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4

인격, 엉망, 한계

1. 세브란스 시즌 2를 다 봤다. 총 10편. 마지막 장면은 졸업에서 벤자민과 일레인이 꿈도 희망도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 같았다. 물론 언젠가 마크의 아우티가 깨어날 거기 때문에 이 도피는 졸업 정도의 암울함은 아니다. 그냥 수습할 일이 참 많은 과정일 뿐이다.

뭔가 아우티와 이니의 두 가지 인격 문제, 결국 다른 인간이라는 게 결론적으로는 주제였지만 이야기의 끝은 미미하고, 보잘 것 없고, 앞으로 후속편이 나올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 내용이 지나치게 부실하다. 가상현실 SF는 그럴 법 함이 중요한데 그냥 내버리는 이야기, 캐릭터가 너무 많다. 저 가상현실에서 매우 중요할 게 틀림없는 헬레나는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지만 마지막에 달리는 게 헬렌 R인지 헬레나인지 어딘가 애매한 구석만 남기고, 코벨의 과거와 겹쳐 보이며 반복되는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미스 후앙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는 그럴듯한 설명도 없다. 왜 마크와 젬마가 선택되었는지, 젬마는 어쩌다 저기 들어가 있는지도, 밀칙의 왔다갔다 하는 캐릭터는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면서도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 뭔가 해결해 주는 실마리 역할만 계속 하는 점도 전반적으로 엉망이다.

다만 막판에 염소를 구하기 위해 론이 드루먼드를 공격하는 부분은 좋았다. 약간 뜬금없이 등장하긴 하지만 염소를 그런 식으로 희생시키려는 생명멸시주의자들은 처단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2. 권한대행 탄핵안은 기각되었다. 기각 의견은 그나마 말이 되긴 한다지만 권한 대행도 대통령이라며 각하 의견을 낸 두 명의 의견은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대통령처럼 국민 투표로 뽑히지도 않았고,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도 없는데 같은 의결 요건을 갖춰야 된다는 해석을 하는 사람이 헌법 재판관이다. 사실 앞으로 올 탄핵 판결이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의 많은 이들이 결국 원하는 게 권위주의의 부활이라는 점이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중동의 중세가 극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과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추세를 보면 호모 사피엔스의 능력으로는 넘을 수 없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3. 최근 많이 보이는 경향을 보면 : 우선 윤이나 민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게 파괴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많이 보인다. 민에 묻혀서 그렇지 방도 크게 다를 건 없지만 윤이나 민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한 로드맵을 정교하게 구성해 자신을 위하는 게 마치 선, 순교인 듯이 꾸며내는 기술적 측면이 다르다. 그런 모습은 민의 기자회견이 큰 예인데 민에 대한 비난을 사회속 여성의 불이익으로 치환시켜 자신에 대한 비난을 묻어버린다. 이때의 비판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고 나서야 힘을 얻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또 하나는 사법, 행정 판결에 대한 불복종의 기운이 스멀스멀 퍼지고 있다는 거다. 여기저기서 판결에 불만을 품거나 부정하는 기사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사법과 행정이 자처한 거라 무슨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꼴 좋다 하고 있을 수도 없는 게 사법과 행정에 대한 불복종은 결국 국가라는 체제의 운영 방식을 무너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위에서 말한 모든 게 파괴되어도 상관없다는 주의와 만나면 상성이 아주 좋아진다. 그러므로 이 두개의 고리는 서로를 위로 밀며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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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반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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