사람들의 혼란 속에서 더 이상 뭔가 읽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완전히 알 수 없고 자신만 이해하고 있을 결정을 했고, 그 결정의 결과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을 뿐이다. 이 무게가 과연 어떤 것인지 나로서는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부디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되었길, 부디 편안함을 얻었기를. 뭐라고 써야 할 지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대체 모르겠구나.

20191011

문득, 변화, 피곤

1. 3번째 경연이 주된 내용이었던 이번 주 퀸덤은 이상하게 지루했다. 퀸덤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만들려면 출연료를 엄청나게 줘서 이게 최우선이 되도록 하든가...

생각해 보면 1번째 경연은 자기 곡, 원래 하던 거니까 딱히 많은 시간이 필요없다. 2번째 공연은 경쟁팀 곡, 시간 문제가 생기지만 다들 합숙하는 팀이니까 어떻게든 낼 수 있다. 3번째 공연은 유닛... 같이 모일 수가 없다. 이게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이 능력치 높은 분들의 포텐을 끌어낼 수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뭔가 팀 조합의 굉장함을 제외하면 어딘가가 삐그덕대는 느낌이 나는듯 하게 흘러갔다. 그러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저런 방송 하지마 + 다들 이왕 아까운 시간을 냈는 데 좀 아쉽다가 공존하는 기분이 된다. 그리고 이 삐그덕의 틈새를 리액션으로 채워버리니까 편집이 난잡해지고 결국 더 삐그덕댄다.

물론 재미가 있긴 했지만 아쉽다는 거. 뭔가 좀 이상한 방송이었다.

2. 최근 악동뮤지션의 새 음반 항해를 자주 듣고 있다. 음악에 "사람"이 너무 강하다는 건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긴 한데 포크가 기반에 깔려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이번 음반을 들으면서 이상하게도 정태춘 박은옥이 자주 떠올랐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수현의 목소리가 조금 바뀐 영향이 큰 거 같다.

이 방면 지식이 부족해 정확한 용어는 모르겠는데 목소리, 톤, 창법(이건 비슷한 거 같은데). 두드러지게 변화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뭔가 결이 더 두꺼워지고 입체감도 더 생긴 거 같다. 예전 곡과 비교해 보니 역시 다르긴 다르다. 이건 일부러 그런 걸 수도 있고 성장기는 지났을 테고 현역 가수 경험이 목소리를 바꿔놓고 있는 걸 수도 있고. 아무튼 뮤지션의 성장과 변화를 경험하는 건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일이다.

3. 너무나 피곤하다. 대체 뭐지 싶을 정도로 피곤하다.

20191006

소킹, 논란, 습도

1. 일요일인 김에 옷을 정리했다. 최저 기온이 훅 떨어졌고 여름 옷을 넣어두고 겨울 옷을 빼놓을 시간이다. 새삼 느꼈지만 쓸데없는 옷이 너무 많다. 그리고 저번에 대충 하다 만 데님 재킷 소킹을 하나 했다. 잠깐 물에만 헹궜더니 접착제 같은 게 잔뜩 올라와서 끈적거리길래 오늘 기회에 정리를 해야 했다.

2. 프듀 논란의 핵심은 투표수 조작과 그게 기획사와 관련이 있는가 하는 거다. 그외에는 일단 다른 문제다. 물론 다른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 둘은 연결해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 그렇다. 이걸 연결하면 논란의 초점이 흩어지고 다른 데로 옮겨갈 수 있다. 모두 다 한번에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수 있지만 세상에 그런 일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시기다.

전장을 키울 이슈가 있고 깊이를 더할 이슈가 있다. 엠비씨가 진짜 뭔가 하고 싶다면 이런 중요한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하는데 그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프듀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다. 그리고 분명 그렇게 휘두른 무기는 멀지 않은 시기에 같은 방송국의 예능국으로 돌아온다. 그걸 감수할 준비가 얼마나인지가 지금의 이슈에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는지가 정해질 거다. 방송국의 대 기획사 갑질을 이야기하는 엠비씨라니 이 무슨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인가.

3. 날이 추워지긴 했는데 습도가 높은, 혹은 높아질 기운이다. 찾아봤더니 내일 종일 비가 내린다고.

4. 이번 주는 할 일이 무척 많다. 화이팅.

5. 이해인이 아학 관련 글을 올렸다. 프듀 101, 아학으로 이어지는 씨제이의 걸그룹 서바이벌은 이해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데 프듀 48 출연을 막았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대체 씨제이는 이해인한테 왜 그런 걸까. 처음부터 끝까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아학 논란이 가시화되자 뜬금없이 마마에 데려가서 논란을 잠재우고 지나고 나서야 그걸 알 수 있게 한 건 정말 최악이었다. 바로 이런 면에서 엠넷, 씨제이가 지금의 사태를 제작진의 일탈로 몰고가면서 선을 그으며 모른 척 하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보면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에게 기억이 생생한 당사자다. 다만 부당한 대우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역시 뉴스의 제목을 보면 초점이 거기에 맞춰져 있다. 그런 부분에 관심이 훨씬 많다는 거고 분명 일단 눈에 들어오게 하는 건 그쪽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돌아가면 2에 쓴 이야기와 다르게 이 방면의 이슈가 조금이라도 시정되는 게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물론 그건 엠비씨의 일은 아니다.

그리고 글이 길어서 엉뚱하고 자극적인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 문제는 아학 최종 선발이 조작되었나, 왜 데뷔를 약속하며 중간에 아티스트 계약을 한 몇 명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다른 데도 못가게 하면서 마냥 방치하다가 그냥 내보냈나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게 그저 입막음을 하려고 계약으로 묶어버린 것 같다는 거다.

6. 말을 안 꺼냈으면 모르겠는데 여기라도 몇 마디 쓰고 나니까 할 말이 자꾸 늘어나는구나. 이해인의 글이 주는 파장이 꽤 크다. 낮에 바빠서 별 생각 못하다가 집에 오면서 다시 읽어보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 글이 이 문제에 대해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하나 방황하던 많은 이들에게 전환점이 될 건 분명하다. 혹시나, 설마 해오며 묻어왔던 일들이 명백히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다 망하고 사라지더라도 이건 다 들춰내고 기록되어야 한다.

과연 이해인이 아학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호소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투표를 조작한 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간에 밝혀져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씨제이가 이 사이에서 도망갈 곳도 꽤 많다. 그렇지만 부당한 처우 그리고 투표의 조작은 도망갈 곳이 없다. 분명 아학은 나와서는 안 될 방송이었고(포맷이 그런 게 아니라 제작진) 그저 옛날 일로 끝내버릴 수는 없는 방송이다.

프듀가 논란의 핵심이고 이슈는 그걸 따라 흘러가겠지만 엠넷의 모든 나쁜 것들은 아학에 다 모여서 정점을 보여줬다. 물론 그런 게 모일 수 있었던 이유가 프듀가 존재했었기 때문이라는 점 역시 변함은 없고 그 이후의 프듀가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점도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이 역시 드러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