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31

이제 4월

꽤 슬럼프다.

- 우선 이사를 한 이후 안정이 되질 않는다. 벌써 한달이 지났는데도 이 모양이다. 이건 딱히 이 집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질구레하게 챙겨야 할 게 많으니까 그것들에 정신이 팔린다. 하나를 해야하면 그 생각에 다른 걸 잘 못하는 습성을 고쳐야 되는데 그걸 잘 못한다. 그래도 꽤 이것저것 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믿는다.

- 위 일과 약간 겹쳐있는데 뭔가 써야할 게 있었는데 메모만 잔뜩 하고 거의 아무 것도 못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렇게 대책없이 포기한 건 참 오래간 만인 거 같다. 내 멋대로 하는 게 아닌한 이야기를 좀 많이 하고 듣고 해야되는데 그걸 못 한 문제도 있고, 재밌어 하는 이야기라고 너무 스케일을 크게 잡고 생각하다가 망한 것도 있다. 그리고 집중을 잘 못한 문제도 있을 것이다. 여튼 이 이후로 뭔가 좀 답답하다. 빨리 극복해야 할 문제인데 서두른다고 되는 일도 아니라 마음의 안정이 좀 필요하다.

- 이거 말고 3월에 약속도 좀 있고 했었는데 다 잘 안되고 흐지부지되고 그랬다. 인간관계에 개선의 여지는 이제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좀 무서운데 그 무서움이 문제인 듯. 이것도 어케 좀 해야 한다.

- 안정적이지 못해서 그런지 트위터에서도 남의 이야기를 거의 보질 않고, RSS 피드에서도 남이 쓴 이야기는 잘 안 읽힌다. 그러다보니 혼자 멋대로 떠들다가 제풀에 지치는 게 반복되고 있다. 3월엔 이러니 저러니 한 게 아무 것도 없다. 슬프다.

- 자전거도 다시 타기 시작했다. 이것도 신경 쓸 게 굉장히 많았는데 전조등과 후미등 두 개가 다 망가져 새로 구입했고, 장갑은 영영 잊어버린 듯 하다. 날이 살짝 풀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추워서 옷도 두껍게 입고 베낭도 맸는데 베낭이 여기저기 지 혼자 다 찢어졌다. 망할 만다리나 덕. 그립 바꾼 건 그럭저럭 괜찮다.

의도치 않게 고장난 게 하도 많아서 원래 계획 - 헬멧을 사고 타이어를 바꾸자 - 은 결국 하나도 못했다. 이 추세라면 겨울이나 되야 뭘 좀 더 붙일 수 있을 듯. 기어를 바꾸면 체인이 자꾸 떨어져 나와 얽혀서 앞쪽 기어는 거의 고정시켜 놓고 있다. 바퀴는 여기저기 찢어져 있고, 약간의 요철만 만나도 꿀렁꿀렁거린다. 무서워서 살살 달린다.

5킬로, 10킬로, 20킬로 이렇게 늘려가고 있다. 목표는 일주일에 세 번 40킬로씩인데 어쩔 지 모르겠다. 중간에 기착점으로 삼을 만한 곳이 있는데 다녀오면 25킬로 남짓 나온다. 겨울을 지나며 체력이 다 리셋되서 살짝 탔다고 온 몸이 다 쑤신다. 오늘은 이상하게 가슴팍이 무척 아프다. 이런 건 운동하면서 푸는 수 밖에 없을 듯.

- 암벽 등반 스쿨 등록을 하고 싶은데 홈페이지 따위는 없고 천상 찾아가서 일정을 봐야 하는 거 같다. 언제 시작하는지, 언제 등록하는지 오리무중이다. 알아내려면 자전거 30킬로가 시작된 이후나 될 듯. 다음 번에는 가야지... 뭐 이래...

- 여튼 이제 4월이다. 부디 좋은 일도 좀 있자. 계속 이렇게 어떻게 사니.

20140317

하나마나 한 이야기

요즘 NS윤지의 If You Love Me (feat. 재범)을 자주 듣는다. 2012년에 나온 곡인데 엔에스 윤지에 워낙 관심이 없다보니 이제 알았다. 저번 달 쯤 우연히 듣고 이 노래는 대체 뭔가 하면서 찾아봤다. 꽤 밝고 즐겁고 흥겨운 귀여운 곡이라 약간 과장하자면 비치 보이스의 Wouldn't it be Nice와 비슷한 용도로도 작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뮤직 비디오가 영 이상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는데 곡이 가지고 있는 발랄하고 살짝 달달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한 방에 다 날려 버리고 심지어 폼도 잡지 못하는 우중충한 분위기를 만들어 버렸다. 거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메이킹 필름 M/V가 따로 있는데 이건 그래도 차라리 나은 편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걸 보면 곡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 곡도 아닌데 말야.



