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 누구 말 따라 국격을 높이는거든(국격이 뭐야 대체), 선진국이 되는거든, 세계화인가 국제화인가 여튼 좋은 나라 - 극복해야할 몇가지 과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지랖이 아닌가 믿고 있다.
우선 또 하나를 먼저 말해보자면 재벌 중심의 중소 기업 원가 압박, 수출 편향적 경제 구조, 그리고 이와 결부되어 있는 군대식 서열구조인데 이 쉐이프로 짜내고 짜낸 한계가 지금 우리의 지디피 정도가 아닐까 싶다.
더 이상 짜낼게 없으니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어차피 환율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몇년 전부터, 특히 신자유주의 개혁을 시작한 IMF 이후부터 우리 지디피는 환율과 매우(너무) 밀접하게 얽혀 돌아가고 있다.
자, 이제 먼저 말하려던 오지랖. 우리 사회는 남들이 하는 일을 무척이나 신경쓴다. 이건 아주 광범위하게 나타나는데 인생 철학, 세계관, 생활 태도에서 시작해 업무 방식, 옷입는 방법론, 밥을 먹는 태도, 걷는 요령, 말투 등등 가리질 않는다.
특히 친한 사람이라면 뭔가 걱정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지금의 결과가 나온 지난 인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니 그려려니 싶지만 이건 아무 것도 가리지 않는다.
물론 마약이나 방화, 살인, 강간, 강도 같은 걸 계획 중인 사람을 마주친다면 가능한 오지랖을 부리는게 좋은 일이다(주의 : 위험을 동반하므로 경찰을 대동할 것).
불교, 도교, 유교, 그리고 미국화 등 지난 우리의 역사를 들쳐봐도 이게 대체 어디서 온 건지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향교(마을의 양반이 사람들을 가르침) 같은 유교적 전통에서 나온게 아닐까 싶다.
어쨋든 이 오지랖은 매우 심각한 사정에 이르러 자신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마음대로 재단하려는 높은 사람들부터(야당을 뽑는 이들은 모두 북으로 가라고 말한 모 관료를 예로 들 수 있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자신의 배를 콕콕 찌르더니 이 배는 어쩔거야라고 말했다는 모 게시판에서 읽었던 극단적인 예까지 잔뜩 펼쳐져 있다.
이런 오지랖, 훈계들은 어떤 공통되고 틀리지 않은 절대적 기준이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일이고, 조금만 더 나아가면 다른 것을 멸시하고 무시하는 태도로 올라간다. 즉 다른 것을 잘못된 것이라 믿고 그것을 바로잡아 보고자 하는 욕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는 또한 내가 너보다 위에 있다는 계급적인 발상을 품고 있다. 더불어 우리말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쓰는 사람이 무척 많은데 이런 것 역시 위와 같은 세계관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나는 옷을 잘은 못입지만 상당히 좋아하는데 옷에 대한 코멘트같은건 죄책감도, 책임감도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무척 많다.
기본적으로 나는 날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남이사 뭘하고 다니든 뭔 상관이냐는 태도를 견지하기 위해 상당히 애를 쓰고 있다. (날아다니는 사람이라면 묻고 싶은게 상당히 많기 때문에 뭔 상관이냐는 태도를 견지하기는 좀 어렵다)
물론 이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서 실수도 상당히 하는 편이다. 그걸로 보건데 이런 소극적으로 의도적인 무관심, 적극적으로 남의 인생 방식에 대한 존중을 하는 것 역시 의식적이고 끈질긴 훈련이 필요한 작업이다.
어쨋든 이런 오지랖 사람들 모두에게 아주 예전에 EBS 라디오에서 마광수 교수가 했던 "시큰둥하게 삽시다"라는 공개 강연을 경청해보길 권하고 싶다.