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04

2019년 그리고 여러가지 이야기

1. 2019년이다. 해피 뉴 이어.

2. 하지만 한국은 아직 새해가 아니다. 연도는 바뀌었고 세상이 그러니 인정은 하겠지만 새해는 아니다. 1월 1일에서 올해의 경우 2월 5일까지의 이 애매한 과도기, 일종의 범퍼는 실로 이상한 시기다. 그렇다고 2월 5일에 2019년을 시작하는 회사나 사람은 아마 없을 거 같다. 즉 마음과 제도, 기분이 해가 바뀐 걸 뒤로 미룬다.

뭐 따지고 보면 이 드넓은 우주의 이 광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구가 태양 따위 한 바퀴 도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3. 저녁에 집에 오면서 본 일련의 트윗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a) 기본적으로 인터액티브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예컨대 내가 남이 만든 무엇인가를 볼 때는 내 세계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게 좋다. 내 생각이라는 건 지금까지 쌓여있는 정도에서 내려져 있는 잠정적, 유보적 결론이고 그에 입각해 어떤 주장을 하지만 이건 적절한 반증과 반박에 의해 언제든 고칠 수 있다. 그러므로 난 내가 모르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 걸 보여주는 패션 디자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한계가 있다. 디자이너는 돈을 벌어야 하고 사람이 입을 수 있어야 한다. 그 한계를 안고 생각할 수 없는 걸 보여준다. 언제나 그런 게 재미있고 그 생각할 수 없던 걸 보면서 이제 그게 생각할 수 있는 게 되는 게 좋다.

책도 비슷하다. 내가 생각하는 게 옳다고 확신하기 위해 시간을 쓰는 건 역시 어딘가 아깝다. 물론 내 생각들도 탄탄하게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게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르던 걸, 생각지도 못했던 걸 만나는 게 재밌다. 책의 생김새, 디자인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인터액티브 영화 같은 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를 잘 못 보게 된 것도 아마 시청자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줄거리가 수정되는 경우를 많이 봐 왔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완성도를 높이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이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튜브 먹방 같은 걸 보면(사실 본 적은 없고 며칠 전에 놀토 때문에 궁금해져서 햇님이 방송을 처음 한 번 봤다) 이렇게 저렇게 먹어주세요 하고 댓글을 단다. 자기가 상상하던 걸 눈으로 확인하며 만족을 느낀다. 이걸 아직은 잘 모르겠다...

물론 새로움이 재밌다고 했지만 완성도의 문제는 있다. 생각도 못한 걸 하면 재밌지만 어설프게 잘 못하면 더 재미없다. 그러므로 얼마나 철저하게 전반을 통제하고 있는가가 감상의 핵심이 된다. 나도 이런 걸 잘 못해서 매번 실망스럽다.

아무튼 사실 먹방보다 이런 부분은 팬덤 쪽에서 익숙하다. 무언가, 아주 미시적인 것 까지, 소취하고 그게 실현되면 기뻐한다. 예전에 에핑의 우주 포스터나 프듀48에서 광배의 미나미 집 이야기처럼 상상도 못한 전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데 그게 분명 대세는 아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게임이나 이북에 익숙한 상태를 가정해 볼 수 있다. 게임은 애초에 인터액티브의 세계다. 뭐 사실 그렇지도 않은 거 같긴 하지만 예전에 하던 울티마 같은 경우 농사나 지으면서 살 수도 있다. 내가 거기서 하고 싶은 걸 정하고 그걸 해 나간다. 만든 사람은 그 세계나 잘 만들어 놓으면 된다. 이북의 경우 폰트와 줄 간격 등을 보기 편한 대로 조절을 할 수 있다.

애초에 책이라는 건 뭔가를 새로 알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모습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여기서 문제가 좀 생기는 데 사실 책이 지금 그런 방면으로 과연 효과적인가 라는 부분이다. 물론 책만한 대안은 없다. 다른 매체들은 아직은 책의 밀도감을 가지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 부분이 좀 모르겠는데 나 같은 경우 책이란 그 모습까지 포함한다. 출판사와 저자가 생각해 낸 글자 크기와 표지의 모습, 구성과 종이 등등. 그것들의 조합이 책 자체를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이게 재미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 내용은 분리해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 둘을 교묘하게 얽는 경우가 있겠지만 그것 역시 어지간하면 빤하긴 하다. 솔직히 전혀 상관없는 게 좀 재밌다.

그럼에도 책의 제목과 모습, 종이와 글자 등은 책 판매에 분명 영향을 미친다. 나처럼 조금 밖에 팔지 못하는 사람은 상관 없겠지만 대량의 책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대충 파악을 할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가독성이나 "보기 좋음" 같은 것과 연결이 되어있을 거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책의 표지란 폰트나 글 간격처럼 조정할 수 있는 무엇이다. 아이폰 이북 같은 데서 고전을 내려 받으면 공책 같은 표지에 제목과 저자만 적혀 있는데 거기에 이왕이면 자주 보기에 좋은 게 앞에 있으면 더 좋을 거다.

옛날에 글과 책이란 내용을 전달하는 게 목적이었다. 대나무든 돌이든 흙이든 아무대나 써놨다. 그게 무척 소중했던 시절이다. 책이라는 게 상품이 되고 문화의 일부가 되면서 이건 분명 달라졌다. 과연 지금은? 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그렇다면 패션이라는 것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이런 소리를 해봤자 내 좁은 상상과 사고의 폭을 조금이라도 넓히는 걸 만나는 게 좋고 그게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이해의 폭에 대한 이야기다.

4. 많은 사람들처럼 프듀48에서 규리를 보고 프미나를 접하고 하영의 팬이 되는 루트를 밟았다. 문제는 프미나 노래 중 반 쯤은 들을 수 있는데 반 쯤은 들을 수 없다는 것. 유리구두는 괜찮은데 두근두근은 좀 곤란하다. 그리고 특히 내레이션은 정말 어떻게 좀 했으면 좋겠는데...

5. 겨울이라 그런가 요새 너무 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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