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3

민간, 요법, 샤먼

1. 오늘 손관절 물리 치료를 받는 걸로 손 2회, 발 2회의 물리 치료라는 정형외과 방문 일지는 일단락이 되었다. 여기서 일을 더 키우느냐 마느냐는 다시 나의 선택안으로 돌아왔다.

살면서 뼈가 부러지거나 근육이 끊기거나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정형외과에 가본 적이 없었는데 작년 12월부터 지금 2월까지 3가지 원인으로 정형 외과를 방문했다. 재택 근무 1주년이 다가오면서 생기는 부작용, 헬스장에 정기적으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일 수도 있고 혹은 노화의 결과일 수도 있고 또는 그저 우연일 수도 있다. 

좀 조심해야 하는 게 손 관절은 지나친 키보드 질, 발가락 관절은 우연한 사고와 빠른 발걸음이 겹쳐진 결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결국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을 순 없으니 살살 두드리고, 발걸음은 느리고 조심스럽게가 답이다.

아무튼 정형외과라는 데는 어딘가 수상하게 느껴지는 점이 상당히 많은 곳이었다. 예컨대 뼈가 부러지거나 근육, 신경이 끊어지거나 하면 아주 큰 일이므로 뼈를 붙이고 근육을 잇고 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애매하게 아픈 경우엔 치료 역시 애매하게 흘러가게 된다. 뭔가 대체하기엔 상황에 비해 일이 너무 커지고, 그렇다고 뭘 하자니 딱히 할 게 없기 때문이다. 

치료라고 하는 것도 빨간 불이 깜빡 거린다든가, 한 손에 철 막대 같은 걸 잡고 다른 손에 금속성 물체 위에 약을 바른 후 관절에 칠한다든가, 파라핀 용액에 손을 담갔다 뺐다 하는 것들이었다. 이게 뭐하는 걸까... 그냥 약을 바르는 것과 뭐가 다를까? 손에 그냥 열을 쏘이는 것과 뭐가 다를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든다. 물론 건강 보험을 관리하는 데가 꽤 엄격한 걸로 알고 있는 데 하나마나한 거창하고 복잡해 보이는 것들에 보험 지원을 해주진 않겠지.

하지만 결국은 관절, 근육을 따뜻하게 하고 일이 더 커지지 않기를 기도하거나, 더 커지면 그때 보자 이런 식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 모든 경과들을 보면 온천이나 동네 목욕탕 같은 데서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가 있으면 꽤 많은 부분이 해결될 거 같은 생각이 드는 데 코로나 때문에 사우나, 목욕탕은 좀 곤란한 상황이다. 결국 문제는 여기로 흐른다.

2. 어제 예보대로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이 정도로 변화가 심하면 마음 속에서 시간의 연속성이 사라지고 어제 뭘 먹었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게 된다.

3. 1번의 원인으로 운동을 쉬었더니 답답하고 소화도 잘 안되고 살도 찌는 거 같다. 선택지가 왜 다 이 모양이야. 그래도 오늘은 오래간 만에 헬스장에 다녀 왔다. 트레드 밀에서 음악만 들으니까 좀 지겨워서 요새는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오늘은 시네마운틴 첨밀밀 편을 들었음. 

4. 넷플릭스에서 엘 차포를 봤다. 시리즈가 상당히 길다... 넷플릭스는 컬럼비아와 멕시코 마약상들에게 떡이라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이 시리즈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스마엘이라는 사람이 꽤 대단한 거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잡혀 갔고 심지어 아들도 잡혀 가는 동안 요란하지도 않고 많은 이들의 믿음을 받으며 저 험난한 곳의 최고 자리의 인간 중 하나로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찾아보니까 1980년대부터 마약상을 했는데 잡힌 적도 없다고 한다. 요정 같은 건가... 그러고보면 이스마엘은 모비딕에 나오는데... Call me Ishmael... 이 사람은 Ishmael이고 멕시코 마약상은 Ismael이군. 엘 마요라고 부른다고 한다.

20210222

뒤죽, 박죽, 엉망

1. 날씨가 지나치게 뒤죽박죽이다.

2. 2021년이 이제 15% 남짓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좋은 일도 조금 있지만 이미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부디 별 일 없이 2021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3. 학폭 문제는 체육계를 넘어 이제 연예계를 향하고 있다. 이런 일로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부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의 해결이 다만 체육계와 연예계에만 머물러서도 안될 일이다. 또한 지금처럼 소비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4. 식생활이 약간 엉망인데 딱히 뭐 먹을 것도 없고 입맛도 없다. cafina 사탕이 제일 맛있는데 하루 한 개만 먹어야지...

5. 아무튼 2번. 저에게 일을 주세요.

20210215

리슨, 공기, 차도

1. 청하의 정규 음반이 나왔다. 총 21트랙, 4개 사이드로 구성. 유튜브 뮤직에는 16곡 밖에 들어있지 않은데 CD 온리가 몇 곡 있는 걸까 아니면 아직 올라오지 않은걸까. 아무튼 16곡을 차례대로 쭉 들었는데 이런 긴 호흡의 음반은 오래간 만에 듣는 거 같다. 정규반 나와도 12곡 내외도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세상이니까. 이렇게 긴 이야기를 끌고 가기가 쉽지 않을텐데 청하는 지금 이렇다, 이런 음악을 한다는 걸 굉장히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곡 하나하나도 그냥 지나가는 게 없이 무척 좋다.

2.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온도가 생각보다 더 떨어질 예정인 듯. 하지만 공기는 맑아졌다. 

