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31

오지랖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 누구 말 따라 국격을 높이는거든(국격이 뭐야 대체), 선진국이 되는거든, 세계화인가 국제화인가 여튼 좋은 나라 - 극복해야할 몇가지 과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지랖이 아닌가 믿고 있다.

 

우선 또 하나를 먼저 말해보자면 재벌 중심의 중소 기업 원가 압박, 수출 편향적 경제 구조, 그리고 이와 결부되어 있는 군대식 서열구조인데 이 쉐이프로 짜내고 짜낸 한계가 지금 우리의 지디피 정도가 아닐까 싶다.

더 이상 짜낼게 없으니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어차피 환율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몇년 전부터, 특히 신자유주의 개혁을 시작한 IMF 이후부터 우리 지디피는 환율과 매우(너무) 밀접하게 얽혀 돌아가고 있다.

 

자, 이제 먼저 말하려던 오지랖. 우리 사회는 남들이 하는 일을 무척이나 신경쓴다. 이건 아주 광범위하게 나타나는데 인생 철학, 세계관, 생활 태도에서 시작해 업무 방식, 옷입는 방법론, 밥을 먹는 태도, 걷는 요령, 말투 등등 가리질 않는다.

특히 친한 사람이라면 뭔가 걱정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지금의 결과가 나온 지난 인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니 그려려니 싶지만 이건 아무 것도 가리지 않는다.

물론 마약이나 방화, 살인, 강간, 강도 같은 걸 계획 중인 사람을 마주친다면 가능한 오지랖을 부리는게 좋은 일이다(주의 : 위험을 동반하므로 경찰을 대동할 것).

 

불교, 도교, 유교, 그리고 미국화 등 지난 우리의 역사를 들쳐봐도 이게 대체 어디서 온 건지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향교(마을의 양반이 사람들을 가르침) 같은 유교적 전통에서 나온게 아닐까 싶다.

어쨋든 이 오지랖은 매우 심각한 사정에 이르러 자신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마음대로 재단하려는 높은 사람들부터(야당을 뽑는 이들은 모두 북으로 가라고 말한 모 관료를 예로 들 수 있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자신의 배를 콕콕 찌르더니 이 배는 어쩔거야라고 말했다는 모 게시판에서 읽었던 극단적인 예까지 잔뜩 펼쳐져 있다.

 

이런 오지랖, 훈계들은 어떤 공통되고 틀리지 않은 절대적 기준이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일이고, 조금만 더 나아가면 다른 것을 멸시하고 무시하는 태도로 올라간다. 즉 다른 것을 잘못된 것이라 믿고 그것을 바로잡아 보고자 하는 욕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는 또한 내가 너보다 위에 있다는 계급적인 발상을 품고 있다. 더불어 우리말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쓰는 사람이 무척 많은데 이런 것 역시 위와 같은 세계관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나는 옷을 잘은 못입지만 상당히 좋아하는데 옷에 대한 코멘트같은건 죄책감도, 책임감도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무척 많다.

기본적으로 나는 날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남이사 뭘하고 다니든 뭔 상관이냐는 태도를 견지하기 위해 상당히 애를 쓰고 있다. (날아다니는 사람이라면 묻고 싶은게 상당히 많기 때문에 뭔 상관이냐는 태도를 견지하기는 좀 어렵다)

 

물론 이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서 실수도 상당히 하는 편이다. 그걸로 보건데 이런 소극적으로 의도적인 무관심, 적극적으로 남의 인생 방식에 대한 존중을 하는 것 역시 의식적이고 끈질긴 훈련이 필요한 작업이다.

어쨋든 이런 오지랖 사람들 모두에게 아주 예전에 EBS 라디오에서 마광수 교수가 했던 "시큰둥하게 삽시다"라는 공개 강연을 경청해보길 권하고 싶다.

20100730

모든 죽음은 우울하다

파리가 춥춥스럽게 날아든다. 파리처럼 쓸데 없는 놈들이 세상에 몇이나 더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생각해 보면 파리에게는 그게 생의 전부다. 파리채를 날리자 납작해진다.

O 이렇게 생겼던 물체가 순식간에 _ 가 되버렸다. 파리의 뇌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아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지도 모를 것이다. 등과 배가 순식간에 붙어버리다니. 이렇게 납작해져 버리다니.

