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8

콘스피러시 씨어리

개인적으로 음모론을 반 쯤은 믿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탕 하자고 생각한 나라와 금융 기관이 모여서 정교한 플랜을 짜 한국에 IMF 구제 금융 사태를 만들었다는 가정은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무언가 있었다고 가정하는 건 환율의 오버슈팅이나 루머에 대한 주가의 과잉 반응 같은 것과 비슷한 구조의 일이다.

예를 들어 뱅크런을 생각해 보면 은행이 과연 망할까 안 망할까, 돈을 뺄까 말까라는 매우 불안한 균형 상태에 잠시 놓이게 된다. 이 상태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보면 우연적이고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막상 방향이 정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이런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61년 5월 16일부터 5월 17일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해 봐도 된다. 누구에게도 미래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누군가는 실수를 하고, 누군가는 우연을 잡는다.

그 우연을 많은 이(혹은 소수라도 돈이 많은)들이 캐치하면 - 국제 금융의 움직임은 일단 노출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 97년 12월에 벌어졌던 일들이 벌어진다. 물론 이런 건 돈을 벌고자 하는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매우 크다.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는 이들은 이런 상황은 어렵다.

모호하고 거대하게 흘러가지만 나중에 복기를 해보면 어느 정도 가닥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프만 가지고 알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백년 쯤 지난 후 최근 한달 간 기온 평균을 아무리 들여다 봐도 지금 내가 느끼는 추위를 상상할 수 없다. 최대/최저 기온표, 일조량 변화표 등등 자료가 많아지면 가늠의 정도가 더 정밀해질 수는 있다.

야구가 끝나고 나면 3-2 같은 숫자로 결론을 알 수 있지만 하일라이트로 봤을 때, 그리고 1회부터 9회 끝나는 순간까지 봤을 때 정보의 차이는 완전히 다르다. 3-2가 만들어질 때 까지 수많은 일들이 있고 눈치와 결단, 성공과 실패가 반복된다. 그 사이에 무엇이 3-2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었을 지 추적할 수는 있다. 물론 앰비언스처럼 깔린 일들이 있었기에 그 결정적 요인이 나온 것도 분명하다.


요즘 흥미있게 바라보는 국제적인 움직임 중에 하나는 금연 운동이다. 나처럼 담배를 피우되 차를 타지 않는 사람은(버스도 잘 안타고 거의 지하철이다) 자동차 매연이 만악의 근원이니 차와 기름 소비에 더 높은 과세를 물려 그걸로 나무를 심어라!고 외치고 싶지만(+불법 주차에 높은 과태료. 주차는 돈이 드는 일이다라는 걸 만인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미세 먼지의 침입이 없다는 가정 하에 그러면 금연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게 공기가 맑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미세 먼지 때문에 세상 만사 다 소용없는 일이 되었다) 자동차 이용자와 다르게 흡연 인구는 대부분 돈도 힘도 없기 때문에 이런 건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여하튼 미국에서는 아마도 레이건 - 부시 시대부터 계속되어 왔고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 정부 때부터 금연에 관한 규정 같은 게 무척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고 최근 부각되는 또 하나의 줄기가 있는데 아직 소수지만 최근 시작된 마리화나 합법 운동이다.

담배와 마리화나는 일종의 대체재다. 즉 담배 사업이 흥하면 마리화나 사업이 망하고(맨 처음 마리화나가 불법이 되는 순간에 그랬다) 담배 사업이 추락하면 마리화나가 흥해야 되는데 지금까지는 불법이었다. 즉 빈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더구나 경제적인 규모도 매우 큰 이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레저, 음료, 스포츠 등 각종 빈 시간 때우는 제품들이 우후죽순 밀고 들어가고 있지만 원래 담배의 자리만큼 크게 먹고 들어가는 곳은 없다.

물론 나라마다 문화와 역사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작금의 담배 만큼 큰 자리를 파고 들어가지는 못하겠지만 금연 운동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적어도 마리화나 농장주에게는 커다란 호기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농장주들, 마리화나 사업주들이 작당해 이 무브먼트를 뒤에서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대 일로 싸워서 필립 모리스나 브리티시 토바코 같은 곳을 이길 수 있는 집단은 세상에 별로 없다. 그렇지만 어디선가 무엇인가 계속 꿈틀대며 밀어오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 움직임의 형태가 좀 궁금하다.

심각한 건 아니고 이런 생각을 해 본 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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