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8

혐오 규제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문제로 호들갑을 떠는 곳이 있다. 야갤이 본체라 할 레벨갤이다. 예전에 손나은 걸스 캔 두 애니씽이 나왔을 때 남초 팬덤이 난리라길래 에핑갤을 뒤져본 적이 있는데 별 이야기가 없었다. 그럼 어디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거지 하고 찾아봤던 적이 있다. 비슷한 사람들이 잘 가는 곳들이 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들은 혐오에서 재미를 찾아 내고 어그로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보면 반응들이 다들 매우 1차원적인 걸 알 수 있다. 즉각적인 반발, 한심하다는 생각을 이끌어 내는 종류들이다. 당연한게 그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사람들의 반응이 크게 달아오르고 그러면 더 무리수라고도 할 수 없는 한심한 반응을 남발한다. 이 역시 일을 키워내기 위함이고 이렇게 욕을 먹으면서 더 좋아하고 그게 이슈가 된다. 예전에는 뉴스화 되진 못하고 커뮤니티 전설의 사건 뭐 이런 식으로 남았는데 이제 가끔 뉴스가 되기도 한다. 여성 혐오, 외국인 혐오, 약자 혐오 같은 경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게 이슈가 되고 나면? 아마도 일부 그룹들은 저런 뉴스로 이름이 오르내려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게 될테고 입 조심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게 이런 어그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악의 결과다.

물론 팬덤 중에 한심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단체 자체는 저런 데 반응할 만큼 한심하진 않다. 필연적으로 가수 보호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팬덤이 먹는다. 그렇지만 그쪽에서도 딱히 이 문제를 타개할 방법이 없다. 아무 득도 없이 불필요하게 피곤하기 때문이고 레벨 갤이 갤을 버린 거 같은 사태가 생기기도 한다. 일이 매번 이렇게 흘러가면 그냥 저들의 타겟이 되지 않게, 이슈가 되지 않게 조용히 있어줬으면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고 그게 다시 자신을 억압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저런 게 만들어 낸다.

손나은 사건의 경우 팬쪽의 반응은 사실 본 게 없고, 사측의 반응이 괜찮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 곧바로 게시물을 삭제했고, 담배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고 나선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방송도 CF도 아무 영향이 없고 SNS도 계속 하고 있다. 이게 뭐가 어때서?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긴 하다. 그게 뭐가 어때서. 저자세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당당했다고 보기도 좀 어렵다.

당시 고개를 숙이고 입국하는 사진을 가져다 당당해 지라고 속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봤는데 그런 발상엔 동의하지 않는다. 원래 약간 숙이고 다닌 사진 많고 그런 사진들 천지에 널려있다. 그리고 7년차 아이돌을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런 일로 그렇게 풀이 죽을 사람도 아니다.

여튼 그때도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게 논리적 설득도 안되고 무슨 방법이 없다. 욕을 먹으면 더 즐거워하고 달아오른다. 그러므로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지만 그건 옳은 방법이 아니다. 그렇게 무시하다가 그들이 광화문에서 피자를 시켜먹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웃기니까. 결국 요즘을 보면 한쪽은 ㅋㅋㅋ에 목숨들을 걸고 있고 또 한쪽은 크으~에 목숨들을 걸고 있다. 다 그게 그거다.

그들이 쓴 말, 글을 가지고 나중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미국에선 최근 그런 게 조금씩 먹히는 거 같다. 적어도 말조심을 하게 되는 거다. 어그로는 한심하고 직접적이고 자극적일 수록 더 쉽게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말조심을 하게 하는 건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KBS 기자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 그것도 여기에선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들끓는 익명 기반 게시판도 많다.

일단은 혐오 표현을 규제하고 그 책임을 당사자와 사이트 운영자에게 묻는 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성, 인종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 정부는 그걸 거부했다. 그렇다고 해도 시작점은 거기가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더이상 가만히 두면 혐오는 유희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게 된다. 몇몇 아이들의 장난이 아닌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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