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3

필요없는 방만

이 블로그에는 하루에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들어온다. 뭐 애초에 남 보라고 만든 곳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유입자 최다 검색어가 벳키라는 건 기쁜 일은 아니다. 이글루스는 200명 정도, 패션붑은 100명 정도다. 휴대폰 이야기를 올리는 오리 블로그에는 300명 정도가 온다. 어디까지나 대략이다.

 

Ducks Don't Float는 BBC 영어 공부 팟캐스트에서 들은 이름이다. 직장을 관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거기 나온 어떤 사람이 만든 펍 이름이 Ducks Don't Float였다.

 

여하튼 차곡차곡 뭔가 쌓고 싶었는데, 결론적으로는 필요없는 짓을 하고 있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인생 전반에 걸쳐 필요없는 짓만 하고 있다. 필요없는 데에 지나치게 애정을 쏟고, 필요없는 글을 너무 많이 남긴다. 사람을 만나면 필요없는 이야기만 계속 한다. 요즘에 특히 심해진 것 같다.

 

다른 사람 보라고 만든 블로그가 아닌데 공개로 해놓는 건, 혹시나 이런 거라도 보고 뭔가 뜻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해서다. 굉장히 뜸하긴 하지만, 간혹 그런 일들이 생기긴 한다. 예전처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건 아니라서 제대로 돌아가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제와서 커뮤니티를 다시 살리는 건 탐탁치가 않다. 아무리 조막만해도 운영자를 하면 신경쓸 일이 많아진다. 뭐든 그렇듯, 하나를 잡으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슬슬 정리를 좀 해야겠다.

20101212

새벽의 바람

바람이 계속 불었다. 자다가 깨어 시계를 보니 세시. 창문이 덜덜 떨린다. 오래간 만에 집에 놀러온 강아지 막내는 내가 일어나자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쿵, 쿵 하면서 옥상 문이 열렸다, 닫혔다하는 소리가 들린다. 옥상 문이 고장나 고정이 되지 않는다. 바람이 계속 불면 부실한 이 집이 터져버릴 것 같다. 멍하니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가 후레쉬와 신문지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복도 창문도 하나 열려있길래 닫고 계단을 올라 간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좁다. 곧 자동으로 켜졌던 복도등이 꺼진다. 후레쉬 불빛과 열린 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만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옥상에 나가본다. 널부러진 빈 화분들, 춤을 추는 전기줄들. 아아, 신이시여, 왜 저를 버리려 하시나이까. 신문지로 문을 고정시켜놓고 계단을 내려온다. 올라갈 때는 못봤는데 옆 집 현관 앞에 신발 한켤레가 곱게 놓여있다. 외풍을 막겠다고 둘러놓은 은박지가 지저분하게 들쳐올라 있다. 집에 들어오니 무슨 일인가하고 나와있던 막내가 얼굴을 비빈다. 이 녀석도 너무 늙었다.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문득 슬퍼진다. 쿠키 남은게 생각 나 조금 줬더니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린다. 호불호가 분명한 건 좋은 태도다.

20101210

보온병

그것은 그들이 전쟁의 참극에서 언제나 비켜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며, 전쟁을 손익계산으로만 바라보는 의식의 소유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늘 사회적 약자입니다. 뭍으로 피난온 섬 주민들은 찜질방에서 새우잠을 자며, 살아갈 날을 근심합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2월 6일.

호포읍 이야기

1. 호프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고나니 생각나는 것들 몇 가지.  a) 우선 이 영화의 제목은 "호포읍 대소동"이 더 어울릴 거 같다. "대소동"이라는 나름 전통적인 단어가 들어간 최고 제작비 영화가 됐을 수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