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정말 덥다. 하지만 지금 이 더위는 내가 알고 있던 한국 7월, 8월의 날씨와 약간 다르다. 살짝 건조하고 바람도 분다. 때문에 밤이 되면, 물론 덥긴 하지만, 약간 다르다. 말하자면 다른 형태의 여름 지옥이다.
2.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이번 주는 매일 회의, 행사, 미팅이 있었다. 덕분에 매일 2시부터 4시, 혹은 6시 사이에 뙤약볕 아래 서울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햇빛은 정말 내려 친다, 때려댄다는 말이 아깝지 않은 그 무엇이었다.
그런 와중에 집에 오는 지하철은 너무나 추웠다. 어디고 외부 기온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이 있을 수가 없다.
3. 날씨에 기쁘고 싶지도 않고 슬프고 싶지도 않다. 아, 날씨라는 게 있었지...라는 삶이 가장 이상적이고 멋지든 나쁘든 그런 경험은 한달에 이틀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완전 통제된 무균실...
사실 그런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집 - 지하 주차장 - 일하는 곳의 지하 주차장 - 일하는 곳 정도의 반복으로도 충분하고 많은 이들이 그러고 있다.
4. 사실 날씨에 무관하고 싶지만 날씨, 정확히는 날씨를 만들어 내는 자연은 정말 멋지다. 그 광활함, 눈은 커녕 머리로도 담을 수 없는 끝도 없음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
우주 다큐멘터리 같은 걸 볼 때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데 이 우주는 무의미하게 넓고 아마도 그 안에 무의미한 멋진 풍경이 한도 없이 있을 거다. 별의 충돌이라든가, 메탄 바다라든가, 철로 된 비라든가 그외에 머리 속에 아예 들어있지도 않은 그런 풍경들. 그런 걸 생각하면 결코 볼 수 없다는 게 가끔 억울하다. 물론 지구 위에서 펼쳐지는 그런 것들도 다 볼 수는 없다.
5. 예컨대 어느날 스타트렉에 나오는 엔터프라이즈 같은 게 나타나 밥은 해결해 줄테니 우주로 가자고 하면 어떤 선택을 할까. 우주 저 멀리 어디론가 떠날 것이고 그 무의미할 정도 넓은 시공의 세계에서 아마도 내 평생에 다시 지구로 돌아올 일은 없을 게 분명하다. 요새 기분 같아서는 탈 거 같다.
201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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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의지, 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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