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요일 점심에 오랫동안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었다. 평소 식사는 급식, 한솥, 편의점 등으로 해결하다보니 뭔가 자극적인 본격 바깥맛, 거기에 단백질 보충이 좀 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걸 찾게 된다. 아무튼 돼지고기도 많이 들어있고 계란후라이도 서비스로 주는 좋은 집이라 자주 갔는데 코로나 판데믹으로 한동안 집에 있다가 도서관이 다시 열려 가보니 문을 닫았다.
이후 여러 실험을 거치다가 맘스터치 싸이버거에 정착을 했다. 맘스터치는 싸이버거 말고는 뭔가 안맞는지 거의 배가 아팠다. 유당불내증 증상 같은 게 있음. 이 역시 자극적인 본격 바깥맛, 거기에 단백질 보충의 느낌, 거기에 맵지 않아 부담이 없고 콜라를 준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맘스터치는 아무리 생각해도 햄버거가 뭔지 잘 모른다는 것. 그냥 빵 사이에 닭 튀김을 넣는다고 치킨 버거가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몇 군데서 먹어봤는데 소스를 발라주는 게 아니라 뿌려주는 건 개선을 해야한다. 맥도날드가 있었다면 토요일 오후에 빅맥이나 더블치즈버거 세트를 먹었겠지만 없으니 할 수 없다. 아무튼 1년 정도 먹은 거 같은데 확실히 김치찌개에 비해 일찍 질린다. 일주일 내내 맘터 햄버거 특유의 냄새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음.
다시 실험을 거듭한 이후 요새 정착을 했다. 요점은 토요일 점심은 생선 데이. A집의 고등어 김치찜, 갈치조림, B집의 가자미 구이, 고등어 구이, 동태찌개를 돌아가면서 먹기로 하고 반 정도 사이클을 돌려보고 있다. 장점은 주말마다 생선을 먹는 것, 맘스터치에 비해 위장 부담이 적음, 다양한 나물 반찬을 만날 수 있음 등이 있다.
단점이 몇 개 있는데 김치찌개 집과 맘스터치는 지하철 역 바로 위라 접근성이 좋았는데 A, B는 약간 거리가 있다. 둘 다 밥 먹고 도서관에 가면 도보 950미터 정도 된다. 평소에는 괜찮고 약간 걷기도 되서 오히려 좋겠지만 오늘처럼 미친 습기와 더위의 날에는 많이 힘들다. 다행히 두 집 다 에어컨 가동은 훌륭해서 찌개류를 먹어도 문제는 없다. 여름 겨울에 냉난방이 시원찮은 소규모 매장은 어떻게든 피한다.
또 다른 단점은 B집이 청국장이 인기 메뉴라는 것. 가능한 일찍 가서 이런 류의 식당에 반드시 들어닥칠 청국장 빌런을 피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11시 땡쳐서 들어갔는데 20분 쯤 들이닥쳤다. 만약 B가 제외된다면 이 문제 때문일텐데 담백한 가자미 구이가 굉장히 마음에 들긴 해서 일단은 이 체제로 가는 걸로.
2. 러시아에서 쿠테타 혹은 내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진행이 좀 이상한데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일종의 의용군 와그너가 프리고진의 주도 아래 모스크바로 회군해 돌진했고 중간에 도시 두 개를 점령 비슷하게 했다. 명분은 러시아 국방장관을 추궁하는 것. 푸틴은 이들을 반란자로 규정해 러시아 군에 반란 진압 명령을 내렸고 체첸군을 모스크바 주변에 배치했다. 모스크바로 오던 와그너 그룹은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로 물러났다. 프리고진은 망명을 하고 의용군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식의 결론.
돌진은 돈 문제인 거 같다. 와그너에게 갈 무기, 돈이 빠졌다는 이야기가 있고 러시아 국방장관 쪽과 갈등이 있었다. 협상이 시작된 건 러시아 군이 애매하게 중립을 지킨 게 있다. 모스크바까지 그렇게 빠르게 도착한 건 아마 이 덕분일 거다. 하지만 딱히 티나게 누구 편을 들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누구 편을 들지 않는 한 와그너 쪽도 역시 함부로 움직이기 어렵다.
결국 푸틴은 러시아 군과 와그너, 체첸군을 이용하고 있고 러시아 군에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 용병이 있는 건데 과연 이 셋에 모두 만족할 만한 확신을 주고 있는 상황인지 의심스럽다. 균열이 세상 사람들 눈에도 뚜렷히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푸틴의 독재가 유지되는 이유는 힘을 가진 세력들이 만족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군사 반란은 이들에게 확신을 줘야 성공한다. 쿠테타는 반대파를 다 죽여야 성공하는 게 아니다. 프리고진이 미국 쪽에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불확실성의 규모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을 거 같다. 남미랑은 다르지.
결론적으로 애매한 상황에서 더 애매한 상황으로 접어든 거 같은데 푸틴이 과연 수습을 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에서의 승전보 말고는 러시아 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을 거 같은데 전술핵을 쓰기는 더 어려워진 거 같다. 탱크를 끌고 모스크바로 내달리면 막상 푸틴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해달라는 대로 하고 망명을 시켜준다는 걸 보여줬다. 체첸군은... 뭔가 믿을 게 따로 있지 하는 느낌이 좀 있는데 모르겠네. 벨라루스가 실익을 챙기고 능력을 보여줬는데 프리고진 거기서 뭐하지. 있을 수 있을까, 딴 데 갈 곳은 있을까. 뭘 쥐고 나왔을까.
- 와그너를 러시아 정규군에 편입시키려는 압박이 상당했던 거 같다.
- 프리고진이 정말 벨라루스로 갔을까? 어딜 가도 위험할 거 같은데.
3. 맛있는 걸 먹고 찾고 하는 일에 대한 의미 부여를 줄여가고 있다. 그냥 먹는 걸 해결하되 채소 많이, 단백질 많이 정도면 충분하다(사실 이게 쉽지는 않지만). 식사를 대부분 바깥에서 하니까 뭔가 골라 먹어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지만 적당히 정기적으로 정해놓고 무미건조하게 끼니를 떼운다에 가능한 익숙해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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