3. 공기가 맑아졌지만 문제는 꽤 게으른 상태라는 것. 내일은 나가야만 하기 때문에 겸사겸사 좀 돌아다닐까 싶기도 하고.

4. 발과 손 모두 별 차도가 없다.

5. 집에 종일 있었더니 딱히 할 말도 없군...

6. 사람들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대나 대고 뭔가를 묻는다.

7. 강호동은 왜케 먹는 방송을 계속 만드는 걸까. 먹방을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20210210

패턴, 밭일, 해결

1. 요새 식사 패턴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샤브샤브 시판 육수(2천원, 3개 4천원인 경우가 많다)를 구입해 뭐든 집어 넣어 끓여 먹는다. 주로 버섯, 두부, 배추, 청경채, 시금치. 다 먹고 우동이나 밥을 넣어 먹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넣었다가 뭐든 집어 넣어 볶아 먹는다. 더 간편하지만 더 금방 질리는 경향이 있고 기름이라 설거지가 더 귀찮다. 아무튼 둘 다 청정원의 핫칠리 소스를 찍어 먹는다.

끓이거나 볶을 게 없을 땐 오피스 구내 식당에 간다. 살짝 멀긴 한데 그래도 답도 없는 고민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 다만 그 앞에 김밥집 같은 거 하나 오픈하면 더 바랄 게 없겠다.

2. 몇 년 간 발가락이 조금 아팠는데 요새 달리기, 걷기를 많이 하면서 좀 많이 아프길래 혹시 뼈의 문제인가 싶어서 병원에 갔다. 그런 김에 새끼 손가락의 고질적인 통증도 함께 물어봤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고 근육의 문제다. 다만 새끼 손가락 검사 하면서 함께 찍은 손 엑스레이는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던 거 같다. 그래도 그렇지 노트북만 두드렸는데 이십 년 밭일 한 사람 관절이라는 건 (과장이겠지만) 약간 충격스.

3. 그러고보면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관절이 좀 아플 때가 있었다. 그 이유가 저것이었군.

4. 정형외과를 가본 적이 없어서 갈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 둥둥거리는 침대와 미끈거리는 박하향 약품에 이어서 오늘은 파라핀 어쩌구라는 걸 했다. 손을 파라핀에 담갔다 뺐다 하는 건데 이게 뭐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손이 뜨끈해지니까 약간 좋긴 했다. 그런데 너무 뜨겁던데. 

5. 한동안 옷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는데(딱히 살 것도 없고 사실 둘 데도 없다), 몇 가지 관심이 가는 옷이 생겼다. 생각 중.

6. 5를 위해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몇 가지 경제적 문제, 미지급 급여가 해결되어야 한다. 우울스.

7. 이상하게 피곤하다. 연휴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8. 옷을 잘입는다는 말은 시대 착오의 냄새가 난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촌티는 좀 나는 거 같다. 

20210208

통증, 제도, 정보

1. 온 몸이 아프다. 이건 새로 먹기 시작한 유산균 탓일 수도 있고 혹은 스트레스, 낙담과 좌절, 번뇌, 불규칙한 식사, 불면의 밤 등등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모든 걸 리셋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 아픈 곳은 입술에 큰 문제가 생겼고, 복통과 오한이 있고(몸살이 되려다 만 상황이다), 몇 년 전 다쳤던 발가락이 약간 심하게 아프고, 가슴 위 쪽에 근육통이 심하다. 


2. 청와대 청원은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건 왕이 가지는 제도다. 음력 354일간 전국의 모든 자치구를 하나씩 검토해 본다는 조선 왕의 정치. 물론 수없이 많은 제도적 장치를 사람들이 잘 모르고, 알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호소를 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를 찾아가는 것보다 청원 게시판이 더 확실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그건 큰 문제다. 또한 여론화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여론화가 되지 않는다고 방치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가 있다면 그건 더욱 큰 문제다. 정부는 상업적 기구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멜론 100위 안에 들어야 사람들이 비로소 찾아듣는 식으로 운영되면 곤란하다. 1000위에 있어도, 10000위에 있어도 가치가 있다면 찾아내야 하는 게 정부의 일이다. 이건 인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와 방식의 문제다. 이는 또한 어떤 일을 한 공무원을 대우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3. 목소리로 하는 SNS라니 애초에 전혀 이해도 가지 않고 관심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인기가 꽤 많다고 한다. 인기의 비결은 양질의 정보라고 한다. 그렇다면 궁금한 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누구고 그들은 무슨 이익을 얻는 걸까. 명성? 명성이 있으니까 정보 제공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이건 동어 반복이다. 잘 모르겠는데 140글자 읽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 뭔가 얻는 게 좋다는 의견도 들었다. 그러면 팟캐스트가 있지 않을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방에 들어가 있는 소속감 같은 걸까? 모르겠다...


4. 2021년의 시작이 매우 어렵다. 이런 힘듦의 끝은 과연 무엇일까.


5. 춥고 건조하고 바람부는 날 숲 속, 산 속을 살짝만 걸어들어가 멀리서 들리던 자동차 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면 꽤나 낯익은 냄새가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학교, 군대, 오래된 병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 속의 컨테이너에서 나던 냄새. 집단 생활의 기억, 현대 문명과 자연의 경계 사이에 어설프게 놓여있는 장막 같은 것. 물론 문명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곳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고 심지어 여기엔 그런 게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냄새는 확실하다. 이런 건 이 계절에나 가능하다. 여름에는 부패의 냄새가 너무 강하고 봄과 가을에는 생명의 기운이 지나치게 진동한다.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