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많은 영화, 애니메이션, 뮤직 비디오 혹은 드라마 등등에 사람들은 수수께끼를 숨겨 놓는다. 이 수수께끼는 가끔은 장난 수준의 소박한 것들도 있지만 때로는 작품이 놓여있는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수수께끼는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 붙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고, 또 어떤 수수께끼는 뭐가 있는 건 알겠는데 굳이 알고 싶지는 않다 정도에서 멈추고, 또 어떤 수수께끼는 그런 게 들어 있는 지도 모른다. 이건 보는 사람의 성향에도 달려있는데 어떤 이는 수수께끼다 싶으면 달려들고, 또 어떤 이는 그런 걸 아예 머리 속에 남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평균의 모습이란 있다.
아무튼 항상 궁금한 건 어떤 종류의 수수께끼에 사람들이 달려드냐는 거다. 어떤 게 사람을 자극하는 걸까. 대강 보면 스케일이 크고, 너무 완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어설프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너무 완벽하면 상상의 여지가 줄어드니 재미가 없고, 너무 어설프면 빈틈이 많아서 역시 재미가 없다.
2. 오늘 간만에 걸 그룹 두 팀이 동시에 음원을 냈다. EXID와 오마이걸의 유닛 오마이걸 반하나. EXID는 상당한 레트로 풍으로 편하게 듣기 좋은 곡이다. 대중 픽 기반의 그룹이므로 차트에서 상당히 오래 가지 않을까 싶다.
3. 문제는 오마이걸 반하나다. 이건 타이틀 곡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를 듣고 대체 이게 뭐야... 하고 지나갔다. 인트로(우키우키 와이키키) 제외하고 3곡이 실려있는데 타이틀을 넘기고 다음 곡 하더라가 꽤 좋았고(딱 유닛에서 할 만한 재밌는 곡이다) 그 다음곡 반한 게 아냐가 아주 좋았다. 승희의 솔로곡인 이 곡은 딱 봄노래다. 그래서 아이폰 동기화를 하면서 반복 듣기를 해놨다.
4. 듣다보니 가사가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누군가에게 반한 게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 뭔가 이야기가 더 있다. 결국 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곡의 배경은 와이키키라는 곳이고 두 팀이 나온다. 원래 하더라를 부른 4명의 팀이 바나나를 잘 먹으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다 새로 3명이 유입된다. 하지만 이들은 바나나에 알러지가 있다.
첫 번째 곡인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새로 유입된 3명의 노래다. 바나나에 알러지가 있어서 못 먹지만 바나나 우유가 있어서 괜찮다.
두 번째 곡인 하더라는 기존 4명의 노래다. 승희는 여기에 속해 있다. 이 곡은 새로 유입된 이들의 튀는 행동에 못마땅해 한다. 밥도 같이 안 먹고 바나나는 골라낸다. 어떤 이는 사정이 있겠지... 하는데(지호) 또 다른 이들은 계속 화를 낸다(유아).
그리고 마지막 반한 게 아냐가 나온다.
즉 (3) - (1 - 3)의 구조로 두 번째 곡에서는 지호, 마지막 노래에서 승희가 이 둘 간의 중간 조율의 역할을 하고 있다.
5. 이런 생각을 하고 좀 찾아봤더니 티저에 몇 가지 힌트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WM 엔터의 방식인 거 같은데 이 회사에 온앤오프라는 팀이 있고 이 팀이 유닛 활동을 했었는데 온과 오프 그리고 앤 세 팀이었다고 한다. 이 구조를 사용하는 거 같다.
6. 자. 이게 이번 유닛 음반의 전체 내용인 거 같다. 하지만 물론 이걸로 끝은 아니다. 이 원숭이 마을의 우화란 대체 뭐냐...는 거다. 왜지? 왜 이런 걸 낸 거지? EBS나 투니버스의 어린이 방송에 나가고 싶은 건가? 바나나 우유 광고를 노리는 건가?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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