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8

또 몇 가지 잡담

1. 이번 달에 청바지를 6벌 팔았다. 올린 것도 있고 그냥 연락이 온 것도 있다. 어쨌든 내친 김에 그냥 다 팔아버렸다. 사이트에 올리는 건, 언급하는 건 요청이 있다면 뭐든 다 판매하련다. 하지만 그렇게 팔고 났더니 입을 게 없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아직 몇 벌 있긴 하지만 다 14.5온스 이상이다. 그러므로 특히 이 여름에 입을 게 없다.

어제, 그저께는 그래도 날씨가 습하지 않고 밤에는 약간 서늘한 바람도 불어 몰랐는데 오늘은 2시간 정도 바깥을 돌아다니다가 이거 하체 고열로 쓰러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로 쓰러지는 사람이 실제로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2. PBJ, F.C, EVISU의 판매글을 올리면서 속으로 저 순서대로 팔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확히 반대 순서로 연락이 왔다. 역시 난 청바지의 트렌드에 대해 잘 모른다. 장사 하고 싶은데 역시 안되는 걸까.

3. 운이 좋은 옷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샤머니즘, 미신 같은 걸 그다지 믿는 건 아니다. 혹시나 그런 걸 확인한다면 가지고 있던 의문 중, 특히 존재론 적인 질문 중에 많은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런 적은 없다.

하지만 운이 좋은 옷이라는 건 있다. 따지고 보자면 입거나 사용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러니까 일도 잘 되고 그런 거다.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을 때, 거슬리는 부분이 있을 때 그게 신경 쓰이면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예전에 말했듯 마감 같은 걸 할 일이 있는데 해 놓은 게 너무 없을 때 입는 옷이 있다.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는, 몸의 어디도 압박하지 않고 거슬리는 부분도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괴상해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그런 옷이다.

사용하는 물건을 거의 팔지 않는 데 뭔가를 판매할 때 혹시 이게 운이 좋은 거였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물론 그런 거면 바로 알았을 거기 때문에 이번에 판매한 것들 중에서 그런 건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건 약간 사람마다 다르다. 물건과의 궁합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닐까.

뭐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마감용 청바지 같은 것도 누가 물어보면 팔 거다. 하지만 이번 다섯 벌을 끝으로 싸게 판매 해 청바지 육성을 보급하는 일은 이제 그만 둘 거기 때문에 부르는 값을 생각해 보면 팔리지 않을 거 같다. 옷 어딘가 찍어 놓을 도장을 팔까도 생각 중이다. 라벨을 만들려고 했더니 기본 주문이 천 장, 만 장 이래서 안되겠더라고.

4. CC와 Air가 왔나보다. 아직 보진 못했지만 택배 앱이 배송 종료를 알려줬다.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는 씬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시간이 꽤나 지나갔기 때문에 약간 보충하는 글을 조만간 쓸 생각이다. 별 내용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정도.

5. 하지만 매우 피곤하다. 이런 피곤은 경험해 본 적 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건 경험해 본 적이 별로 없다. 군대 훈련소 들어가서 몇 주가 지나며 극심한 피로에 쌓여 있었는데 그때도 그랬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그런 류는 어차피 50분 지나면 10분 쉰다, 조금 지나면 결국은 밥 먹고 결국은 잘 거다라는 생각을 계속 했기 때문에 나름 잘 버틴다. 하지만 요새 휴식 조절을 잘 못하고 있다. 자율 규제는 역시 어려운 점이 좀 있다.

6. 카드의 매력은 그 특유의 촌티남이라고 생각한다. 트렌디한 사운드가 깔려 있지만 가만 들어보면 매우 익숙한 리듬과 멜로디다.

뭐 음악이야 그렇다 쳐도 패션과 동작 하나하나 그리고 입만 열면 스웩을 외치는 거까지 다 그렇다. 이번 뮤비를 보면서 스케이트 보드와 농구가 나오길래 역시 저 즈음(저건 사실 조금 더 앞 같다)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비엠은 정말 2000년 중후반 어딘가에서 그 즈음의 멋짐과 폼남을 온 몸에 안은 채 그 자리에서 그냥 멈춰 버린 거 같다.  그런데 레트로라고는 할 수 없는 게 그렇게 말하기엔 좀 가까운 과거다. 그렇지만 그런 총체적인 모습이 지금 하는 음악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소민과 지우 조합도 정말 재밌는데 같은 노래를 하며 같은 춤을 추면서 한 명은 정통 아이돌 트레이닝 아래에 있고(얼마나 강렬하게 카메라를 쳐다 보는지 TV 화면이 뚫리는 줄 알았다), 한 명은 음악 방송에서도 동작을 날려 버린다. 이 조화가 정말 굉장하다. 소민 풍 회사라면 지우가 데뷔할 수 없고 지우 풍 회사라면 소민이 데뷔할 수 없을 테니 지금 케이팝 씬에서는 이 조합 아무 곳도 못하지 않을까.

여하튼 이런 조건이라면 딱히 패셔너블의 최첨단에서 어슬렁 거리진 않을 지 몰라도 이대로 조금만 잘 흘러가면 굉장한 히트곡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요새 든다. 익숙함에 살짝 트렌디한 포장을 한 거야 말로 딱 좋은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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