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4

일요일

1. 늦잠을 잤고, 눈이 많이 내렸다. 큰 일일 다이어리를 구하면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다이어리가 없다. 낡은 샤워커튼을 바꿔 달았고, 또 고등어를 구워 먹었다. 조림을 해먹고 싶었지만 청양 고추 사러가기 귀찮다. 밖에는 안 나갔다.

2. 모로호시의 서유요원전 7권을 읽었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만 이렇게까지 징그럽게 이야기가 길게 호흡을 잡고 나아가기 시작하면 잘 못보겠다. 차라리 줄거리를 알고 보면 모르겠는데 대하 소설에는 익숙하지가 못하다.

3. TV에 나오는 미국X들처럼 밤에 잠 자기 전에 누워서 책을 본다. 침대 옆에 스탠드는 없지만 아이북스 덕분이다. 다만 하루에 3~4페이지 보고 잤는데 지금 읽고 있는 Smiley's People이 아이북스로 1,500 정도 된다. 지금 템포라면 다 읽는 데 2년은 걸린다는 소리다. 이래가지곤 답이 없네.

20페이지는 넘게 꾸준히 봐야 지금 '신규'라고 파란 라벨이 붙어있는 다른 책들 - 아보트의 플랫랜드, 스티븐 킹의 디퍼런트 시즌, 업다이크의 래빗 리덕스, 핀천의 더 크라잉 오브 롯 49 - 를 읽을 견적이 나온다. 영어를 못하는 게 한이다.

플랫랜드는 34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이 나온 게 있다길래 어둠의 세계를 뒤적거리고 있다.

4. 우물우물.

5. 블로그 포스팅이라도 열심히 하자 싶어 RSS 리더를 뚫어져라 보는 데 별로 할 말이 안 생긴다.

6. 더 와이어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떨까나. 미드라는 건 암만해도 그 리듬에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시간을 따로 내는 것도 이상하고.

7. 물을 더 많이 마셔야겠다.

20130203

카멜롯을 보다

10부작 미니 시리즈 시즌 1. 이 켈트족 전설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만들어졌고 물론 지금도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 드라마에서 조금 재미있다고 생각한 점은 : 기존 전설에서 신화적으로 취급되는 부분(예를 들어 칼을 뽑는 아서, 엑스칼리버를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는 판타지를 은근슬쩍 걷어내고(아서에게 힘을 주기 위해 멀린이 만들어낸 거다), 다른 부분에서 판타지를 집어넣는다.

여하튼 드라마는 아서와 모건의 대결을 중심으로 멀린과 수녀의 간접 대결이 축을 이루고 있다. 재미있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모건이 좀 더 선덕여왕의 고연정처럼 복잡한 심사를 다룬 인물로 그려졌다면 아서와의 대결이 더 흥미로워졌을 텐데, 기본적으로 악의 축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 요즘 드라마같지가 않았다.

마지막은 모건이 변신해 아서의 아이를 가지는 장면으로 끝난다. 원래 신화로 보면(링크) 여기서 모드레드가 태어나고 모드레드 vs 아더로 양쪽 다 거의 망한다. 그러면서 켈트족은 다시 역사의 변방으로 밀려나고 색슨족의 시대가 온다.

참고로 켈트족 전설이라는 게 주된 설이지만 오세트인의 나르트 서사시와 같은 기원을 갖고 있다는 설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나르트 서사시에 나오는 바트라즈의 죽음이 아서왕의 죽음과 흡사하기 때문이라고(링크).

오세트인은 지금 이란계로 고대 동유럽에서 활동한 알란인의 후예이고 중세에는 아스라고 불렸다. 그 동네에 나르트 서사시라는 신화가 있는데 신화 위키에서 간단한 줄거리를 볼 수 있다. -> 링크 신화 위키에서는 주몽 설화와의 유사점을 언급하고 있다.

20130202

Tinker Tailor Soldier Spy를 보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이하 TTSS)를 봤다. 이번에는 영화. 사실 얼마 전에 BBC 시리즈를 봤고, 책도 꽤 읽은 상태라 타이밍이 좀 애매하긴 했는데 생각난 김에 봐버렸다.

처음 장면에서 프리도와 컨트롤의 모습을 보자마자 이건 내가 아는 TTSS가 아니다, 모르는 거라고 생각하고 보자 하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그렇게까진 안됐다. 그걸 떠나서 미니시리즈든 소설이든 안 본 상태에서 이걸 봤다면 얼마나 알아먹을 수 있는 건지, 무슨 생각이 드는 걸지 감이 안 잡힌다.

여하튼 개리 올드만 스마일리는 물론이고 길럼도 그다지 든든해 보이지 않고, 헤이든도 당당해 보이지 않고, 앨더리인은 막판에 너무 불쌍하게만 보인 거 같고 그렇다. 빌 로치는 왜 나온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스쿨보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데 혹시 The Honourable Schoolboy에 나오는 건가?

저변에 깔려있는 관료제의 냄새가 너무 지워진 점과 BBC판에서 칼라와 스마일리가 만났을 때 라이터 넘기는 장면을 좋아했는데 그냥 말로만 나와서 아쉬웠다. 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비비씨판을 처음 볼 때부터 이렌느하면 주이 데샤넬이 생각난 다. 이 작품을 다시 떠올려 봐도 그렇다. 왜 그런 지는 모르겠다. 참고로 비비씨나 영화 모두 데샤넬과는 하나도 안 닮았다.

참고로 아이북스 스토어에서는 팅커, 스쿨보이, 피플 셋을 묶어 칼라 삼부작이라고 팔고 있다. 팅커는 일단 포기했고 번역본을 빌려 읽을 생각이고, 스마일리스 피플을 막 읽기 시작했는데 그거 끝나면 당분간 르카레는 치워야 겠다.

호포읍 이야기

1. 호프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고나니 생각나는 것들 몇 가지.  a) 우선 이 영화의 제목은 "호포읍 대소동"이 더 어울릴 거 같다. "대소동"이라는 나름 전통적인 단어가 들어간 최고 제작비 영화가 됐을 수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