이로써 힘들게 알에서 나와 살겠다고 온갖 지저분한 것들을 먹던 구더기 시절을 지나 질풍노도의 에벌레 시즌을 지나 겨우겨우 파리가 되어, 수도 없이 많은 생태계 위쪽을 점유하고 있는 천적들을 피해다니며 유전자 번식을 위해 애쓰던 그 수많은 시절들이 몽땅 _이 되버렸다.

귀찮고 더럽고를 떠나 아련하다. 알량하지만 그것도 생명이다. 더구나 내 몸이 _이 되면서 죽는다면 꽤 슬플거 같다. 파리-파리채의 크기를 보아 어림잡아 생각해보면 농구장 정도 사이즈라면 나를 저렇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말하진 못한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비가 내려 아스팔트 위에 잠깐 고인 물에다 잠자리 두마리가 착 달라붙어 물에다 자꾸 뭔가를 뿌리고 있었다. 아마도 알이겠지? 그토록 잘못된 선택을 하다니. 내일 모레면 사리질 신기루 같은 물인데.

나도 꽤나 잘못된 선택들을 하며 살아온 터라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리고 진심으로 안타깝다. 다음 번에는 부디 더 좋은 곳을 찾으렴.

20100729

선거 제도에 대해

보궐 선거가 끝났다. 결론적으로 현 여당이 더 많은 자리를 확보했다. 야당 계열에서 전략적으로 실수들이 있든 없든 성희롱 사건, 불법 사찰, 리비아와의 외교 단절, 묘하게 돌아가는 천안함 등등의 와중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걸 보면 참 대단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냥 선거에 대한 생각. 내가 좀 바보같은데가 있지만 그래도 이런 의견이 공론화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쓰는 이야기라는 사실 정도는 미리 염두에 두시길.

 

1. 입법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국회의원의 당면 목표는 재선이고 그렇다면 더 좋고, 훌륭하고, 발전적인 법을 만들어서 재선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솔직히 입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지간한 법들은 모두 정부에서 만들어진다.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법들도 기본적인 scheme만 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입법이 행정부로 넘어가는건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 국가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입법부가 입법에서 손을 떼는건 옳지 않다.

 

왜 그런가하면 가장 큰 이유는 정기적인 국정감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 행정부의 잘못된 점들을 들춰내고 지적하면 그래도 뭔가 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방송도 무척 많이 나간다.

재선이 목표고 그러기 위해 시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면 입법보다는 감사에 집중하는게 훨씬 쉽고 편안한 방법이다. 더구나 뭔가를 새로 만드는 일보다는 뭔가 트집잡는게 훨씬 쉬운 일이다.

 

결국 정기 국정 감사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별 문제 없는 행정 기관이나 공기업들도 정기 감사 준비로 쏟는 에너지와 비효율이 너무 크다.

물론 행정부의 힘이라는게 거대하기 때문에 감사는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행정부 산하에 있는 감사원을 독립 기관화 시키고 전담하게 하는게 더 낫다. 어차피 감사를 준비하는게 공공기관의 숙명이라면 입법을 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보다 감사원이 하는게 낫다.

좀 더 정치적이고 거대한 문제가 있어서 국회가 꼭 들춰봐야될 만한 일이라면 이미 국정조사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걸 활용하면 된다. 무슨 일 생기면 조사팀 꾸려서 메꿔가면 될 일이다. 이런건 사후 검사이기 때문에 숨기다 걸리면 벌칙을 더 강화하거나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을거다.

여튼 이렇게 국회가 보다 입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국회의원 선거와 지역과의 관계를 떼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는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선거가 지역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어쩔 수 없이 지역 대표성을 가지게 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지지 기반을 신경쓰게 된다.

오늘 선거가 끝나고 은평구 이모 당선자에 대한 다큐멘터리 비슷한걸 봤는데 그를 반대하는 유권자가 "3선이나 했는데 지역에 해 놓은게 없어"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그 지역 의원이 아니라 지역구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게 해야지 맞는 이야기다. 국회의원은 나라를 대표해야지 지역을 대표해서는 안된다.

예전에는 지방 자치가 국가에 의해 관치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지역 대표성을 가지는게 용인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엄연히 지방자치가 시행되고 있고, 선거도 따로 치뤄진다. 지역 발전은 지방 자치 단체의 몫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선거는 대선거구제로 가능한 지역색을 떨쳐내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회의원 모두를 비례 대표로 뽑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지방의 균형 발전이나 미시적인 안목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우려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 자치단체장 회의를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아예 지방 대표를 모아 국회를 2원제로 꾸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 이런 방향으로 가려면 지방 자치 단체에 현재 나라가 하고 있는 권한을 많이 넘겨줘서 본격적으로 지방 행정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동네에 살면서 중요한 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동네 의원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이거 말고도 또 있는데 이게 막상 쓰려니 생각보다 복잡해서 여기까지만.

