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제도로써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만든게 아니다. 삼권 분립도, 대통령제도, 방어적 민주주의도, 헌법도 아래로는 6-3-3 교육제도도 심지어 좌측통행도 시민의 필요가 표출되면서 만들어 진 게 아니다. 독립운동을 했고,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떨어졌고, 어느날 여기에 씌워졌다. 씌워졌다라는 말처럼 적합한 게 없는 듯 하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정당성이 사실 없다고 해도 무방하고, 정당성마저 그냥 글로 배워서 알고 있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적용의 방식을 모르고, 미세 조정도 불가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도 부족하다.
이렇게 씌워진 지 대략 60여년 정도가 흘렀고, 독재 기간을 빼면 30년이 조금 안되는 시간이 흘렀다.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있던 시민 혁명도 없었고(동학 혁명에서 단초를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왕족이나 귀족과의 전투도 없었다. 그냥, 어느날 문득, 짚차를 타고 온 그 분들이, 얘들아 이것을 하여라, 했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여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이 그 결과다. 개인적으로 (특히 집단의) 압축 성장을 거의 믿지 않는데 100일 걸릴 일을 겉보기에 10일에 해냈다면 적어도 그 안에는 90일분의 문제점이 들어가 있고 결국 그걸 고치는 데 그만큼 써야 하는 게 인간이라는 미완성 개체의 한계이자 운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2014년에도 자기들이 뽑아 놓고 도끼를 들고 '상소'를 하러 온다. 투표할 때만 시민이고 뽑아 놓은 사람은 '분'이 되어 왕이 된다. 권위주의는 결국 시민이 되지 못한 백성들이 만들어내는 거다.
3. 뭐 여튼.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민이 정할 일이 있고, 정부가 정할 일이 있고, 법원이 정할 일이 있다. 예컨대 공산주의를 당의 목표로 건 정당이 탄생한다면 그건 투표로 당선이 안되게 하면 된다. 만약 2, 3명이라도 투표로 뽑힌다면 - 시민은 그들에게 투표한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 책임이 있고 어떻게 해야 저 잘못된 생각을 되돌릴 수 있을까 실천하면 된다 / 정부는 우리 체제에 과연 어떤 문제가 있길래 저런 잘못된 생각에 투표를 막을 수 없었을까를 생각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내면 된다 - 예컨대 자본주의가 가진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를 만든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만약에 반체제주의자들이 실현 가능한 테러를 모의한다든가, 무기를 사들인다든가, 어딘가 산 속에서 혁명을 꿈꾸며 군사 훈련을 한다면 정부는 경찰력이나 규모에 따라 때로는 군대를 동원해 체포하면 된다. 당연히 실정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대체 저기에, 특히 국민의 판단이 우선 전제되어 있는 정당 제도에, 헌재가 끼어들 여지가 어디에 있는 지 모르겠지만 여튼 그렇다. 방어적 민주주의가 존재하지만 그건 시민의 힘으로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을 거 같을 때 발동되는 말하자면 비상 버튼이다. 법원은 언제나 최후의 보루로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그에 책임을 진다.
여튼 현행 헌법은 헌재에 위헌정당을 해산할 권한을 주고 있다. 87 헌법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 중에 하나지만(시민의 이성을 믿지 않는다는 권위주의적 증거다) 어쨌든 규정이 되어 있다. 헌법은 아니지만 국보법이 하릴없는 법인 이유도 비슷하다. 위험이 있다면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머리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거야 니들 맘이다. 이걸 믿지 않으려 하니 이런 법이 만들어진다. 더 재밌는 건 위 상소문처럼 제발로 백성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건데 이 이야기를 하면 길어지니 여기선 생략.
여하튼 이 경우 헌재가 할 수 있는 최선, 혹은 당연한 태도는 위헌정당의 판단을 최대한 엄격하게 하는 거고, 그럼으로써 앞으로 생겨날 모든 정당, 즉 시민의 정치 참여 욕구를 존중하는 거고, 공을 정부에 넘기는 거다. 현실적인 문제가 생기면(모의나 미수도 물론 실정법의 대상이다) 실정법으로 처리하면 된다. 문제를 만들 사람들이 정당 제도로 모이면 투표로 시민들이 처리하면 된다.
