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4

잡담

맛있는 걸 물론 좋아하긴 하지만 평상시 음식에 있어서는 지극히 둔감한 편이다. 사실 알아서 주는 급식이 제일 좋다. 만약 국가나 시에서 급식점을 운영한다면 한달치 정기권을 끊어놓고 먹게 되지 않을까 싶다(물론 너무 형편없으면 가차없이 발을 끊겠지만).

못먹는 음식들이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많진 않다), 그리고 같은 메뉴를 두 번 연속 먹는 건 잘 못하지만(이건 정말 못한다) 먹는 거에 있어서 이러저러한 곳에 가야 한다, 어떤 건 안된다 하는 건 거의 없다. 여튼 이렇게 먹다가 가끔 맛있는 거 먹으면 더 맛있고 즐겁고 좋음.

오무라이스 잼잼 보다가 라면 레시피가 나오길래 심심해서 나도 써본다. 사실 라면은 뭐가 어쨌든 남이 끓여주는 게 제일 맛있고, 남 끓여줄 때가 제일 즐겁긴 하다.

 

기본적으로 물의 양은 대충이다. 어쩌다 정확히 재서 넣기도 하는데 보통은 대충. 물은 생수보다는 수도물을 사용한다. 예전에 홍차는 생수를 사용하면 더 맛없다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이유들이 지금은 생각 안나지만 당시엔 올커니 그렇구나 했기 때문에 그 이후로 끓이는 조리에서는 수도물을 쓴다.

스프를 먼저 넣어서 끓는 점을 높이거나 하는 일 없이 물이 완전히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데 그때 보통 파를 썬다. 이것도 경험에 기반하고 있는데 중학교 때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라면이나 먹을까 하면서 무슨 농담을 주고 받다가 자꾸 그러면 라면에 파도 안 넣어준다 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까지 라면에 파를 넣어본 적도 없고 넣을 생각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말이 약간 충격이었고 - 기본적으로 넣어 먹는 거라는 뜻이니까 - 그 이후로 넣어 먹는다. 물론 더 맛있기도 하다.

분식집 라면을 먹다보면 당근, 양파 등 다양한 것들이 들어있는데 그런 건 넣지 않는다. 양송이 버섯을 좋아하는데 그걸 넣는 경우에도 구워서 다 만든 라면 위에 올려 놓는다.

여튼 이러다가 물이 팔팔 끓으면 파와 라면, 스프(조리법에 다 끓고 넣으라는 것들이 있는데 시키는 대로 한다)를 넣는다. 배가 고프면 떡을 넣는다.

라면이 끓는 동안 접시에 계란을 깨 넣는다. 노른자는 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반숙을 싫어하고 노른자가 라면 국물에 미치는 영향도 좋아하지 않는다(무슨 라면을 사도 똑같은 맛이 난다). 그래서 노른자를 숟가락으로 떠서 끓고 있는 면(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보통 네모난 모양 그대로 끓고 있다) 아래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흰자는 대충 물 쪽에 붓는다. 너구리를 포함한 우동류, 칼국수류 라면에는 계란을 넣지 않는다. 비빔면류는 물론이고.

여튼 이렇게 하면 노른자는 노른자대로 흰자는 흰자대로 익어서, 노른자는 노른자 맛이 나고 흰자는 흰자 맛이 난다.

노른자가 다 익었다 싶을 때 불을 끄면 완성~

위에서 말한 대로 심심하면 양송이 버섯이나 스팸을 구워서 올린다. 어디까지나 심심하고 재료가 있을 때 이야기라 그런 경우는 대략 1년에 한두번 정도 밖에 없다.

집에서 라면 끓여먹을 땐 어지간하면 밥을 말아먹지 않고 국물도 거의 먹지 않는다. 맛없기 때문이다. 라면 국물이 맛있으려면 대형 솥에 센불로 끓여야 되는 듯 하다. 자주 먹는 라면집이 있는데 거기선 항상 밥도 말아 먹는다. 그리고 어디서건 다른 사람이 라면을 끓일 때는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내가 끓이는데 누가 간섭하면 하라는 대로 한다. 뭘 어떻게 해도 보통은 맛있는게 라면이다. 냠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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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 표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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