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뭔가 굉장한 진동 소리에 잠이 깼다. 그게 뭐였는지 아직 모르겠다. 꿈이었을까? 가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지만 착각일 때가 있다. 입 밖으로 내는 소리와 입 안에서 내는 소리가 너무 경계없이 겹쳐 있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인 걸까.
2. 예전에는 지하철 같은 데서 아이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걸 참 싫어했다. 아무튼 시끄럽기 때문이다.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는데 몇 년 전인가 6호선 지하철에서 어느 때와 같이 어떤 아이가 시끄럽게 하고 있었다. 시끄럽구나하고 있는데 내 건너편에 앉아 있던 흑인 아저씨가 그걸 보며 흐뭇하게 웃는 걸 봤다. 역시 미국인들은(왠지 미국인 패션, 확실하진 않음) 아이들을 좋아하는 군...이라고 생각하다가 가만 보니 저 사람은 아예 아이의 시끄러움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들려도 듣지 않는다. 말 그대로 스루, 무인지의 상태. 그걸 보다가 뭔가 부끄러워졌다. 애는 말을 못 알아듣고 시끄럽게 떠든다. 원래 그렇다. 그냥 자연 현상의 일부일 뿐 뭐라고 생각할 만한 대상 자체가 아니다.
물론 그렇지 않게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훈련이 좀 필요하다. 버스 안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여전히 놀랄 때가 있지만 가능한 빠르게 평시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저 즈음을 기점으로 강아지에 대한 태도도 상당히 바뀌었다. 눈치가 아무리 빨라도 말귀를 다 알아듣지는 못한다. 할 일과 하면 안되는 일을 정교하게 구분하지도 못한다. 잘못을 해도 그 잘못 자체가 인지의 대상 조차 아니고 혼나도 왜 혼나는 지 모른다. 그랬다면 1만년 전부터 문명을 세워 갔겠지. 원래 그런거다. 화를 낼 이유도 필요도 효용도 없다. 내가 다 치워줄 테니 즐겁게 웃고만 살자꾸나.
3. 원래 이런 식으로 일상에서 자잘한 결심 같은 걸 많이 찾아낸다. 워낙 만날 사람도 없고 거의 비슷한 식의 일과과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극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찾아야 하고 그런 게 없을 거 같은 곳에서도 발견해야 한다. 케이팝 같은 걸 보면서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 해... 생각하는 것도 비슷.
특히 일상적인 일들은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챗바퀴라 뭔가 비일상적이고 대단한 상황에 비해 의심을 해 볼 기회를 만들기가 어렵다. 이런 식으로 계기가 필요한 것들이 있다. 많은 걸 계기 없이 깨달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정도 위인은 아니라서.
4. 짐살라빔은 조이가 좀 대단하다. 저런 노래에도...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5. 일이 좀 밀린다.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의욕이 너무 없다. 뭘 하고 있는걸까, 이 길로 계속 가면 뭐가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이 예전에 비해 늘어났다. 날이 더워지고 습해지고 있는 탓도 있다. 여름 준비는 대충 다 끝났고 더 이상 개선할 곳도 없는데 아직 실제 상황을 맞이해 본 게 아니라 어떨지는 모르겠다.
6. 뭔가 짜증이 늘었다. 5와 관련이 있는 거겠지. 이럴 땐 쫓기는 삶도 나쁘지 않다. 뭔가 커다란 걸 사고 그걸 메꾸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 그런데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다. 지금 같아선 뭘 들여놔도 이상한 걸 샀네... 할 거 같다. 사실 워낙 좁아서 둘 데도 없다. 조금만 더 넓어서 누워서 하는 스트레칭 정도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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