우리 체제가 옳다고 믿고, 더 좋은 제도라고 믿고, 시민들이 적어도 '지각'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현 체제를 더 좋게 만들어가고 있다면 하릴없는 생각들은 어차피 저절로 도태된다. 하지만 만약 완장을 차고 앞에 나가 뛰어다니면 감투가 생긴다면, 또는 '분'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쫓겨날 지도 모른다는 눈치를 보고 있다면 자신의 직책이 맡고 있는 임무가 무엇이든 결과는 왜곡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바로 그런 거다.
그러므로 이건 엄한 강령의 정당이 해산되었다는 문제에서 멈추는 게 아니다. 이것은 현상황의 바로미터고, 더 크게는 30년 투표 민주주의 체제의 일종의 성적표다. 체제에 자신도 없고, 시민도 되지 못하고, 배금적 자본주의가 판을 치게 방치하고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과정이자 결과다. 보통 제도 민주주의가 자리잡는 데 200년 쯤 걸렸고 그 이후로도 계속 수정 보완을 해가고 있는데 과연 여기는 170년쯤 더 지나야 좀 더 잘 할려나. 그때는 백성이 사라지고 시민의 시대가 시작되려나.
4. 어쨌든 마음의 평화를 찾을 곳이 없다. 그래서 아이도루...
5. 나이 이야기가 잠시 보이길래 써 보자면 : 예컨대 관심이 가는 아이돌이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의 출생 연도는 체크를 하는 편이다. 아무리 팬으로 좋아해도 생일 같은 건 잘 모르는데 물론 그게 알려주는 게 거의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여튼 나이를 체크하고, 동년배들을 체크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는 건 지금 저 연예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데 보조 자료는 된다. 예를 들어 위에 사진을 올린 나은은 94년생이다. 10년 전 쯤인 04년, 그러니까 초4에 연예인의 꿈을 꿀 때 무엇을 들었을까 보면 동방신기, 보아 정도가 대략 나온다. 핑클, 에초티는 이미 사라진 후다. 현실적으로 아이돌을 꿈꾸던 초등학생들은 아이써티, 칠공주, 오렌지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더만. 포미닛 소현이 오렌지 멤버였다지...
여튼 무엇을 들었나보다는 무엇을 봤느냐, 어떤 시대였냐 같은 게 추정이 가능하다.
지인의 경우 나이에는 별 관심이 없고 생일에는 관심이 있다. 후자는 챙겨주는 재미가 있으니까 그런 거고 간단히 말하자면 TV에 나오는 사람과 주변에 있는 사람과 이해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TV에 나오는 사람을 보면서 쟤 성격이 사실은 어떻대... 하는 이야기는 내게 전혀 의미가 없다. 쟤 성격이 착하든 지랄맞든 나는 만날 일이 없고 그 성격을 경험할 일도 없다.
TV에 나오는 사람에 성격을 대입하는 버릇은 나라가 좁기 때문에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다른 나라의 사정은 사실 잘 모른다, 만약 다른 나라도 그렇다면 인간 본성 같은 걸 수도 있겠다) 나라가 크지 않고 연예 산업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어쨌든 직접 보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아침에 출발하면 밤에는 도착한다. 아틀란타에 사는 16세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뉴욕이나 엘에이에 있는 것과는, 또는 좀 더 넓게 쿠바에 사는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아이와는 구성되는 사고 설계가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는 그렇게 주변 사람에 대해 주도면밀하게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고 그냥 좋게 좋게 보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6. 지니어스 시즌 3가 끝났는데 이번 시즌은 한 편도 안 봤다. 처음 티저 때 보고 일반인이 많이 나오길래 관심이 좀 떨어진 것도 있고 별로 땡기지 않은 것도 있고 그렇다. 마지막회는 궁금해져서 챙겨봤다. 흥미로운 요소와 지루함이 함께 있었는데 지루함은 마지막회까지의 과정에 대해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마지막회에 보여준 전체 줄거리를 보면 둘이 연합해 결승까지 가자라는 전략이 꽤 설득력이 있게 보인다. 물론 잠재력이 큰 둘이 연합을 해야겠지.
시즌 1, 2는 챙겨봤었는데 시즌 3 마지막회를 포함해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이 었던 출연자는 여전히 성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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