세상일이 다 그런거라고 하지만 2011년 카라 사태 이후 이런 중원의 결의 같은 곡을 내놨던 카라에서 멤버 둘이 탈퇴하는 내분을 다시 겪는 모습은 역시 안타깝다.



이 뮤비를 비롯해 2010년 이후 카라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건 동작이 정말 많다. 그 덕분에 동작의 압축률이 매우 높고 3분 동안 전력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는 듯 해서 이런 걸 보다가 다른 걸그룹 뮤직 비디오를 보면 쟤네들은 타령을 하고 있나.. 하는 기분이 든다. 여러모로 굉장한 걸그룹인데... 여튼 언제나 그러했듯 다시 일어나시길.



소시 데뷔 이래 그나마 응원하는 멤버는 태연-써니였는데 태연이 어두워지면서 윤아-써니로 바뀌었다. 이건 정말 한가한 이야기군.




요새 아이돌 이야기를 좀 할 일이 있어서 마구 뒤적거리다가 보니 이런 걸 잔뜩 본다. 2014년 1/4분기 최대 이슈였다고 할 수 있는 걸스데이의 썸싱과 AOA의 짧은 치마 뮤직 비디오를 한참 동안 봤는데 비슷한 컨셉의 맞대결이었던 이 두 그룹 중 뮤직 비디오 자체는 AOA가 좀 더 재미있었고(각종 풀샷이 더 입체적이다), 개별 포텐은 역시 걸스데이다. 걸스데이는 데뷔 후 초반 세 곡의 컨셉이 완전 다르고(심지어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멤버가 바뀌면서 그나마 잘 만들어지지도 못했던 그룹의 컨셉이 더욱 모호해 졌다. 결국 개별 컨셉 + 각자 살아남기로 버티고 있는데 이런 건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참고로 소녀시대는 Girls' Generation이고 걸스데이는 Girl's Day다.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주군의 태양 1~5회 + 마지막 회를 봤고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를 봤다. 전자는 대사가 매우 인상적이었고(드라마를 거의 안 보기 때문인지 사실 꽤 놀랐다), 후자는 우울하다.

20140313

3월

이사를 했다. 좀 됐다. 이사가기 전 보름, 이사오고 나서 보름 정도 왠지 멍하니 정신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아무 생각을 안 하게 되니까 머리가 두부처럼 물컹물컹 해진 기분이다. 강아지 웅이도 며칠 헤매다 적응했는데 정작 그걸 걱정하던 내가 어디 잠시 여행와 있는 듯 멍하다. 콘크리트 덩어리 특유의 안락함은 좋다. 새로 만들어진 곳의 좋은 점은(물론 나쁜 점도 많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들 뭔가 새로 시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여튼 역시나 임시 거처의 기분이었던 성북구를 떠나 중랑구 주민이 되었다.

몇 가지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

20140311

아이핀

아이핀을 2008년에 가입했는데 도통 쓸 일이 없다가 요 며칠 간 아이핀을 요구하는 사이트들을 몇 만났다. 예를 들어 구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센터. 가입을 하지 않으면 프로그램도 볼 수 없고 그러므로 헬스 등록을 하려면 얼마인지, 몇 시까지 운영하는 지도 모른다.(결론은 44,000원인 곳이 있고 49,500원인 곳이 있고)

여튼 아이핀이 웃기는 게 주민번호 유출이 문제가 되니까 주민번호를 가지고 만들어 낸 아이핀을 사용하라는 거다. 아이핀도 용도가 커지면 유출될 것이고 그러므로 또 대안이 만들어질 것이다.

- 일단 기업은 가능한 정보를 다 모으면 마케팅 자료로 쓸 수 있으니(주민등록처럼 매우 간단한 방법이다) 가능한 다 모으려고 한다.

- 또 모인 정보는 텔레마케팅 업체에겐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으니 모인 자료들을 어떻게든 사들이려고 한다.

양쪽에서 다 가지고 있으면 신나는 일인데(자료 구축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데 이건 거의 공짜 비슷하게 고객들이 알아서 가져다 준다) 이해가 딱 맞으니 이게 거래가 안될 리가 없다. 어차피 인터넷 상의 무엇인가는 유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 해결책은 기업에겐 정보를 모을 수 없게 하고, 텔레마케터들이 활용할 수 없게 하면 된다.

하지만 기업은 이런 쉬운 길을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 그러니 이게 다 님들 좋은 일이라고.. 같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게다가 관리 소홀이어도 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휴대폰 업체는 3개 기업의 과점 상태인데 3개 다 유출되면(다는 아닐지라도 대동소이하다) 대안은 없다. 장관이 말한 가입할 때 동의를 했지 않냐 같은 헛소리는 새겨들을 가치도 없다.