20100708

20100707

개미군단의 제국 건설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개미집 건설 현장을 목격하고 삼일째 보고있다. 곤충은 귀염지도 않고 말도 못알아 듣는데다가 눈치도 없어서 그다지 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구경하면 확실히 신기하고 흥미진진 하다.

입지조건은 상당히 좋아보이지만(1미터 주변에 쓰레기통이 두개있다) 벤치 바로 뒤라 위험에 노출되어있고(그나마 아이들이 오지는 않는 곳이지만 하여간 인간의 눈에 확 띄는 곳은 어딘가 간당간당한 운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화단에서 흘러나온 모래를 기반으로 구멍을 내고 있기때문에 불안해 보인다.

그렇다, 말 그대로 모래성에 성을 쌓고 있다.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괜찮을지 몰라도 여튼 비 한방이면 입구는 모두 초토화될게 분명하다. 그러든 저러든 아랑곳하지 않고 개미들은 집을 만들고 있다.

관찰하면서 알게 된 것들 - 은근히 농땡이피는 개미들이 많다. 특히 일단 모래를 하나 들고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놈이 백미다. 분명 일을 하는건 아니다. 그저 일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가끔 누군가에게 걸리면 후다닥 일터로 돌아간다.

덩치 큰 개미들은 쉬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기사 얼마나 많은 모래를 나르고, 얼마나 얼토당토 않는 상황에서 집을 만들어본 건설 현장의 노장들 이겠나. 쉬엄쉬엄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지만 바쁜 현장에서 놀고 있기 때문에 작업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고 (느낌이겠지만) 일하는 개미들이 그 불편함을 대놓고 경시하는 감이 있다. 자기들도 곧 그렇게 될거면서 한치 앞도 못내다보긴 인간이나 개미나 똑같다.

딱히 작업 감독은 없는거 같다. 일단 평평한 곳이 약간 파여있으면 무조건 들이대고 본다. 한참 혼자 파다가 아니면 말고 식이다. 첫날은 정말 아무대나 쑤셔대고 미끄러지고 모래탑도 무너져버리고 엉망이었는데 삼일째가 되니 대충 쉐이프가 잡히고 있다.

사진 쪽 말고 작업 현장이 몇 군데 더 있는걸로봐서 생각보다 큰 집이 지하에 구성되어 있는거로 보인다. 여튼 노동 현장에 콸러티는 전혀 없고, 막대한 콴터티로 모든 난관을 압도하는 장엄한 현장이다. 군대에서의 작업과 많은 부분 유사하다.

위에서 입지 조건이 좋다고 말했는데 그건 다른 개미 군단에게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군의 붉은 개미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구경하고 있는 개미 군단은 몸집이 좀 있는 놈들이라 밀려나지는 않을거같은데 붉은 애들이 좀 사납게 생겨서 잘 모르겠다.

여튼 장마중이니 곧 비가 올테고, 집은 무너질거다. 그런 다음에는 지금과 똑같은 짓을 하겠지. 지금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은 그때 쯤에는 사는게 뭐 있냐 하면서 농땡이를 피우겠지. 그것 참.

20100703

7월의 첫번째 토요일

just gonna stand there and watch me burn, that's alright because i like the way it hurts.

just gonna stand there and hear me cry, that's alright because i love the way you lie.

에미넴의 love the way you lie 중 리한나의 코러스 부분.

7월의 첫번째 토요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고, 사실 조금 심심하기도 하고, 마음은 바쁘고, 날씨는 여전히 흐린데다 답답하고, 한동안 블로깅은 안하기로 결심해놓고, 또 멍하니 뭔가 끄적거리고, 친구 한 명은 보아하니 오늘 외국에 나간거 같은데 말도 없었고, 카니에 웨스트를 계속 듣고 있고, 이제는 귀가 조금 아프지만 현실 세계에서 나는 소리들을 듣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이대로 들어가기도 좀 그래서, 밤에 살짝 걷기나 할까 생각 중이다. 문득 생각났는데 진실씨의 63 amg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