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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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참 잡담을 좋아한다. 이익되는 건 하나도 없고, 쓸데없는 소리하다 손해만 보는 거 같은데 그래도 참 좋아한다.

2. 일이 애매하고 지지부진하게 돌아가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주체가 아닌 경우에는 괜히 이러쿵 저러쿵 하거나, 아예 챙기며 나서는 것도 오지랖 질 같아서 또 싫다. 소소한 거라면 차라리 내가 챙기마 하고 시그널링이라도 보내고 싶은데 그런 것도 사실 애매하다. 쓸데 없이 오해 먹기 십상이다. 딜레마.

3. 연말이라고 그래도 소소하게 몇 명을 만나거나 대화를 했다. 극히 소소해 라멘을 먹거나 제육 볶음을 먹고 집에 가는 정도. 내 어둠 속 심연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술은 가급적 마시지 않고 있다.

4. 뭘 좀 나르다가 손을 다쳤다. 사진가지고 장난치는 게 꽤 재미있어서 소소하게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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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크게 아픈 건 아닌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물건을 나를 때 잠시 몸에 힘을 줬는데 고작 그것 때문에 몸의 오른쪽 반면이 온통 알이 배겼다. 이게 무지하게 아프다.
여실한 운동 부족, 특히 근력 부족 ㅠㅠ

5. 식스팩 만들어볼까. 가능하기는 한 걸까? / 그다지 좋지 않은 신호 / James Blake는 확 와닿진 않고, Mount Kimbie는 좀 끌리는 게 있다 / 두통이 갑자기 만개하고 있다. 한참 안 아팠는데 / 테리 리차드슨은 한심하다.

6. 기회가 된다면 논리 실증 주의에서 프래그머티즘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조금 깊게 읽어볼 예정이다.

7. 여행은 갈 때는 좋은데 올 때 너무 슬프다. 그나마 갈 때 즐거움이 너무 커서 계속 가게 된다. 만약 가능하다면 돌아오지 않을 여행만 가고 싶다.

8. 가요대전을 봤다. 연말이라는 게 실감나니까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실력 면에서 좀 다른 레벨이라고 할 수 있는 윤미래를 제외하더라도, 워낙 이미지가 많이 소비 된 그룹들이어서 그런지 졸면서 보다가 벌떡 일어나게 할 만한 포스를 느낀 팀은 없었다.

기억 나는 것들을 나열해 보면 - 2NE1 - 박봄이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민지 춤 잘추는 데 보고 있으면 조금 무섭다, 씨엘은 너무 업되지 않았나 싶긴 하지만 연말 라이브니까 그 정도는 뭐 / 미스 에이와 F(X)가 역시 좋다는 생각을 했고 / 원더 걸스는 내가 그래도 자칭 팬인데도 영 별로 였다 ㅠㅠ / 구하라는 너무 너무 말랐다, 어휴.

우리 나라 아이돌들은 사실 군무가 중심인데 카메라가 너무 혼잡하게 나돌아다녀 정신이 없었다. 인피니트 같은 경우에는 뭘 하고 있는 건지도 감이 잘 안왔다.

9. 침잠하고 있다. 명백하게 느껴진다. 이 역시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20111227

Mount Kimbie의 Carbonated를 듣다

이 블로그는 사실 최초의 목적은 패션에 관련되지 않은 모든 쓰고 싶은 말들을 올리는 거였고 두번째 목적은 내 귀찮은 습관 중의 하나인 로그(log)들, 특히 음악과 영화, 도서나 전시에 대해 기록을 남겨두는 거였다. 귀찮은 습관이 더한 생활의 나태함과 만나 한동안 뜸 했지만 그래도 원래 하던대로 이제는 좀 챙겨나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Mount Kimbie의 Carbonated를 들었다. 아마도 2011년에 나온 EP로 4곡에다가 Carbonated라는 곡의 두가지 리믹스 버전이 들어있다. 네이버 뮤직은 나름 광활해 Carbonated는 들을 수있다.

사실 모르는 밴드였는데 알게 된 과정은 Nightmares on Wax를 듣다가, 간만에 이런 걸 들으니 재미있구나, 뭐 좀 다른 거 없나하고 뒤적거렸고, 올뮤직 가이드의 비슷한 뮤지션 중에서 발견했다.

올뮤직 가이드의 비슷한 아티스트 목록은 뭔가 듣다가 비슷한 걸 들어보고 싶은데 딱히 정보가 없을 때 찾아가기는 하지만 보통은 정말 허접하고 믿지 못할 리스트들로 엮여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치포크의 리뷰도 뒤적거리다가 나온 자켓 사진이 꽤 마음에 들었다. 뭐 이런 과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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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듣는 음악의 방향이 그쪽으로 뻗어있는지 덥스텝 계열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덥스텝은 장르 이름은 폼나게 들리기는 한데 El-B를 비롯해 Skream, N Type 그리고 플라스틱맨이나 리차드 제임스의 몇가지 작업들을 듣기는 했는데 시기적으로 뭔가 잘 안맞았다. 한창 사운드스케이프가 쌓이는 걸 좋아하던 시절에는 차라리 아예 Chill Out이나 D'n'B가 더 맞았던 거 같다.