텔레마케터 업체의 불법적인 홍보 활동은 엄벌에 처해야 하는데 이것마저 대충이다. 아 좀 귀찮은 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한 대책없다.

결국 어느 쪽이든 강력한 처벌 및 과세 외에는 답이 없다. 큼지막한 곳으로 두 군데 쯤만 망해도 확 달라질 거다. 결국 이런 건 정부의 의지 문제다.

20140308

콘스피러시 씨어리

개인적으로 음모론을 반 쯤은 믿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탕 하자고 생각한 나라와 금융 기관이 모여서 정교한 플랜을 짜 한국에 IMF 구제 금융 사태를 만들었다는 가정은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무언가 있었다고 가정하는 건 환율의 오버슈팅이나 루머에 대한 주가의 과잉 반응 같은 것과 비슷한 구조의 일이다.

예를 들어 뱅크런을 생각해 보면 은행이 과연 망할까 안 망할까, 돈을 뺄까 말까라는 매우 불안한 균형 상태에 잠시 놓이게 된다. 이 상태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보면 우연적이고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막상 방향이 정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이런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61년 5월 16일부터 5월 17일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해 봐도 된다. 누구에게도 미래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누군가는 실수를 하고, 누군가는 우연을 잡는다.

그 우연을 많은 이(혹은 소수라도 돈이 많은)들이 캐치하면 - 국제 금융의 움직임은 일단 노출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 97년 12월에 벌어졌던 일들이 벌어진다. 물론 이런 건 돈을 벌고자 하는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매우 크다.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는 이들은 이런 상황은 어렵다.

모호하고 거대하게 흘러가지만 나중에 복기를 해보면 어느 정도 가닥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프만 가지고 알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백년 쯤 지난 후 최근 한달 간 기온 평균을 아무리 들여다 봐도 지금 내가 느끼는 추위를 상상할 수 없다. 최대/최저 기온표, 일조량 변화표 등등 자료가 많아지면 가늠의 정도가 더 정밀해질 수는 있다.

야구가 끝나고 나면 3-2 같은 숫자로 결론을 알 수 있지만 하일라이트로 봤을 때, 그리고 1회부터 9회 끝나는 순간까지 봤을 때 정보의 차이는 완전히 다르다. 3-2가 만들어질 때 까지 수많은 일들이 있고 눈치와 결단, 성공과 실패가 반복된다. 그 사이에 무엇이 3-2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었을 지 추적할 수는 있다. 물론 앰비언스처럼 깔린 일들이 있었기에 그 결정적 요인이 나온 것도 분명하다.


요즘 흥미있게 바라보는 국제적인 움직임 중에 하나는 금연 운동이다. 나처럼 담배를 피우되 차를 타지 않는 사람은(버스도 잘 안타고 거의 지하철이다) 자동차 매연이 만악의 근원이니 차와 기름 소비에 더 높은 과세를 물려 그걸로 나무를 심어라!고 외치고 싶지만(+불법 주차에 높은 과태료. 주차는 돈이 드는 일이다라는 걸 만인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미세 먼지의 침입이 없다는 가정 하에 그러면 금연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게 공기가 맑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미세 먼지 때문에 세상 만사 다 소용없는 일이 되었다) 자동차 이용자와 다르게 흡연 인구는 대부분 돈도 힘도 없기 때문에 이런 건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여하튼 미국에서는 아마도 레이건 - 부시 시대부터 계속되어 왔고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 정부 때부터 금연에 관한 규정 같은 게 무척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고 최근 부각되는 또 하나의 줄기가 있는데 아직 소수지만 최근 시작된 마리화나 합법 운동이다.

담배와 마리화나는 일종의 대체재다. 즉 담배 사업이 흥하면 마리화나 사업이 망하고(맨 처음 마리화나가 불법이 되는 순간에 그랬다) 담배 사업이 추락하면 마리화나가 흥해야 되는데 지금까지는 불법이었다. 즉 빈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더구나 경제적인 규모도 매우 큰 이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레저, 음료, 스포츠 등 각종 빈 시간 때우는 제품들이 우후죽순 밀고 들어가고 있지만 원래 담배의 자리만큼 크게 먹고 들어가는 곳은 없다.

물론 나라마다 문화와 역사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작금의 담배 만큼 큰 자리를 파고 들어가지는 못하겠지만 금연 운동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적어도 마리화나 농장주에게는 커다란 호기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농장주들, 마리화나 사업주들이 작당해 이 무브먼트를 뒤에서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대 일로 싸워서 필립 모리스나 브리티시 토바코 같은 곳을 이길 수 있는 집단은 세상에 별로 없다. 그렇지만 어디선가 무엇인가 계속 꿈틀대며 밀어오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 움직임의 형태가 좀 궁금하다.

심각한 건 아니고 이런 생각을 해 본 김에.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