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마감해야 할 일이 4개인데 어떻게 하다가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봤다. 상영시간 2시간 44분인가 그렇게 되어 있는데 그보다 일찍 끝났다. 광고 등 시간 포함해서 올려 놓는건가 했는데 imdb에도 런타임이 164분으로 되어 있다. 시간 계산을 내가 잘못한 건가.
참고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스포가 다량 포함되니 참고하시고.. 기본적으로 스포 알고 보면 뭐 어때 이런 생각이 크기도 하고...
여튼.
1. AI가 나오는 영화, 그 중에서도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과 AI 사이의 딜레마가 핵심이다. 하지만 이런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는 80년대 초 블레이드 러너가 제시했던 지점에서 얼마 나아가지 못했다. 공각기동대 같은 데서는 꽤 장대한 스토리로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파고 들어가 보면 거기서 거기다. 그러므로 블레이드 러너의 리메이크나 속편이 나온다면 이 부분을 더 꼬든지 아니면 더 나아가든지가 나와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그 부분을 아예 피해가고 약간 엉뚱한 지점이 중심에 가 있다. 그게 그렇게 큰 일인지 사실 잘 모르겠고 그런 점에서 영화가 끝나고 든 생각은 이거 대체 왜 만들었지였다. 게다가 해피 엔딩이라니 이 무슨...
2. 시카리오 만든 분이 감독이라는데 LA의 뷰를 담은 모습을 보면 그런 거 좀 좋아하고 잘 하는 듯. 파도 치는 게 뭔가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 때문에 만들어진 방벽이라고 한다.
3. 조이의 경우 영화를 보고 나서 좀 찾아보니까 상당히 좋게 평가한 이야기가 많다. 여러모로 케이를 부추키고 성장의 계기가 된다. 하지만 그렇게 보면 의식 개혁과 자아 성찰이 이뤄져 있는 분이라는 점에서 약간 문제가 있다.
영화 속 광고에도 나오듯 조이는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준다. 결국 조이가 말한 것들은 케이가 듣고 싶은 이야기들 뿐이고 그러므로 그건 케이의 이야기일 뿐이다.
4. 3의 측면에서 보자면 케이의 정체가 뭐냐는 문제가 있다. 미끼용으로 기억이 심어졌고 그 말은 그저 평범한 레플리컨트는 아니라는 의미다. 차라리 여기서 더 나아갔으면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5. 이 영화는 여러모로 엉망진창인데 마리에뜨 같은 캐릭터는 꽤 뜬금없다고 생각한다. 벗으려고 나왔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6. 사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거의 아침 드라마처럼 우연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2시간 44분이나 되는 영화인데 만나는 사람마다 "사실 그 분은..."이라니 이건 무슨 상록수도 아니고.
7. 정말 모르겠는 건 이 영화 별점이 상당히 좋다는 거다. 오타쿠 영화로도, AI 영화로도, SF 영화로도,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으로도 너무 부족한 거 같은데 뭔가 크게 놓치고 있는 걸까. 물론 2에서 말했듯 경치는 꽤 좋다.
8. 그건 그렇고 오프월드가 좋은 곳이라는 데 왜 웰리스 사는 지구에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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