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1

사우나

할 일 중에 하나를 대충 끝마쳤는데, 뭘 좀 더 할까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귀찮아져서 사우나에 갔다. 거대한 찜질방이 있는 곳인데 찜질방은 여태 가본 적이 없다.

뜨거운 물에도 좀 들어가 있고, 습식 찜질방에도 좀 들어가 있고, 수압 허리 마사지도 잠깐 해보고 하며 어슬렁 거리다가 대기실에서 멍하니 티브이를 봤다. 티브이에서는 국제 결혼에 대한 아침 방송 분위기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고 유심히 보던 사람들 중 몇은 연소득 천오백만원은 있어야 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뭐라고 논평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저번에 주말에 갔을 때는 아빠-아들 조합이 천지라 난감했는데(대책없이 뛰어다닌다) 이상한 시간대에 갔더니 역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나와서 떡볶이를 먹었다. 튀김을 낱개로 팔지 않아 할 수 없이 떡볶이에 어묵 2개를 먹었다. 혼자서는 삼천오백원을 넘지 않는 조합을 추구한다. 손님이 몇 있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난데없이 서비스라며 김말이 튀김을 하나 떡볶이에 넣어 줬다. 나만. 이게 뭐지 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먹었다. 하지만 난 튀김을 떡볶이에 넣어 먹지 않고, 김말이도 좋아하지 않는다. '제어할 수 없는 상황'과 '그것의 타개'에 대해 잠시 생각했지만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 두고 맛있게 먹었다. 막 튀겨서 뜨거운 게 나쁘지 않았다.

떡볶이집 아주머니는 뒤에 앉아있던 손님에게 아들 이야기를 했는데 아들이 군대에서도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고 했단다. 립서비스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지만 물론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조금 있다가는 그린 컬러의 두꺼운 피코트를 입은 백인 아저씨가 들어와 떡볶이를 주문했다. 며칠 전에는 육개장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 흑인 아저씨를 본 적이 있는데 이제는 별일이 아니라지만 비아시아인이 매운 분식류를 먹는 모습은 여전히 낯설다. 떡국이나 불고기를 먹는 모습과는 뭔가 다르다. 뭐 상관없겠지만.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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