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3
시간
이에 비해 어제 결과에 아예 관심이 없는, 심지어 그런걸 하는 지도 모르는 일군의 무리들이 서울 어딘가 존재할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가지에 몰두하는건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이어폰이 또 단선되었다. 왠지 너무 슬퍼서 울컥했다. 그래도 이건 꼭 살려야해 싶어서 점심을 먹고 시청역에 갔는데 홍대 입구 역으로 옮겼다는 프린트가 붙어 있었다. 또 울컥했지만 홍대 입구로 가서 얌전히 팔천원을 내고 이어폰을 맡겼다. 기기의 불확실한 미래 앞에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진다. 단선이 아닌거 같아서(잘 보관되어 있었는데 지지직 소리도 없이 갑자기 잠겨버렸다) 걱정이다. 못 고치면 어쩌지.
20100620
엔드 오브 더블류 씨
20100615
수경 스님
요즘은 내 바깥에 세상 따위는 없다라는 기분으로 살고 싶다. 처지도 갑갑하고, 갈 곳도 없다. 그럼에도 가끔씩 들춰보는 뉴스들과, 망할 월드컵, 그리고 간당간당한 타인과의 관계들을 부여잡고 싶은 번뇌들이 나를 계속 구석으로 몰아넣는 기분이다.
나는 샤머니스트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겹치는 운명적인 신호들에 매우 민감하다. 지금 나에게 닥쳐오는 시그널들이 의미하는게 과연 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다.
수경 스님이 잠적하셨다. 수경 스님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꽤 오랫동안 환경 운동을 하셨던 분 정도로만 알고 있다. 얼마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소신봉양하신 문수 스님의 일로 충격을 받고 매우 괴로워 하셨다고 한다.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하신 것도 충격적이지만 나는 그 사건이 묻혀버리는 일련의 과정들이 더 충격적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폭력과 야만의 시대였다고 믿고 있는 박정희 시대에도 전태일이 분신했을 때 사회적으로 큰 파정이 일어나 대학생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시위에 나섰고, 정치인들도 이 문제에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문수 스님의 소신봉양은 말 그대로 묻히고 있다. 뉴스로 보도조차 잘 되지 않고, 자세히 쳐다보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돈 몇 푼 벌어보겠다고 영혼을 팔아먹는 벌판이 바로 여기다.
얼마전 로마에서 꽤 큰 시위가 있었는데 기자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 있다. 다를게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천박하고, 더 야만적이다.
수경 스님이 글을 남겼다. 그 분 처럼 훌륭한 사람은 못되었지만, 나 역시 길을 떠나고 싶다. 그리고 바위 옆에서 졸다가 죽으면 좋겠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납니다.
먼저 화계사 주지 자리부터 내려놓습니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인생은
초심으로 돌아가 진솔하게 살고 싶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초심 학인 시절, 어른 스님으로부터 늘 듣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중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칠십, 팔십 노인분들로부터 절을 받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이상은 자신이 없습니다.
환경운동이나 NGO단체에 관여하면서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비록 정치권력과 대척점에 서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원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제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습니다.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멸을 아우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제 모습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제 자신의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살면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할 것 같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 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위선적인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납니다.
조계종 승적도 내려놓습니다.
제게 돌아올 비난과 비판, 실망, 원망 모두를 약으로 삼겠습니다.
번다했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습니다.
2010년 6월 14일
수경
호포읍 이야기
1. 호프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고나니 생각나는 것들 몇 가지. a) 우선 이 영화의 제목은 "호포읍 대소동"이 더 어울릴 거 같다. "대소동"이라는 나름 전통적인 단어가 들어간 최고 제작비 영화가 됐을 수 있었...
-
오래간 만에 영화 칼리골라(1979, 예전엔 칼리귤라라고 했던 거 같은데 검색해 보니 요새는 칼리골라라고 하는 듯... 이태리 제목은 Caligola, 영어 제목은 Caligula다)를 봤다. 봐야지 하고 찾아본 건 아니고 유튜브 뒤적거리는 데 풀버전...
-
1. 행동 반경이나 직업상 호전적인 빌런이나 권력형 빌런을 만날 일은 별로 없지만 지하철과 버스, 도서관, 식당 등 공공시설을 이용하면서 사는 이상 애매하게 신경쓰이는 빌런은 자주 만나게 된다. 이게 참 애매해서 뭐라 하기도 그렇지만 무시하기에도 신경...
-
전통 가옥, 특히 목조 건물의 지붕 양식으로 여러가지가 있다. 국사 교과서에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게 팔작 지붕과 맞배 지붕이다. 맞배 지붕은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가장 심플한 구조라 조금 옛날 건물들, 특히 고려시대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