그러다가 제임스 블레이크를 좀 끄적거리다(이건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거쳐서 Mount Kimbie에 잠깐 멈췄다.

딱 자켓 같은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이건 표제 음악인가 뭐 이런 생각도 잠시 했다. 다만 아쉬운 건 매우 폼나기는 하는데 공간(엠비언트)을 활용하는 방식이 뭔가 모자르다고 할까, 포스가 부족하다고 할까 그런 게 있다. 잘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 하는 게 별로 없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니 그려려니 하고 있다.

어쨋든 이 시간에 일부러 커다란 헤드폰을 꺼내 듣는 걸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다. 2010년에 나온 정규 음반 Crooks & Lovers를 조만간 들어봐야겠다. 나는 결국 이런 것도 좀 좋아하나 보다.

20111225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을 읽다

연필을 꽤 좋아한다. 퉁 쳐서 문구류를 꽤 좋아해 사실 자잘하게 가지고 있는 것도 많다. 연필은 지금 추세로 봐선 평생 써도 남을 만큼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 건 아닌데, 연필 하나를 몇 년 쓰는 거 같다.

그렇다고 레어템들을 모으는 수집가 타입은 아니다. 그렇게까지 귀찮은 짓은 못한다.

수집 스타일이라기보다 가능한 많은 모델을 선정해 테스트해 보고 최적의 모델부터 습득의 편리함(애써 골랐는데 단종되면 곤란하다), 가격대(자루당 만원 이러면 매우 곤란하다) 등을 고려해 하나의 제품을 고르는 방식을 선호한다. 결론이 나오면 가능한 잔뜩 쌓아둔다.

그러다 질리면 또 가능한 많은 모델... 을 반복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최초 비선택 된 제품들은 나름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이거는 뭐가 아쉽고, 저거는 뭐가 아쉽고 하는 이유로 보통은 처음 선택한 모델로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 결정한 것들이 꽤 많다. 연필, 연필깎이, 지우개, 만년필, 볼펜, 메모장, 필통을 비롯해 컴퓨터용 쿨링팬,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 패드, 아이폰 케이스, 텀블러, 물통, 속옷, 양말 등등등. 굉장히 귀찮은 성격이다. 나도 안다.

어쨋든 이렇게 선택된 연필은 파버 카스텔 9000이다. 네 박스 정도가 쟁겨져 있다(요즘에 약간 모델 체인지가 있어서 얼마 전 그냥 한 자루를 샀는데 약간 달라진 걸 느꼈다). 그리고 테스트 용으로 구입했던 연필들이 여전히 수두룩하다. 몽당 연필 버리는 게 아까워서 연필 홀더도 몇 가지가 있다.

연필 홀더의 세계도 꽤나 넓고 깊다. 영어로 extender라고 한다. Lyra에서 나온 나무로 된 걸 하나 구입하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영 파는 곳이 없어 망설이고 있다.

http://macrostar.egloos.com/4781363

 

얼마 전에 우연히 저 책을 발견했다. 보통 연필에 대한 책은 괜히 감상적이거나, 무슨 추억담이거나, 아니면 매우 폼나게 찍힌 사진들이 잔뜩 실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 쉽게 생각하고 심심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꼼꼼하게 적혀 있어서 오래 걸렸다.

001.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002. 연필의 조상을 찾아서
003. 연필이 없었을 땐 뭘로 썼을까
004. 연필의 역사
005. 어떻게 연필 속에 심을 넣었을까
006. 더 좋은 연필을 발견인가 발명인가
007. 연필 산업의 비밀
008. 싹트는 미국의 연필산업
009. 소로우의 연필 사업
010. 아주 좋은 것도 더 나아질 수 있다
011. 연필의 미래

이게 목차. 헨리 페트로스키는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듀크대학 석좌 교수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두껍게 쓰다니, 하는 감탄이 잠시 일어났다. 저자는 하지만 연필에 대해 감탄한 상태로 이런 저런 모델들을 개더링하는 수집가 스타일에 가깝다.

재미있냐 그러면 재미는 없다. 하지만 연필을 좋아한다면 가져다 놓고 그 역사를 잠시 느끼며 뒤적거리기 좋은 책이다. 무슨 브랜드가 좋고 이런 정보는 거의 없다. 마트가면 파는 노란색 몽골이 제일 좋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있는데 뭐(참고로 몽골은 나무가 쓰레기라 심지어 연필깎이를 망친다).

호포읍 이야기

1. 호프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고나니 생각나는 것들 몇 가지.  a) 우선 이 영화의 제목은 "호포읍 대소동"이 더 어울릴 거 같다. "대소동"이라는 나름 전통적인 단어가 들어간 최고 제작비 영화가 됐을 수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