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작은 부분에 잠깐 몰두해 보는 이상한 이야기임.
요새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를 들자면 역시 광배다. 광배, 광날두 혹은 아이즈원의 강혜원. 이 사람의 캐릭터는 정말 이상하다. 희한한 것도 신기한 것도 아니고 이상하다. 48 방송 때 이분에게 몇 번 투표를 했었다. 그 이유는 한국식 아이돌 트레이닝 - 몇 년 간 합숙을 하며 춤과 노래를 연마한다 - 이 문제가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고 이 사람이 돌파하고 나온다면 이 판에 흠을 만들고 재밌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반부터는 다른 급한 분들이 있어서 투표는 못했지만 이미 이분의 표수는 안정권에 접어들어 있었다. 그에게 표를 던지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인가. 팬덤인가(아니다), 대중인가(아니다). 동류의 혼모노들인가(그런 분들이 프듀를 왜 보냐). 이런 종류의 이상함에 딜을 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대체 어떤 사람들로 집합을 만들 수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
프듀는 사실 처음부터 모순을 품고 있다. 예컨대 소유는 처음부터 트레이너들이 춤과 노래 실력을 올려주겠지만 투표는 국프의 몫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춤을 잘추면 표가 늘어날까? 아니다. 노래를 잘 부르면 표가 늘어날까?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그건 방송을 통해 각자가 알아서 찾아야 할 몫이다. 프듀의 경우엔 채연은 찾았고 가은은 찾지 못했다.
방송도 이런 식으로 나간다. 처음 시작하면서는 트레이닝 시스템 아래 훈련된 춤과 노래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보여준다. 하지만 첫번째 공개 평가의 결과는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기존 팬덤 이야기를 하기도 어렵다. 기존 팬덤이 있던 경우도 있지만 예외가 너무 많다. 서사 탓을 할 수도 없다. 같은 서사가 왜 누구에게는 도움이 되고 누구에게는 해가 될까.
광배의 경우 처음부터 그에게 투표를 한 사람들은 노래와 춤 때문이 아니다. 못한다는 거 모두다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후 시종일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에게 던져진 표는 그래서 나온 게 아니다. 캐릭터가 대체불가능이긴 했다. 그가 보여준 서사들은 누가 만들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게 인기가 있는 곳이었나?
사실 이런 사람이 데뷔할 방법은 대중성과 화제성이 있는 투표 기반의 서바이벌 밖에 없다. 기존 트레이닝 - 기획사의 점지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대중성이나 화제성이 없는 서바이벌은 팬덤 중심으로 흐를 뿐인데 이런 분은 팬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군지 명시를 할 수 없는 투표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화제성 높은 서바이벌이어야, 거기에 과정 중에 운에 닿는 게 너무 많아야 하는 좁은 문 같지만, 그걸 통과해야 가능하다.
그리고 이걸 이뤄냈고 데뷔까지 가게 되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이제 팀의 일원, 화이팅!이 되기 마련이다. 11명은 모두 그렇다. 하지만 이분은 오히려 캐릭터와 굴곡이 강화되고 있다. 데뷔하자 마자 벌써 프로의 냄새가 나고 자기를 통제하고 있는 기존 아이돌이 아니다. 기어세컨드, 지옥래퍼 같은 건 이미 너무 옛날의 전설처럼 기억될 뿐이다. 지금은 광배다. 뭔가 라노베 비슷한 걸 아이즈원 위에 써나가기 시작했다. 대체 뭘 하고 있는걸까. 아직은 모른다.
사실 이런 건 상당히 위험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적이 만들어질 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웃어 넘기지 못할 사람들이라면 그건 광배보다 더 삐툴어져 있을테고 그렇다면 매우 지독할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지금 상황에서는 이분이 어떤 마켓을 만들어 나갈 지 모르겠다. 기존의 패턴에서 봤을 때 상당히 뻔한 기믹의 터가 떠오르지만 그 정도의 사람만 가지고 프듀에서 승리할 수 없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어떤 사람들이 더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정말 그런 게 있기는 한가 궁금하다.
201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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