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9

2009년의 5월이 끝나갈 무렵

5월은, 그러니까 97년 이전에는 매년 되새김질 하듯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참 잔인하고도 우울한 달이다. 서울의 5월 공기는 왜 그렇게 답답하고, 우중충하고, 무더운건지. 90년대 중순 즈음, 5.18 추모식 무렵에, 신촌 로터리에서 멍하니 서서 바라보던 그 답답하고 우중충한 공기를 오래간 만에 다시 느낀다.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는건가 싶기도 하고, 다 변하고 변해 결국 돌아온게 여긴 건가 싶기도 하고.

요즘은 이런 식의 제목 밖에 생각이 잘 안난다. 어쨋든 어제 오늘 우리 나라에 꽤 중요한 몇가지 일이 있었다.

삼성 에버랜드 CB 문제가 무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

용산 재개발 건물 명도 강제 집행을 했고 (경찰 + 구청)

옥외 집회 신고제에 대한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 (헌재)

 

이거 말고 몇 개 더 있었던거 같은데… 어쨋든 제도를 스스로 만든 나라가 아니라, 덮어 씌운 나라의 경우에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 이건 당연한 일인데 직접 만든게 아니라 운용의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2차 대전 이후 독립해 대의 민주주의의 틀을 가져다 씌운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권력의 집중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이건 저번에 말했 듯 경제와 행정의 균형에서, 행정이 절대 강점을 보일 수 밖에 없는 피치 못할 이유 같은 것도 연관되어 있다.

권력의 집중 문제가 발생하는건 일단 시민들이 견제를 작동시킬 노하우를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간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별로 생각할게 없다. 투표로 왕을 한번씩 뽑는다 말고 별다를게 없다. 그 왕의 권한이 아주 서서히 약해져 가고는 있지만, 그게 사람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아주 서서히 약해져 간다. 또 누군가는 요구를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시민들 간에도 대립과 반목이 발생한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 분화가 잘 이루어지지 못했고, 식민지 체제가 끝나고 얼마 있다가 바로 돌입한 고도 성장 덕분에 허위 의식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이런 반목이 더욱 심화된다.

어쨋든 문제는 권력 기관인데 우리나라에는 군, 경찰, 검찰, 국정원 같은 곳들이 있다. 이승만 시절에는 경찰과 공무원이 최고의 사설 권력 기관 역할을 해서 4.19 혁명 나고 바로 만들어진 헌법에 바로 경찰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들어갔었다. 그게 군사 혁명으로 3공이 시작되고, 더구나 군이라는 더 골치아픈 권력 기관의 등장으로 유야 무야 되고 말았었다.

문민 정부때 막무가내 대통령이 정치 군인을 싹 쓸어준 덕분에 군 문제가 한결 가벼워진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저 위에 나열한 권력 기관의 균형을 잡아줄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어 왔고,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시절 동안은 그래도 중도 보수파 정권이 너무 크게 이용해 먹지는 않았기 때문에 잠잠히 있었는데 다시 옛날  그 양반들이 돌아오자 감춰져 있던 문제들이 다시 드러난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핵심들이다.

군은 문민 정부때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나머지 모든 기관들이 한꺼번에 뛰쳐나와 옛날 세상을 좌지 우지하던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의 권력을 다시 한번 맛보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 제도에 의한 균형이 아니라, 대통령에 권위에 의한 균형은 이렇듯 모래성 처럼 허무하다. 문민 정부때 군을 정리했듯 이후 두 정권에서 그걸 잘 해결했어야 하는데 못한게 이렇게 큰 짐이 되어 돌아온다.

검찰의 기소 독점제를 폐지, 혹은 불기소 처분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검찰이 되기 위한 경로의 다양화(경력을 쌓은 사법 경찰이나 검찰 공무원들이 검찰이 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자치 경찰제 실시, 지방 경찰 총장 시민 직선제, 대법원장 시민 직선제, 국정원의 국내 정보 분야를 통째로 중앙 경찰로 이관, 검찰/변호사 경력 몇 년차 이상이 되야 법관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등등이 있을텐데 아주 기나긴 로드맵이 되겠지만 어쨋든 해나가야 할 일들이 아닐까 싶다.

그건 그렇고 잠깐 생각해 보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꽤 많은 투표를 해왔는데 내가 찍은 사람이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언제쯤 내가 찍은 사람이 당선되는거 한 번 보려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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